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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어린 딸에겐 도전·성취 공간
같이 놀면서 메모·녹음해 매일 기록
“창의적 놀이 기억 아이 삶 자양분 돼”
다음 목표, 아이와 쓰는 몽골여행 일기
늦깎이 아빠 박찬희씨는 5년 전 유치원생 딸과 친구들의 놀이터 활동을 관찰해 기록한 <놀이터 일기>를 최근에 펴냈다. 박씨가 2월10일 <서울&>과의 인터뷰에 앞서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인근 놀이터 미끄럼틀에 앉아 웃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박찬희(51)씨는 늦깎이 아빠다. 마흔하나에 외동딸 서령이가 태어났다. 아내가 먼저 1년 육아휴직을 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박씨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11년 동안 학예사로 일했던 박물관을 그만뒀다. 아이를 키우면서 박물관 관련 책도 쓰고 여러 일을 해보겠다고 생각했다. 막상 아이를 돌보기 시작하니 책 쓰기는 엄두도 못 내고 오롯이 육아만 했다. 아이가 자라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가면서 책을 쓰고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지금은 박찬희박물관연구소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아이를 돌본다.
“개인적인 경험인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 망설이다 4년 만에 책을 냈어요.” 2월10일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박찬희씨는 조심스레 말했다. 아이를 키우며 느낀 점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했다. 2013년에 육아 일기 <아빠를 키우는 아이>를, 지난달에 <놀이터 일기>를 펴냈다. <놀이터 일기>는 지난해 한국출판진흥원의 중소출판사 콘텐츠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돼 출판비를 지원받아 발간됐다.
<놀이터 일기>는 5년 전 유치원생 딸과 친구들이 매일 두세 시간 동네 놀이터에 머무르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 책이다. 박씨는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아주기가 아니라 같이 놀면서 즐거움이 훨씬 커진 경험을 생생하게 담았다. “아이들을 지켜보다 땀내 나게 같이 놀고 어른들과 수다를 떠는 틈틈이 메모하고 사진 찍고 녹음도 해 집에 돌아와 매일 일기를 썼어요.”
그는 책을 펴내며 두 가지를 기대했다. 하나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놀이터에서 보낸 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선물이 됐으면 했다. “놀이터 추억 기록이 아이들에게 삶의 자양분이 됐으면 해요. 어려울 때 어릴 적 놀이 추억으로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책 출간 전 박씨는 원고를 딸에게 읽어줬다. 아이는 괴물놀이, 역할놀이 등 놀이 얘기에 추억을 되살리며 재밌어했다. 딸 친구들은 책에 자기 얘기와 사진이 나와 뿌듯해했다. “얼마 전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아이들이 ‘아저씨 책 너무 재밌어요’ ‘얘는 하루에 세 번씩 읽어요’라고 말해줘 기분이 좋았어요.” 놀이터에서 만났던 어른들은 반가워하며 새삼스러워했다. “‘아이들에게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하며 잊혀가는 옛 기억들을 되살릴 수 있어 즐거워들 했어요.” 그는 자신의 기록이 유아와 초등 저학년 아이를 키우는 부모, 보육교사, 놀이터와 놀이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봄부터 초겨울에 걸친 관찰기록으로 실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어떻게 노는지 세세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박씨가 본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상상을 실현하는 공간이다. 괴물놀이를 할 때는 결투장이 되고, 역할놀이를 할 때는 우주선, 부엌, 유치원으로 변신한다. 원통 속 등 아지트는 어른의 눈에 띄지 않는 자신들만의 공간이다. “아이들은 놀이터의 모든 것을 창의적으로 해석해 놀잇감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려요.”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도전하고 성취감을 느낀다. 그네, 시소, 복합놀이대 등을 있는 그대로보다는 좀더 역동적이고 긴장감 있게 놀고 싶어 하고, 때론 위험한 것도 마다치 않는다. 이런 아이들 모습을 보면 어른들은 ‘위험해, 내려와, 하지 마’를 외친다. 어른들 목소리에 아이들은 멈칫한다. 박씨도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같이 놀면서 아이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기까지 나름의 수많은 준비 단계를 거친다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공감과 격려가 더 필요하다. 막 두 손으로 구름사다리 봉을 잡기 시작한 아이에게는 ‘와, 이제 잡을 수 있네’, 두 손을 번갈아 가며 완주한 아이들에게는 ‘와, 잘하는데’라고 해주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면 할 일이 많다는 얘기를 놀이터에 온 어른들에게 하고 싶다고 한다. 놀이를 같이 고민할 수 있고 제안할 수도 있다. 고무줄놀이는 엄마들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엄마들이 나서서 몸이 기억하는 옛 추억을 살려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 다른 방식으로 어른들 놀이를 할 수 있다. 취미를 활용해볼 수도 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한 엄마는 틈날 때면 놀이터에 와서 아이들 사진을 찍어 기념품과 달력을 만들었다. 앞으로 박씨는 육아, 놀이터에 이어 딸과 함께하는 여행 일기를 쓸 계획이다. 서령이가 자라면서 아이와 토론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왜 학교에서 일기장을 검사하는지’ 등 나눌 수 있는 이야기 주제가 점점 넓어진다. 박씨는 올여름 몽골에 아이와 열흘 정도 여행을 가려 한다. 결혼 전 그는 몽골의 자연과 사람, 역사에 매료돼 거의 10년 동안 해마다 다녀왔고 <몽골 기행>이라는 책도 펴냈다. “몽골의 초원과 별을 보고, 게르에서 잔 서령이가 어떤 느낌을 말할지 벌써 궁금하다”고 말하는 늦깎이 아빠 박씨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그는 책을 펴내며 두 가지를 기대했다. 하나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놀이터에서 보낸 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선물이 됐으면 했다. “놀이터 추억 기록이 아이들에게 삶의 자양분이 됐으면 해요. 어려울 때 어릴 적 놀이 추억으로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책 출간 전 박씨는 원고를 딸에게 읽어줬다. 아이는 괴물놀이, 역할놀이 등 놀이 얘기에 추억을 되살리며 재밌어했다. 딸 친구들은 책에 자기 얘기와 사진이 나와 뿌듯해했다. “얼마 전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아이들이 ‘아저씨 책 너무 재밌어요’ ‘얘는 하루에 세 번씩 읽어요’라고 말해줘 기분이 좋았어요.” 놀이터에서 만났던 어른들은 반가워하며 새삼스러워했다. “‘아이들에게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하며 잊혀가는 옛 기억들을 되살릴 수 있어 즐거워들 했어요.” 그는 자신의 기록이 유아와 초등 저학년 아이를 키우는 부모, 보육교사, 놀이터와 놀이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봄부터 초겨울에 걸친 관찰기록으로 실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어떻게 노는지 세세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박씨가 본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상상을 실현하는 공간이다. 괴물놀이를 할 때는 결투장이 되고, 역할놀이를 할 때는 우주선, 부엌, 유치원으로 변신한다. 원통 속 등 아지트는 어른의 눈에 띄지 않는 자신들만의 공간이다. “아이들은 놀이터의 모든 것을 창의적으로 해석해 놀잇감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려요.”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도전하고 성취감을 느낀다. 그네, 시소, 복합놀이대 등을 있는 그대로보다는 좀더 역동적이고 긴장감 있게 놀고 싶어 하고, 때론 위험한 것도 마다치 않는다. 이런 아이들 모습을 보면 어른들은 ‘위험해, 내려와, 하지 마’를 외친다. 어른들 목소리에 아이들은 멈칫한다. 박씨도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같이 놀면서 아이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기까지 나름의 수많은 준비 단계를 거친다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공감과 격려가 더 필요하다. 막 두 손으로 구름사다리 봉을 잡기 시작한 아이에게는 ‘와, 이제 잡을 수 있네’, 두 손을 번갈아 가며 완주한 아이들에게는 ‘와, 잘하는데’라고 해주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면 할 일이 많다는 얘기를 놀이터에 온 어른들에게 하고 싶다고 한다. 놀이를 같이 고민할 수 있고 제안할 수도 있다. 고무줄놀이는 엄마들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엄마들이 나서서 몸이 기억하는 옛 추억을 살려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 다른 방식으로 어른들 놀이를 할 수 있다. 취미를 활용해볼 수도 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한 엄마는 틈날 때면 놀이터에 와서 아이들 사진을 찍어 기념품과 달력을 만들었다. 앞으로 박씨는 육아, 놀이터에 이어 딸과 함께하는 여행 일기를 쓸 계획이다. 서령이가 자라면서 아이와 토론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왜 학교에서 일기장을 검사하는지’ 등 나눌 수 있는 이야기 주제가 점점 넓어진다. 박씨는 올여름 몽골에 아이와 열흘 정도 여행을 가려 한다. 결혼 전 그는 몽골의 자연과 사람, 역사에 매료돼 거의 10년 동안 해마다 다녀왔고 <몽골 기행>이라는 책도 펴냈다. “몽골의 초원과 별을 보고, 게르에서 잔 서령이가 어떤 느낌을 말할지 벌써 궁금하다”고 말하는 늦깎이 아빠 박씨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