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가정 형편 어려운 학생들 위해 쓰이길”
코로나 극복 염원 온정의 손길 늘어나
현금·마스크 놓고 간 이름 숨긴 장애인
“대구의료진 돕고 싶다” 초등생 편지도
마환기씨와 진재숙씨 부부가 2일 금천구 독산4동 먹자골목 ‘맛나는 거리’에 있는 편의점 지에스(GS)25 우정점에서 돼지저금통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독산4동에 살고 있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2일 금천구 독산4동에 있는 먹자골목 ‘맛나는 거리’에서 편의점 지에스(GS)25 우정점을 운영하는 마환기(65)씨와 진재숙(58)씨 부부를 만났다. 마씨 부부는 3월5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13만여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독산4동 주민센터에 기탁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손님들이 기부한 돈과 마씨 부부가 물건을 팔고 손님한테서 받은 돈을 조금씩 보태 모은 돈이다.
“손님들이 물건을 사고 난 뒤 거스름돈을 받지 않고 돼지저금통에 넣어달라고 해요. 그러면 저는 ‘직접 넣어야 복 받는다’며 손님들이 직접 돼지저금통에 기부금을 넣도록 유도합니다.”
마씨 부부는 사업에 실패한 뒤 2016년 5월부터 이곳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편의점 2개를 운영했는데, 지난해 3월 운영이 어려워져 한 곳을 접어야 했다. 마씨는 편의점을 운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돼지저금통을 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맛나는 거리’가 음식점과 주점이 몰려 있는 먹자골목이라서 저녁이 되면 취객들이 편의점을 많이 찾는다. 마씨는 물건을 산 취객이 소액 거스름돈을 잘 안 받아 간다고 했다. “손님들이 50원, 100원 소액 거스름돈은 받아 가기 싫어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금통을 한번 놔보자고 생각했죠.” 돼지저금통을 놓고 나니 의외로 손님들의 호응이 좋았다. 손님들은 불우이웃을 돕는다고 적힌 돼지저금통에 물건을 사고 받은 거스름돈이나 가지고 있던 동전을 쑥쑥 집어넣었다. 마씨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4년 동안 돼지저금통을 총 6번 독산4동 주민센터에 기탁했다. 모두 175만원이다. “요즘은 5~6개월 정도 지나면 저금통이 꽉 차죠.” 마씨는 처음에는 저금통이 빨리 가득 찼지만, 요즘은 경기가 어려워져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처음에는 돼지저금통을 놔두고 의심도 많이 받았다. 마씨는 근처에서 술 한잔 하고 편의점에 들른 손님 중에는 ‘이것 해서 뭣에 쓰려고 하냐’ ‘정말 불우이웃 돕기 하는 데 가져다주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돼지저금통을 기탁한 다음에는 얼마를 기탁했다는 내용을 써서 손님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편의점 안에 붙였다. 마씨가 이웃을 돕는 일을 한 것은 영등포역 앞에서 사업을 할 때부터다. 당시 시골 노인들이 자녀들이 있는 서울에 올라오면, 역에서 길을 잃는 경우가 흔했다고 했다. “버스 탈 줄도 모르고 행선지도 잘 모르는 어르신들이 많았죠.” 마씨는 그런 노인들을 볼 때마다 대신 전화를 걸어서 주소를 확인한 다음, 택시를 불러 기사에게 만원씩 쥐여주면서 “집에 꼭 모셔다드려라”고 당부하곤 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이어져 돼지저금통도 두게 됐다”고 했다. “먹자골목이라서 식당 손님이 줄어들면 편의점 손님도 줄어들죠. 요즘은 밥만 먹고 살고 있습니다.” 마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편의점 매출도 줄었다고 했다. 그는 아르바이트 2명과 함께 하루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한다. 아르바이트비를 빼고 나면 마씨 몫은 생각만큼 많지않다고 했다. 마씨는 하루빨리 코로나가 진정돼 손님이 늘어나기를 바랐다. 코로나19로 국민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돈과 물품을 기부하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중에는 마씨 부부처럼 자신들도 힘들지만,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달라며 돈과 물품을 기탁하는 경우도 많아 주위 사람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지난 3월18일에는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은 한 시민이 금천구 독산1동 주민센터 분소에 찾아와 이범순 분소장에게 쇼핑백 하나를 주고 떠났다. 쇼핑백 안에는 “저는 지체장애 2급 수급자입니다. 국가와 국민이 저를 도와주셔서 보답하고자 합니다”라고 적힌 편지와 함께 현금 20만원, 마스크 9장이 들어 있었다. 관악구 삼성동에 사는 한 노인은 3월5일 삼성동 주민센터로 찾아와 그동안 한푼 두푼 모아온 기초생활수급비를 담은 봉투를 주고 갔다. 이 노인은 코로나19가 의심돼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보냈는데, 구청과 주민센터 직원의 따뜻한 마음에 고마움을 느껴 ‘내가 받은 도움을 이제는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3월23일 강서구 공항동 송정초 3학년 한 어린이는 공항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대구 지역 의료진을 위해 써달라며 편지와 함께 16만106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전달했다. 편지에는 “고생하시는 대구 의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코로나19 확진자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죠? 힘내세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3월4일에는 초등학생 두 명이 강서구 가양1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응원 편지와 7만1천원을 전달했다. 이처럼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작은 것’을 기꺼이 내놓는 사람들의 바람은 한결같았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마씨 부부는 사업에 실패한 뒤 2016년 5월부터 이곳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편의점 2개를 운영했는데, 지난해 3월 운영이 어려워져 한 곳을 접어야 했다. 마씨는 편의점을 운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돼지저금통을 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맛나는 거리’가 음식점과 주점이 몰려 있는 먹자골목이라서 저녁이 되면 취객들이 편의점을 많이 찾는다. 마씨는 물건을 산 취객이 소액 거스름돈을 잘 안 받아 간다고 했다. “손님들이 50원, 100원 소액 거스름돈은 받아 가기 싫어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금통을 한번 놔보자고 생각했죠.” 돼지저금통을 놓고 나니 의외로 손님들의 호응이 좋았다. 손님들은 불우이웃을 돕는다고 적힌 돼지저금통에 물건을 사고 받은 거스름돈이나 가지고 있던 동전을 쑥쑥 집어넣었다. 마씨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4년 동안 돼지저금통을 총 6번 독산4동 주민센터에 기탁했다. 모두 175만원이다. “요즘은 5~6개월 정도 지나면 저금통이 꽉 차죠.” 마씨는 처음에는 저금통이 빨리 가득 찼지만, 요즘은 경기가 어려워져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처음에는 돼지저금통을 놔두고 의심도 많이 받았다. 마씨는 근처에서 술 한잔 하고 편의점에 들른 손님 중에는 ‘이것 해서 뭣에 쓰려고 하냐’ ‘정말 불우이웃 돕기 하는 데 가져다주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돼지저금통을 기탁한 다음에는 얼마를 기탁했다는 내용을 써서 손님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편의점 안에 붙였다. 마씨가 이웃을 돕는 일을 한 것은 영등포역 앞에서 사업을 할 때부터다. 당시 시골 노인들이 자녀들이 있는 서울에 올라오면, 역에서 길을 잃는 경우가 흔했다고 했다. “버스 탈 줄도 모르고 행선지도 잘 모르는 어르신들이 많았죠.” 마씨는 그런 노인들을 볼 때마다 대신 전화를 걸어서 주소를 확인한 다음, 택시를 불러 기사에게 만원씩 쥐여주면서 “집에 꼭 모셔다드려라”고 당부하곤 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이어져 돼지저금통도 두게 됐다”고 했다. “먹자골목이라서 식당 손님이 줄어들면 편의점 손님도 줄어들죠. 요즘은 밥만 먹고 살고 있습니다.” 마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편의점 매출도 줄었다고 했다. 그는 아르바이트 2명과 함께 하루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한다. 아르바이트비를 빼고 나면 마씨 몫은 생각만큼 많지않다고 했다. 마씨는 하루빨리 코로나가 진정돼 손님이 늘어나기를 바랐다. 코로나19로 국민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돈과 물품을 기부하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중에는 마씨 부부처럼 자신들도 힘들지만,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달라며 돈과 물품을 기탁하는 경우도 많아 주위 사람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지난 3월18일에는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은 한 시민이 금천구 독산1동 주민센터 분소에 찾아와 이범순 분소장에게 쇼핑백 하나를 주고 떠났다. 쇼핑백 안에는 “저는 지체장애 2급 수급자입니다. 국가와 국민이 저를 도와주셔서 보답하고자 합니다”라고 적힌 편지와 함께 현금 20만원, 마스크 9장이 들어 있었다. 관악구 삼성동에 사는 한 노인은 3월5일 삼성동 주민센터로 찾아와 그동안 한푼 두푼 모아온 기초생활수급비를 담은 봉투를 주고 갔다. 이 노인은 코로나19가 의심돼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보냈는데, 구청과 주민센터 직원의 따뜻한 마음에 고마움을 느껴 ‘내가 받은 도움을 이제는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3월23일 강서구 공항동 송정초 3학년 한 어린이는 공항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대구 지역 의료진을 위해 써달라며 편지와 함께 16만106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전달했다. 편지에는 “고생하시는 대구 의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코로나19 확진자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죠? 힘내세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3월4일에는 초등학생 두 명이 강서구 가양1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응원 편지와 7만1천원을 전달했다. 이처럼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작은 것’을 기꺼이 내놓는 사람들의 바람은 한결같았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