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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청년 점포와 취약계층 연계
18개 점포가 265명에게 도시락 전달
채식전문 베지베어, ‘비건 햄버거’ 인기
“맛에다 건강까지, 두 토끼 잡을래요”
13일 신촌박스퀘어 2층 베지베어에서 공동대표 고다현(왼쪽부터)·조은하·민성주씨가 완성된 배달도시락을 들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13일 오전 9시, 서대문구 신촌역로 22-5에 위치한 신촌박스퀘어 공공임대상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줄어 매출에 비상이 걸렸던 이곳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날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을 비롯한 구청 관계자와 청년 요식업자들이 도시락을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대문구청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영업난을 겪는 청년 요식업자들과 복지시설 휴관으로 식사 지원 중단에 처한 취약계층을 동시에 지원하고자, 청년 점포에서 만든 도시락을 취약계층에게 배달 제공하는 사업이 시작된 첫날 풍경이다. 이번 지원 사업에는 대표자 나이가 만 19~39살인 청년 점포 18곳이 참여했다. 사업비(5236만원) 소진 때까지 서대문구 내 14개 동 265명의 취약계층에게 1일1식이 지원될 예정이다.
지난해 전국 ‘청년키움식당’ 우수사례 대상을 받은 식당 ‘베지베어’(Vege Bear)도 이날 구슬땀을 흘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하는 청년키움식당은 외식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대학생을 대상으로 창업 전 사업장·교육 컨설팅·주방기구·비품·홍보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공동대표 고다현(23), 민성주(23)씨, 조은하(23)씨로 구성된 베지베어는 지난해 4월1일 청년키움식당으로 선정돼 박스퀘어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개점한 지 이틀 동안 매장 앞에는 100m에 이를 정도로 줄이 이어졌다고 한다. 당시 선보인 독특한 채식 메뉴가 크게 인기를 모았던 덕분이다. “하루 매출 180만원 넘게 나왔다.” 고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베지베어 공동대표 모두 이화여대 재학생이어서, 주변 상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고 성공 비결을 설명했다. 이화여대 내 채식 동호회가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정작 학교 주변에 비건 음식이 부족했던 것에 이들은 주목했다. 샐러드, 샌드위치 등 ‘한 끼’로는 어쩐지 아쉬운, 포만감이 낮은 음식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자연히 든든한 한 끼가 될 수 있는 비건 음식을 만드는 게 목표가 됐다. 그래서 탄생한 게 ‘덮밥 도시락’과 ‘비건 햄버그스테이크’다. 이날 베지베어 대표들은 취약계층에게 전달할 13인분의 비건 햄버그스테이크를 만들었다. 메뉴명은 햄버그스테이크지만 오직 두부, 채소 등으로 만들어진 비건 음식이다. 박스퀘어 2층에서 <서울&>과 만난 이들은 “실제 고기가 아니어서 식감이 부드럽다. 어린이는 물론 노인분들도 한입에 드실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비건 햄버그스테이크를 한술 떠보니 씹지 않아도 자잘하게 부서졌고, 채식인데도 고기 맛이 났다. 고씨는 “그동안 다양한 비건 식당에서 햄버그스테이크를 먹어봤지만 대부분 콩 맛이 나거나, 마치 통조림 햄처럼 바스러지는 식감이 느껴져 아쉬웠다”고 말했다. 반년간 메뉴 개발에 공들인 결과 두부에 갖가지 향신료를 넣어 감칠맛이 나는 햄버그스테이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식감도 실제 햄버거처럼 부드럽게 입안에서 부서지도록 했다. 이날 햄버그스테이크를 배달받은 박동기(가명·75)씨는 “비건 음식을 처음 먹어봤다. 분명히 고기 맛이 나는데 고기가 아니라고 해서 신기했다. 씹기 편해 소화도 잘됐다. 코로나19 때문에 난리인데, 이렇게 집까지 배달해줘서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대학생이었지만 이제는 프로 요리사로 거듭났다는 이들의 팔과 손에는 화상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가지, 새송이버섯, 양파 등 갖가지 채소를 센 불에 볶는 과정에서 생긴 ‘훈장’이라고 한다. 덕분에 ‘덮밥 도시락’은 베지베어의 또 다른 인기 메뉴가 됐다. 민씨는 “센 불에 볶아야 채소 식감이 좋아진다. 중화요리 같은 대중적인 ‘불맛’도 낼 수 있다. 보통 비건 음식이라고 하면 주로 담백한 맛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비건 음식에 대한 이런 열정은 어디서 나온 걸까. 베지베어 대표 모두 대학 시절 비건 관련 책이나 채식주의자인 지인을 통해 채식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한다. 고씨는 “채식은 비단 동물권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하루 한 끼만 고기를 먹지 않아도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 것도 눈에 띈다. 한 예로 비닐 사용을 금했으며, 음료는 종이 빨대와 뚜껑 중에 하나만 택할 수 있다. ‘채식이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창업한 지 1년 만에 코로나19 여파를 맞았다. 어려움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민씨는 “박스퀘어 임대료가 월 10만원 수준인데다 이마저도 서대문구청에서 4월부터 3개월간 면제 조치를 해줬다”고 밝게 답했다. ‘코로나19의 소강 여부를 보고 월세 면제를 더 연장해줄 수도 있다’는 서대문구청의 말에, 더욱 힘이 났다고 한다. 채식의 대중화 이외에도, 이번 도시락 지원 사업을 통해 베지베어에는 또 다른 포부가 생겼다고 한다. 이들은 “그동안 어려운 어르신들이 지원받는 식사는 비빔밥, 설렁탕 등 일반적인 한식 메뉴가 대부분이었다고 들었다. 시중에서 맛보기 어려운, 건강한 비건 음식을 그분들께 전할 기회인 만큼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음식을 정성껏 만들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개점한 지 이틀 동안 매장 앞에는 100m에 이를 정도로 줄이 이어졌다고 한다. 당시 선보인 독특한 채식 메뉴가 크게 인기를 모았던 덕분이다. “하루 매출 180만원 넘게 나왔다.” 고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베지베어 공동대표 모두 이화여대 재학생이어서, 주변 상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고 성공 비결을 설명했다. 이화여대 내 채식 동호회가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정작 학교 주변에 비건 음식이 부족했던 것에 이들은 주목했다. 샐러드, 샌드위치 등 ‘한 끼’로는 어쩐지 아쉬운, 포만감이 낮은 음식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자연히 든든한 한 끼가 될 수 있는 비건 음식을 만드는 게 목표가 됐다. 그래서 탄생한 게 ‘덮밥 도시락’과 ‘비건 햄버그스테이크’다. 이날 베지베어 대표들은 취약계층에게 전달할 13인분의 비건 햄버그스테이크를 만들었다. 메뉴명은 햄버그스테이크지만 오직 두부, 채소 등으로 만들어진 비건 음식이다. 박스퀘어 2층에서 <서울&>과 만난 이들은 “실제 고기가 아니어서 식감이 부드럽다. 어린이는 물론 노인분들도 한입에 드실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비건 햄버그스테이크를 한술 떠보니 씹지 않아도 자잘하게 부서졌고, 채식인데도 고기 맛이 났다. 고씨는 “그동안 다양한 비건 식당에서 햄버그스테이크를 먹어봤지만 대부분 콩 맛이 나거나, 마치 통조림 햄처럼 바스러지는 식감이 느껴져 아쉬웠다”고 말했다. 반년간 메뉴 개발에 공들인 결과 두부에 갖가지 향신료를 넣어 감칠맛이 나는 햄버그스테이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식감도 실제 햄버거처럼 부드럽게 입안에서 부서지도록 했다. 이날 햄버그스테이크를 배달받은 박동기(가명·75)씨는 “비건 음식을 처음 먹어봤다. 분명히 고기 맛이 나는데 고기가 아니라고 해서 신기했다. 씹기 편해 소화도 잘됐다. 코로나19 때문에 난리인데, 이렇게 집까지 배달해줘서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대학생이었지만 이제는 프로 요리사로 거듭났다는 이들의 팔과 손에는 화상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가지, 새송이버섯, 양파 등 갖가지 채소를 센 불에 볶는 과정에서 생긴 ‘훈장’이라고 한다. 덕분에 ‘덮밥 도시락’은 베지베어의 또 다른 인기 메뉴가 됐다. 민씨는 “센 불에 볶아야 채소 식감이 좋아진다. 중화요리 같은 대중적인 ‘불맛’도 낼 수 있다. 보통 비건 음식이라고 하면 주로 담백한 맛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비건 음식에 대한 이런 열정은 어디서 나온 걸까. 베지베어 대표 모두 대학 시절 비건 관련 책이나 채식주의자인 지인을 통해 채식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한다. 고씨는 “채식은 비단 동물권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하루 한 끼만 고기를 먹지 않아도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 것도 눈에 띈다. 한 예로 비닐 사용을 금했으며, 음료는 종이 빨대와 뚜껑 중에 하나만 택할 수 있다. ‘채식이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창업한 지 1년 만에 코로나19 여파를 맞았다. 어려움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민씨는 “박스퀘어 임대료가 월 10만원 수준인데다 이마저도 서대문구청에서 4월부터 3개월간 면제 조치를 해줬다”고 밝게 답했다. ‘코로나19의 소강 여부를 보고 월세 면제를 더 연장해줄 수도 있다’는 서대문구청의 말에, 더욱 힘이 났다고 한다. 채식의 대중화 이외에도, 이번 도시락 지원 사업을 통해 베지베어에는 또 다른 포부가 생겼다고 한다. 이들은 “그동안 어려운 어르신들이 지원받는 식사는 비빔밥, 설렁탕 등 일반적인 한식 메뉴가 대부분이었다고 들었다. 시중에서 맛보기 어려운, 건강한 비건 음식을 그분들께 전할 기회인 만큼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음식을 정성껏 만들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