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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키우는 ‘라디오스타’

등록 : 2016-06-23 16:00 수정 : 2016-06-2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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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 박나래는 어디에서 떴을까? 2006년 <한국방송>(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10년 동안 꾸준히 활동했지만, 그의 진가를 알아본 건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 라디오스타>다. 2012년 데뷔한 걸그룹 피에스타 멤버 차오루도 지난해 12월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이후 <우리 결혼했어요> 등 예능프로그램 섭외 1순위가 됐다. 2002년 데뷔한 그룹 노을의 강균성도 지난해 2월 <라디오스타>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상무를 흉내내는 식의 예능감으로 데뷔 13년 만에 떴다. 이제 스타는 <라디오스타>가 키운다는 말이 나온다. <라디오스타>는 무명의 연예인들한테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한 번 출연에 인생이 달라질 수 있으니, 말만 하는 ‘토크’ 프로그램을 넘어선다. 연예인들의 준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성대모사 등 다양한 개인기를 연습해 온다. 가수 유재환은 출연 전날 유상무를 찾아가 부엉이 퍼포먼스를 배웠고, 최양락 성대모사 등을 연습했다. 홍윤화는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분장을 준비해 와 녹화 도중 선보이기도 했다. 걸그룹 댄스, 노래, 랩 등 다양한 퍼포먼스는 기본이다. 한 연예인 관계자는 “예전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찾기 바빴는데, 요즘은 어떤 개인기를 선보일지 등을 회사 차원에서 고민한다”고 했다.  

기회를 잡아야 고민도 한다. 스타 등용문이 되면서 <라디오스타>에 출연하려는 이들의 노크가 끊이지 않는다. 톱스타가 아니라면 제작진이 알아서 찾아주기만 기다렸다가는 기회는 없다. 자주 찾아가 얼굴을 보여야 하는데, 요령이 필요하다. <라디오스타> 등 토크 프로그램들은 매회 주제를 정해 관련 연예인들을 섭외한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친구들은 스타인데 나만 무명이라거나, 4차원 등 콘셉트를 잡아서 제작진한테 어필한다. 그러다 보면 비슷한 출연자를 찾을 때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균성도 그런 경우다. 강균성을 섭외했던 당시 <라디오스타> 피디는 “‘보기에는 멀쩡한데 알고 보면 굉장히 독특한’ 콘셉트를 찾다가 오래전에 얘기를 들었던 강균성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래도 토크 프로그램인 만큼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갖고 있어야 한다. 박나래는 춤 등도 웃겼지만, 배꼽 잡는 ‘말발’로 화제를 모았다. 나만의 에피소드가 다양해야 한다. 내가 뭘 했나, 치부를 까발리는 용기도 필요하다. 매니저, 친구 등의 이야기를 긁어모아 내 이야기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연예인들은 출연이 결정되면 작가들과 사전 인터뷰를 한다. 이때도 자신만의 개성을 돋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작가들은 긴 시간 얘기를 나누면서 행동, 느낌 등을 캐릭터로 반영한다. 노력하는 자가 라디오 ‘스타’가 된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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