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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면허 박씨 보건소 검체검사 자청
“의사로서 어떻게 하든 힘 보태고 싶어”
3월부터 방호복·마스크 착용 구슬땀
묵묵히 구석구석 활약하는 요원 많아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 박동호씨가 지난 3월2일부터 자원근무를 하는 서초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 박씨가 선별진료소 앞에서 코로나19 검체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을 맞이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지난 4월13일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서초구청 보건소에 배치돼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체검사와 통역 업무를 맡은 구 사회복무요원들이 맹활약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김종호 서울지방병무청장으로부터 걸려온 감사의 전화였다. 한 사회복무요원이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에 연루돼 개인 신상 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급격히 확산하던 시기였다. 김 청장은 “사회복무요원들의 활약은 국가 정보요원 못지않다”고 치하하고, 표창장을 수여하고 싶다며 대상자를 선정해달라고 조 구청장에게 요청했다. 3월2일부터 서초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배치돼 문진과 검체검사를 담당하는 박동호(30) 사회복무요원이 통역 업무를 맡은 염주엽(26·영어 통역), 홍성수(25·일본어 통역과 공적마스크 약국 지원) 등 다른 사회복무요원 두 명과 함께 표창장 수여 대상자로 선정됐다. 김 청장은 11일 이후 서초구청을 직접 찾아가 이 세 명에게 서울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표창장을 줄 예정이다.
2개월 이상 하루 3시간 이상 방호복과 호흡기 질환자를 상대할 때 쓰는 두꺼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박씨의 보건소 근무는 본인이 자청해서 이뤄진 것이다. 2019년 차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 의사 면허증을 소지한 박씨는 공중보건의가 아닌 구청에서 일반행정업무를 지원하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다. 지난 2월 대구에서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심각해지자 대구로 자원봉사차 내려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긴 연차 휴가를 내기 어렵고 서초구청에도 의료 인력이 필요하다는 상사의 이야기를 듣고 구청 보건소 근무를 자원했다.
“애초부터 코로나19 관련 논문을 보다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걱정을 하긴 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터지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의사로서 어떻게 하든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2월28일 보건소 업무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애초 감사담당관실에서 안전도시과로 재배치된 박씨는 해외입국자와 유학생 검체검사가 의무화된 3월 말에는 시간당 스무 명가량 검체검사를 하는 고된 일과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처음 검체검사를 할 때는 자신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는 않을지 떨렸다고 한다. 그러나 비인두점막에 있는 세포를 채취하려면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면봉을 콧구멍에서 10~15㎝까지 깊숙이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검진자 대부분이 아프다는 반응을 보여 검체검사를 처음 해보는 박씨로서는 제대로 채취하지 못할까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힘들거나 지치지는 않았는지”를 묻자 그는 “몸은 힘들고 정신이 없긴 했지만 솔직히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하든 국가에 이바지하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그냥 그런 일을 해서 기쁠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박씨는 미국 대학에서 생화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분자의학을 공부하다 의대 공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뒤늦게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그의 가족은 보건소 자원근무에 모두 지지를 보내줬다고 한다. 부모님은 “어떤 방식으로든 너의 의료기술로 도움을 주도록 해라” “이런 때 네가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적극적으로 보건소 근무를 권유했다고 한다. 지난해 결혼한 부인도 “본인이 원하면 하라”고 박수를 보냈다. 엔번방 사태에 사회복무요원이 연루된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사회복무요원이란 사람이 (남의 인적 사항을 빼돌리는) 큰 실수를 한 것은 정말 아쉽습니다. 욕먹는 것은 당연하죠. 그러나 사회복무요원으로 맡은 바 임무를 묵묵히 담당하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역 순찰이나 지하철 청소 등 말 그대로 사회를 위해 복무하는 요원이 많아요.”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최근 엔번방 사건 때문에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시민들 인식이 악화돼 같은 사회복무요원이라는 이유로 한데 묶여서 비난을 받다보니 열심히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도 침체돼 있었다”며 “코로나19 극복에 사회복무요원들이 앞장서서 자신들의 노력과 재능을 헌신적으로 쏟아내고 있다는 점을 시민들이 알아주신다면 사회복무요원들이 훨씬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2월28일 보건소 업무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애초 감사담당관실에서 안전도시과로 재배치된 박씨는 해외입국자와 유학생 검체검사가 의무화된 3월 말에는 시간당 스무 명가량 검체검사를 하는 고된 일과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처음 검체검사를 할 때는 자신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는 않을지 떨렸다고 한다. 그러나 비인두점막에 있는 세포를 채취하려면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면봉을 콧구멍에서 10~15㎝까지 깊숙이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검진자 대부분이 아프다는 반응을 보여 검체검사를 처음 해보는 박씨로서는 제대로 채취하지 못할까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힘들거나 지치지는 않았는지”를 묻자 그는 “몸은 힘들고 정신이 없긴 했지만 솔직히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하든 국가에 이바지하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그냥 그런 일을 해서 기쁠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박씨는 미국 대학에서 생화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분자의학을 공부하다 의대 공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뒤늦게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그의 가족은 보건소 자원근무에 모두 지지를 보내줬다고 한다. 부모님은 “어떤 방식으로든 너의 의료기술로 도움을 주도록 해라” “이런 때 네가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적극적으로 보건소 근무를 권유했다고 한다. 지난해 결혼한 부인도 “본인이 원하면 하라”고 박수를 보냈다. 엔번방 사태에 사회복무요원이 연루된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사회복무요원이란 사람이 (남의 인적 사항을 빼돌리는) 큰 실수를 한 것은 정말 아쉽습니다. 욕먹는 것은 당연하죠. 그러나 사회복무요원으로 맡은 바 임무를 묵묵히 담당하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역 순찰이나 지하철 청소 등 말 그대로 사회를 위해 복무하는 요원이 많아요.”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최근 엔번방 사건 때문에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시민들 인식이 악화돼 같은 사회복무요원이라는 이유로 한데 묶여서 비난을 받다보니 열심히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도 침체돼 있었다”며 “코로나19 극복에 사회복무요원들이 앞장서서 자신들의 노력과 재능을 헌신적으로 쏟아내고 있다는 점을 시민들이 알아주신다면 사회복무요원들이 훨씬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