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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임, 뮤지컬, 드라마로도 선보인 만화 <바람의 나라>를 25년 동안 그려 온 김진 작가가 자신의 작품과 이번에 홍보대사를 맡게 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바람의 나라’, 어떤 이는 2008년 송일국이 주연한 <한국방송공사>(KBS)의 특집 드라마로, 누구는 1996년 넥슨이 내놓은 온라인 게임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2001년 처음 무대에 올려진 창작 뮤지컬로 기억한다. 그러고 보니 2004년에 나온 동명의 소설도 있다.
이 모든 ‘바람의 나라’의 출발점에 1992년 시작된 김진(56) 작가의 만화 <바람의 나라>가 있다. 고구려 2대 유리왕과 그 아들 대무신왕(무휼), 손자 호동 왕자로 이어지는 가족사를 다룬 역사 판타지물이다. 만화에 그치지 않고 게임, 뮤지컬, 드라마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됐으니, 요즘 화두인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성공 사례로 일컬어질 만하다. 특히 김 작가는 뮤지컬 대본과 소설을 직접 썼고, 게임 제작 과정에도 간접적으로 참여했다.
다양한 장르에 ‘욕심’이 많은 김 작가가 이번에는 만화·애니메이션을 널리 알리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7월 6~10일 열리는 제20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2016, 시카프2016)에서 홍보대사를 맡았다. 만화 축제와 전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애니메이션 영화제는 씨지브이(CGV) 명동역에서 각각 열린다.
“벌써 20회네요. 1995년 첫 시작 때부터 줄곧 시카프를 지켜보고 참여했지요. 글로벌한 차원에선 혹시 부족한 점이 보일 수도 있지만,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세계로 나아가는 전진기지로서의 틀은 훌륭하게 갖췄다고 봅니다. 어깨가 무겁네요.”
시카프는 20여 년의 역사 속에서 국제애니메이션필름협회(ASIFA, 아시파)가 인정하는 세계 5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의 위상을 확보했다고 평가받는다. 프랑스 안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일본 히로시마,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리는 애니메이션 영화제와 어깨를 견줄 정도가 됐다는 얘기다. 올해 시카프에선 88개 국가에서 2146개의 애니메이션이 수급돼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33개국 123개 작품이 본선 공식 경쟁 부문에서 기량을 겨룬다. 올해 슬로건은 ‘와이파이 시카프(WIFI SICAF)’로, 세계인의 일상에 와이파이처럼 친숙하게 시카프의 문화가 향유되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냥 와서 둘러보며 즐기시면 됩니다. 만화는 그림 자체가 워낙 직관적이라 0살에서 100살까지 누구든 호감이 가는 캐릭터가 있거든요.”
홍보대사라는 책임과는 별도로, 이번 시카프는 김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행사 기간 동안 디디피(DDP)에서는 <바람의 나라> 특별전시회가 열린다. 1992년부터 <바람의 나라>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자리다. 그가 그린 주요 캐릭터들의 원화는 물론이고, 뮤지컬 <바람의 나라>의 영상, 온라인 게임 등도 만날 수 있다. “햇수로 25년째네요.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바람의 나라>를 그리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요.”
그의 대표작이 된 <바람의 나라>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애초 구상했던 3부작을 기준으로 보면 3부의 중반 정도에 다다른 상태라고 한다. 지금까지 모두 26권의 만화책으로 출간됐고, 만화와는 별개로 <바람의 나라 SE>가 5권 나왔다. <바람의 나라 SE>는 만화의 1·2부를 옮긴 ‘스페셜 에디션’(한정판)이다. 김 작가는 기존 원고를 100% 디지털에 적합하게 리터치하고, 작화와 대사, 연출을 재구성했다고 한다. 아울러 700쪽 분량의 원고도 새로 추가했다. “만화 시장이 대본소에서 잡지, 그리고 디지털로 진화하는 과정에 맞춰 새로운 <바람의 나라>를 독자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어요. 오래전에 시작한 작품이라 독자층이 많이 달라졌고, 20년 전의 그림이나 표현은 지금에 익숙하지도 않고….”
그의 대표작이 된 <바람의 나라>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애초 구상했던 3부작을 기준으로 보면 3부의 중반 정도에 다다른 상태라고 한다. 지금까지 모두 26권의 만화책으로 출간됐고, 만화와는 별개로 <바람의 나라 SE>가 5권 나왔다. <바람의 나라 SE>는 만화의 1·2부를 옮긴 ‘스페셜 에디션’(한정판)이다. 김 작가는 기존 원고를 100% 디지털에 적합하게 리터치하고, 작화와 대사, 연출을 재구성했다고 한다. 아울러 700쪽 분량의 원고도 새로 추가했다. “만화 시장이 대본소에서 잡지, 그리고 디지털로 진화하는 과정에 맞춰 새로운 <바람의 나라>를 독자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어요. 오래전에 시작한 작품이라 독자층이 많이 달라졌고, 20년 전의 그림이나 표현은 지금에 익숙하지도 않고….”
마침 만화의 1·2부를 완결짓는 한정판 6권이 최근 출간돼 7월9일 오후 디디피에서 저자 사인회도 연다. 2009년 단행본 26권이 나온 뒤 멈췄던 3부의 이야기도 재개할 계획이다.
“연재는 그야말로 전투 같아요. 처음에 5년 정도 생각했던 <바람의 나라>가 지금까지 이어진 건 독자의 힘이 컸습니다. 작품의 이야기조차도 작가가 전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끌어 주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독자를 “원하고 기다려 주는 존재, 그만두겠다고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존재”라고 표현했다. 또 “작가가 틀렸을 때 잘못을 지적해 주는 존재”라고도 했다. 특히 <바람의 나라> 같은 역사물의 경우에는 독자들의 지적에 많은 빚을 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작가는 1983년 <바다로 간 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바람의 나라> 외에도 <달의 신전> <레모네이드처럼> <조그맣고 조그맣고 조그마한 사랑 이야기> 등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도 홍익대 인근의 작업실에서, 대체로 밤 12시에서 새벽 4시까지 만화를 그린다. 흔히 말하는 ‘부엉이 작가’의 전형이다.
“만화 작가들 사이에는 ‘아침부터 종달대는 종달새 때문에 부엉이들 다 죽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오전에 전화를 걸거나 약속을 하는 작가들을 두고 하는 농담이지요. 오랜 습관 때문인지 밤 12시가 넘어야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도 생기더라구요.”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