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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오지 마라”, 곧 “와달라” 요청
‘소아암 환자 운동’ 만들고 큰 보람 느껴
올해 코로나로 직접 배달 못하게 되자
마포방송과 영상 촬영…6월 배포 예정
고봉길 마포문화재단 생활체육팀장이 14일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지하에 있는 헬스클럽에서 밝게 웃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처음에는 장사하는 데 방해된다며 가라고 하더니, 입소문이 나자 자꾸 와달라고 하더라구요.”
8년째 운동 배달 서비스를 기획해 운영하는 고봉길(48) 마포문화재단 생활체육팀장은 지금까지 ‘운동 소외’ 주민 1300여 명에게 운동 배달을 해왔다. 14일 마포구 대흥동 마포문화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고 팀장은 그동안 “주민들 호응을 얻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운동 배달’ 요청이 늘어날수록 보람도 커졌다”고 했다.
고 팀장은 2014년 ‘시장통(痛)해방 프로젝트-걱정마요 김여사’를 시작으로 2015년 마포구 여성건강관리사업 ‘찾아가는 건강검진-건강 수레’, 2016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와 함께 ‘예술로 자립보행’, 2018년부터 2019년까지는 노인 낙상 예방을 위한 ‘실버헬스케어’ 등 운동 배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운동 배달’은 다양한 이유로 운동할 시간을 내지 못하는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서 운동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2013년 마포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의 제안으로 조합원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 계기가 됐다. 본격적인 시작은 이듬해 망원시장과 홍대상인회 등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통해방 프로젝트-걱정마요 김여사’ 프로그램이다. 시장 상인들은 허리를 자주 굽히거나 한쪽 손을 많이 사용하는 등 장시간 반복된 동작으로 목, 어깨, 손목, 허리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몸의 균형이 무너져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기도 한다. “운동 때문에 가게를 비울 수 없는 상인들 상황에 맞춰, 직접 가게로 찾아가서 운동 방법을 알려주게 됐죠.” 시장 상인들은 노동 시간이 길고 따로 운동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직접 상인들이 있는 시장으로 찾아가 적절한 운동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몸의 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고 팀장은 “영업 시작 전이나 영업 중간 잠시 쉬는 시간을 이용해 건강을 위한 맞춤형 스트레칭 방법을 알려줬다”고 했다. 건강 수레는 2015년 망원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은행 직원이 은행을 찾을 시간이 없는 상인을 위해 직접 손수레를 끌고 시장을 다니면서 은행 업무를 보는 데 착안해 건강 수레를 만들었다. 건강 수레에는 스포츠 테이프, 파스, 탄력밴드, 마사지볼, 지압기 등 건강 회복에 필요한 각종 도구를 싣고 다닌다. 건강수레팀은 떡집, 건어물가게, 반찬가게 등 시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상인들을 찾아가 문진하고 ‘맞춤 운동 프로그램’을 처방했다. 고 팀장은 “통증 완화를 위한 스트레칭 방법을 알려주고, 통증 부위에 스포츠 테이프를 감아 통증을 줄여주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는 “필요하면 마사지와 지압도 해줬는데 이 때문에 마사지사로 오해받은 적도 많다”며 웃었다. “‘가라 가라’에서 ‘와라 와라’로 바뀌었죠.” 고 팀장은 처음에는 상인들이 귀찮아하면서 가라고 하더니, 입소문이 난 뒤에는 서로 빨리 오라고 경쟁이 붙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장사 시간에 와서 불편하게 하느냐며 거부하는 상인이 많았는데, 한두 번 경험하고 난 뒤에는 아픈 곳을 가리키며 좀 봐달라는 상인이 늘어났습니다.” 고 팀장은 2016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와 함께 소아암을 앓는 환자들을 위해 ‘예술로 자립보행’을 진행한 것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완치기에 있는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체육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했는데, 오랜 투병 생활로 지친 환자들의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 만들었다. 암 환자는 운동하면 암세포가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고 팀장은 “암 환자의 운동 사례를 다룬 국내 문헌이 없어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애를 먹었다”며 “국립도서관 등에서 밤을 지새우며 각종 자료를 찾았다”고 했다. 프로그램은 오랜 투병 생활을 한 환자가 근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준비운동, 체형교정, 성장에 도움이 되는 스트레칭 등으로 구성됐다. 고 팀장은 “처음 시작할 때 부모들이 걱정을 많이 했지만, 프로그램이 끝난 뒤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며 “어른이 되면 운동을 가르치는 운동 멘토가 되겠다는 아이의 말을 들을 때 매우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노인들은 근력이 약해지고, 유연성이 떨어져 작은 충격에도 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대한노인회 마포구지회와 노인의 낙상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실버헬스케어도 진행했다. 낙상 예방법과 손쉽게 할 수 있는 근력 강화 운동으로 구성했다. 고 팀장은 “처음에는 귀찮아하지만 해보니까 너무 시원하다며 자주 와서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뿌듯하다”고 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마포구청 마포티브이(TV)와 함께 ‘코로나 블루를 이기는 실버헬스케어’를 영상으로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19일 마포방송국과 함께 영상을 제작해 6월 초 유튜브를 비롯해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고 팀장은 “내부 재원의 한계로 이런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계속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며 “외부 단체와 연계해 배달 운동 프로그램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운동 배달’은 다양한 이유로 운동할 시간을 내지 못하는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서 운동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2013년 마포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의 제안으로 조합원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 계기가 됐다. 본격적인 시작은 이듬해 망원시장과 홍대상인회 등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통해방 프로젝트-걱정마요 김여사’ 프로그램이다. 시장 상인들은 허리를 자주 굽히거나 한쪽 손을 많이 사용하는 등 장시간 반복된 동작으로 목, 어깨, 손목, 허리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몸의 균형이 무너져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기도 한다. “운동 때문에 가게를 비울 수 없는 상인들 상황에 맞춰, 직접 가게로 찾아가서 운동 방법을 알려주게 됐죠.” 시장 상인들은 노동 시간이 길고 따로 운동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직접 상인들이 있는 시장으로 찾아가 적절한 운동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몸의 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고 팀장은 “영업 시작 전이나 영업 중간 잠시 쉬는 시간을 이용해 건강을 위한 맞춤형 스트레칭 방법을 알려줬다”고 했다. 건강 수레는 2015년 망원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은행 직원이 은행을 찾을 시간이 없는 상인을 위해 직접 손수레를 끌고 시장을 다니면서 은행 업무를 보는 데 착안해 건강 수레를 만들었다. 건강 수레에는 스포츠 테이프, 파스, 탄력밴드, 마사지볼, 지압기 등 건강 회복에 필요한 각종 도구를 싣고 다닌다. 건강수레팀은 떡집, 건어물가게, 반찬가게 등 시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상인들을 찾아가 문진하고 ‘맞춤 운동 프로그램’을 처방했다. 고 팀장은 “통증 완화를 위한 스트레칭 방법을 알려주고, 통증 부위에 스포츠 테이프를 감아 통증을 줄여주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는 “필요하면 마사지와 지압도 해줬는데 이 때문에 마사지사로 오해받은 적도 많다”며 웃었다. “‘가라 가라’에서 ‘와라 와라’로 바뀌었죠.” 고 팀장은 처음에는 상인들이 귀찮아하면서 가라고 하더니, 입소문이 난 뒤에는 서로 빨리 오라고 경쟁이 붙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장사 시간에 와서 불편하게 하느냐며 거부하는 상인이 많았는데, 한두 번 경험하고 난 뒤에는 아픈 곳을 가리키며 좀 봐달라는 상인이 늘어났습니다.” 고 팀장은 2016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와 함께 소아암을 앓는 환자들을 위해 ‘예술로 자립보행’을 진행한 것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완치기에 있는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체육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했는데, 오랜 투병 생활로 지친 환자들의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 만들었다. 암 환자는 운동하면 암세포가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고 팀장은 “암 환자의 운동 사례를 다룬 국내 문헌이 없어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애를 먹었다”며 “국립도서관 등에서 밤을 지새우며 각종 자료를 찾았다”고 했다. 프로그램은 오랜 투병 생활을 한 환자가 근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준비운동, 체형교정, 성장에 도움이 되는 스트레칭 등으로 구성됐다. 고 팀장은 “처음 시작할 때 부모들이 걱정을 많이 했지만, 프로그램이 끝난 뒤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며 “어른이 되면 운동을 가르치는 운동 멘토가 되겠다는 아이의 말을 들을 때 매우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노인들은 근력이 약해지고, 유연성이 떨어져 작은 충격에도 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대한노인회 마포구지회와 노인의 낙상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실버헬스케어도 진행했다. 낙상 예방법과 손쉽게 할 수 있는 근력 강화 운동으로 구성했다. 고 팀장은 “처음에는 귀찮아하지만 해보니까 너무 시원하다며 자주 와서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뿌듯하다”고 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마포구청 마포티브이(TV)와 함께 ‘코로나 블루를 이기는 실버헬스케어’를 영상으로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19일 마포방송국과 함께 영상을 제작해 6월 초 유튜브를 비롯해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고 팀장은 “내부 재원의 한계로 이런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계속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며 “외부 단체와 연계해 배달 운동 프로그램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