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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23일 관내에서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장영록씨에게 냉방조끼를 입혀주고 있다.
한낮 최고 수은주가 섭씨 32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보된 23일 오전 10시20분께 서울 동대문구 전농1동 청량정보고등학교 담벼락.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폐지를 주워 살아가는 장영록(85)씨와 박남근(70)씨에게 냉방조끼를 입혀주며 “폐지 줍고 집에 돌아오면 냉장고에 조끼를 넣어두세요”라고 당부한다. 민선 7기 취임 2주년을 맞아 취약계층 등 현장 챙기기에 나선 유 구청장은 이날 장씨와 박씨에게 냉방조끼뿐 아니라 전농1동 희망복지위원회가 마련한 선풍기와 쌀·라면·마스크 등이 담긴 건강기원박스를 건넸다.
유 구청장은 민소매 차림인 장씨를 보고 “어르신, 뜨거우니까 소매 있는 것으로 입으세요”라고 권하며 요즘 폐지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물었다. 10년 넘게 폐지를 주웠다는 장씨는 “몇 년 전에는 ㎏당 1천원까지 한 적도 있는데 가격이 엄청나게 내렸다”고 말했다. 박씨도 “하루 종일 폐지를 주워봤자 반찬값이 될까 말까 한다”고 하소연한다. 아들이 있어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도 지정되지 못한 장씨는 “얼마 전에 폐지를 줍다가 넘어져 고관절 수술을 하고 한 달간 병원에 입원해 지금도 거동이 시원찮다. 한 달에 1만원도 못 번다”고 말했다. 7천만원 전세에 막내아들과 둘이 사는 장씨는 수급자 지정에도 제외된 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장씨는 “어떤 때는 쌀이 떨어져 굶을 때가 있다”며 “두 달 전에 넘어진 것도 먹지 못해서 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대문 전농1동 주민센터는 장씨와 박씨 이외에도 관내 폐지 어르신 10명에게 이달 안으로 냉방조끼를 지급할 예정이다.
유 구청장은 폐지 어르신들의 어려운 처지를 듣고 구청에서 일정 수준으로 폐지 가격을 보전해주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구청 관계자들에게 즉석에서 지시했다.
장씨는 “이렇게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니 우리나라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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