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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자료집 등 2만여건 전자화해
검색어로 누구든 쉽게 찾고 내려받아
“운동·연구 활성화 근간 되도록 지원”
재단 집중하려 3년 일찍 교수 그만둬
공익재단 숲과나눔의 장재연 이사장이 7월1일 서초구 양재동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환경예술 사진으로 유명한 크리스 조던 기증 작품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뒤편은 장 이사장이 직접 찍은 바다 생물 사진.
환경 분야 자료를 모은 아카이브 ‘풀숲’(ecoarchive.org)이 지난 4일 공식적으로 선보였다.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연합회 등 대표적인 환경단체 9곳과 공익재단 숲과나눔의 자료 2만여 건이 1단계로 실렸다. 연구나 활동 보고서, 토론회 자료집, 사례집, 사진 등을 디지털화해, 웹페이지가 100만에 이른다. 주제별 열쇳말은 물론 주요 환경 이슈나 단체 등 여러 분류로 검색할 수 있으며, 누구나 무료로 자료를 보고 내려받을 수 있다. 환경 운동의 시대별 열쇳말에 대한 연관어 분석 등 가공 자료도 볼 수 있다.
“아카이브 구축 전문기관에서 이런 방식은 처음이라 재밌고 뜻깊다고 했어요.” 지난 1일 양재동 숲과나눔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장재연(63) 이사장은 이렇게 전했다. 그는 약학 박사로 1994년부터 올해 2월까지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를 지냈다. 동시에 공해병, 직업병 등 환경 문제에서 피해를 입증하는 연구와 운동에 관여하며 실천가의 삶을 살아왔다.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기후변화건강포럼 공동대표 등 여러 환경 관련 단체에서 활동했다. 2012년부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아오고 있다. 2018년부터는 숲과나눔의 이사장으로 환경·안전·보건 분야 인재 양성과 대안 만들기에 나섰다.
숲과나눔은 출범 때부터 환경 분야의 자료 보관창고인 아카이브를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 3억원의 예산으로 지난 2년 동안 추진했다. ㈔국가기록연구원이 연구를 맡아 아카이브 범위와 설정, 주요 기록 생산자와 관리 현황 조사, 이해관계자 요구 분석 등을 했다. 이어 20~30년 활동하며 자료를 쌓아온 대표 환경단체들과 개별 업무 협약을 맺고, 단체들의 문서를 옮겨 전문업체가 전자문서로 바꿨다. 올해 1월부터는 아카이브 구축 업체가 단체 담당자들과 목록화, 콘텐츠 체계화 등을 6개월간 진행했다.
아카이브를 만드는 일은 많은 환경단체의 숙원사업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단체 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히기 위해서는 관련 자료를 온라인에서 검색해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재원 부족으로 자료를 쌓아놓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쉽게 훼손되고 소실되기 일쑤였다. 장 이사장은 “다양한 환경 보존 운동의 기록이 유실되고 보관할 공간이 없어서 버려지기도 했다”며 “해당 단체는 물론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기에 안타까웠다”고 했다. 2015년 무렵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장 이사장은 기록과 보관·저장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했다. 30년 동안 환경 문제와 현안을 파악하고 성찰하고 모색하며 열심히 쓴 글을 모아 올렸다. 그의 블로그 방문자는 60여만 명에 이른다. “자료가 쌓이면서 걸어온 길이 보이고 갈 길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전체 작업에서 자료를 색인화하고 목록을 만드는 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렸다. 단체의 원래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도 예상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 단체의 사무 공간이 차량이 바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아 상자 수백 개를 사람들이 직접 옮기기도 했단다. 환경을 위해 이면지 사용이 많아 자료 앞뒤를 꼼꼼히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기도 했다. 6월 한 달 동안 시범운영 기간을 거쳤다. 클릭 수는 4만 회 정도였다. 검색어 맞히기 이벤트 결과, 환경 이슈 관련해서는 ‘미세먼지, 플라스틱, 쓰레기’가 차례로 많이 나왔다. 반응도 다양했다. “꼭 하고 싶었지만 못했는데, 도와줘서 고맙다” “유료 아카이브가 많은데 무료여서 좋다” 등이 있었다. “현재의 환경 문제들에 대해 오래전부터 대책을 고민하고 노력한 단체와 활동가들의 기록을 보니 신기하다”는 이도 있었다. 장 이사장은 “격동의 시기에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단체들의 활동 기록을 사라지지 않게 살려내 보람을 느낀다”며 1단계를 마친 뒤 의욕적으로 다음 단계 진행에 나서고 있다. 그는 환경 분야 자료를 구글처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풀숲을 키워가려 한다. 풀뿌리 환경단체는 물론 학계, 개인 등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해 아카이브에 실으려 한다. “한두 해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 희망하는 곳의 소장 자료를 다 받아 디지털화해주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풀숲이 환경보전 활동 역사의 뼈대를 세우고, 환경 운동과 연구를 활성화하는 근간이 되도록 연구 지원 프로그램도 만들겠다”고 했다. 아카이브 공식 공개일에 창립 2주년을 맞은 숲과나눔은 출연 기업의 간섭을 전혀 받지 않고 재원을 쓸 수 있는 ‘보기 드문’ 공익재단이다. 이사회는 물론 직원들까지 출연 기업과 연관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기금을 출연하면서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했다”며 행운이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 재단이 성공적으로 잘 운영돼야 독립적인 공익재단이 더 늘 수 있기에 책임감이 커 더 열심히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2월 장 이사장은 스스로 정년을 3년 앞당겨 교수직을 그만뒀다. 재단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는 재단을 자신의 인생 마지막 과제로 생각하고 헌신하려 한다. 장 이사장은 “시민들에게는 씨앗과 열매, 휴식 공간을 아낌없이 나눠 주는 숲과 같은 곳이 되길 꿈꾼다”며 “신뢰받을 수 있는 환경 분야 인재를 키우고 대안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싶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아카이브를 만드는 일은 많은 환경단체의 숙원사업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단체 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히기 위해서는 관련 자료를 온라인에서 검색해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재원 부족으로 자료를 쌓아놓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쉽게 훼손되고 소실되기 일쑤였다. 장 이사장은 “다양한 환경 보존 운동의 기록이 유실되고 보관할 공간이 없어서 버려지기도 했다”며 “해당 단체는 물론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기에 안타까웠다”고 했다. 2015년 무렵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장 이사장은 기록과 보관·저장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했다. 30년 동안 환경 문제와 현안을 파악하고 성찰하고 모색하며 열심히 쓴 글을 모아 올렸다. 그의 블로그 방문자는 60여만 명에 이른다. “자료가 쌓이면서 걸어온 길이 보이고 갈 길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전체 작업에서 자료를 색인화하고 목록을 만드는 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렸다. 단체의 원래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도 예상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 단체의 사무 공간이 차량이 바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아 상자 수백 개를 사람들이 직접 옮기기도 했단다. 환경을 위해 이면지 사용이 많아 자료 앞뒤를 꼼꼼히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기도 했다. 6월 한 달 동안 시범운영 기간을 거쳤다. 클릭 수는 4만 회 정도였다. 검색어 맞히기 이벤트 결과, 환경 이슈 관련해서는 ‘미세먼지, 플라스틱, 쓰레기’가 차례로 많이 나왔다. 반응도 다양했다. “꼭 하고 싶었지만 못했는데, 도와줘서 고맙다” “유료 아카이브가 많은데 무료여서 좋다” 등이 있었다. “현재의 환경 문제들에 대해 오래전부터 대책을 고민하고 노력한 단체와 활동가들의 기록을 보니 신기하다”는 이도 있었다. 장 이사장은 “격동의 시기에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단체들의 활동 기록을 사라지지 않게 살려내 보람을 느낀다”며 1단계를 마친 뒤 의욕적으로 다음 단계 진행에 나서고 있다. 그는 환경 분야 자료를 구글처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풀숲을 키워가려 한다. 풀뿌리 환경단체는 물론 학계, 개인 등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해 아카이브에 실으려 한다. “한두 해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 희망하는 곳의 소장 자료를 다 받아 디지털화해주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풀숲이 환경보전 활동 역사의 뼈대를 세우고, 환경 운동과 연구를 활성화하는 근간이 되도록 연구 지원 프로그램도 만들겠다”고 했다. 아카이브 공식 공개일에 창립 2주년을 맞은 숲과나눔은 출연 기업의 간섭을 전혀 받지 않고 재원을 쓸 수 있는 ‘보기 드문’ 공익재단이다. 이사회는 물론 직원들까지 출연 기업과 연관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기금을 출연하면서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했다”며 행운이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 재단이 성공적으로 잘 운영돼야 독립적인 공익재단이 더 늘 수 있기에 책임감이 커 더 열심히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2월 장 이사장은 스스로 정년을 3년 앞당겨 교수직을 그만뒀다. 재단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는 재단을 자신의 인생 마지막 과제로 생각하고 헌신하려 한다. 장 이사장은 “시민들에게는 씨앗과 열매, 휴식 공간을 아낌없이 나눠 주는 숲과 같은 곳이 되길 꿈꾼다”며 “신뢰받을 수 있는 환경 분야 인재를 키우고 대안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싶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