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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예술인이 재난을 대하는 비법’ 프로그램 눈길
공연·전시·영상 등 전 장르에서 재난 대응 아이디어 모아
지난 8일 뮤지션 최고은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신곡 ‘우정의 정원’ 가사를 시민과 함께 만드는 참여형 콘텐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뮤지션 최고은씨, 인스타그램 댓글 통해 시민과 공동 작사
각자 찍은 화면들 모아 영화 만들고
조형물 3D 스캔 뒤 ‘온라인 다운로드’
예술가 동료에게 반찬 비대면 배달도
“이 곡의 멜로디를 듣고 ‘우정’에 대한 가사를 올려주세요.”
지난 8일 밤 10시 뮤지션 최고은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iamgonneofficial)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씨는 이날 그의 신곡 ‘우정의 정원’ 가사를 인스타그램에서 시민과 함께 만드는 참여형 콘텐츠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됐다. 예전보다 친구를 만나기 어려워졌다”며 “물리적으로 멀어진 인간관계에서 오는 고독을 위로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공연 예술가는 무대를, 대중은 현장에서 생생한 음악을 즐기는 일을 잠정적으로 잃어야만 했다. 최씨는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흩어진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망에서 모여 음악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것이 ‘우정의 정원으로’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고 안부를 묻는다는 의미에서 곡의 주제도 ‘우정’으로 정했다. 요즘 상황에 맞춘 일종의 새로운 ‘음악처방전’인 셈이다. “‘최고은’ 같은 뮤지션을 찾으러 왔다.” 세계적인 음악 행사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디렉터 맬컴 헤인스가 2017년 한국 방문 때 했던 말이다. 최씨는 최근 그의 프로젝트처럼 독특한 ‘소통’의 음악을 선보이며 국외에서 더 이름을 알렸다. 2013년 일본 <후지TV>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아시아 버서스’(Asia Versus)에서 최종 우승을 한 뒤, 세계 최대 음악페스티벌인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2014년, 2015년, 2019년)에 한국 뮤지션으로는 최초로 공식 초청받아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때 국외 팬들 사이에서 제2의 조니 미첼이라는 뜻인 ‘조니 포크’(Joni-Folk)라는 별칭도 얻었다. 조니 미첼(77)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평가를 받는 캐나다의 음악가이자 화가이다. 미국의 평론가 데이비드 야프가 전설적인 여성 뮤지션 조니 미첼에 대해 ‘내성적인 달변가’라고 했듯이 최씨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조용한 말투지만 노래를 부를 때는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시대상을 말하고 사람의 마음을 위로한다. 한 예로 첫 정규 앨범 <아이 워즈, 아이 앰, 아이 윌>(I Was, I Am, I Will)의 대표곡 ‘마이 사이드’(My Side)에서도 “기울어진 두 세계가 수직에서 수평으로”라는 가사를 통해 소통과 연결을 노래하기도 했다. 종로구 홍지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진행된 <서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정의 정원으로’ 프로젝트는 음악가가 대중에게 일방의 메시지를 말하지 않고, 대중과의 공동 작사를 통해 우정을 반추하며 현시대의 상처를 위로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작사가 완성될 때까지 정기적인 온라인 모임이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편곡·녹음 과정도 공개된다. 최대한 많은 이가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앞으로 매주 수요일 밤 10시마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접속하면 실시간 라이브 방송에서 댓글 참여를 통해 공동 작사를 할 수 있다. 향후 ‘우정의 정원’ 음원 발매 때 발생하는 음원 수익금에 대해서는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와 잘 맞는 곳을 찾아 기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삶은 고통 속에서 뭔가 의미를 발견해 보려는 것”이라는 철학자 니체의 말을 좋아했던 조니 미첼처럼 그 역시 코로나19 사태에서 공연예술가로서 대중과 동시대적인 고민을 나누는 ‘공동 작사 작업’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라는 재난을 맞아 침체한 문화예술계 위기를 극복하고 예술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최씨처럼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하는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인이 재난을 대하는 가지가지 비법’이라는 지원 사업을 통해서다. 코로나19 등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예술가들의 다양한 재난 대응 아이디어를 공모해 코로나19로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받은 예술가의 활동과 작품 제작 등을 지원하는 게 주 내용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단체), 기획자 등이 대상이며 공연, 전시, 영상, 출판 등 전 장르에 걸쳐 다양한 재난 대응 아이디어가 모였다. 눈에 띄는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다. 무용수 김호연씨는 ‘예술가의 시간을 아껴드립니다’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예술가들이 비자발적 휴식 기간에도 예술을 해야만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예술가의 실생활을 돕는 프로젝트다.
김씨는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대다수 예술가가 세금, 노무, 저작권 등 다양한 지식을 알아야 함에도 관련 지식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다”며 “유용한 지식을 예술가 입장에서 알기 쉽게 풀어주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상에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술 외 실무를 도와 궁극적으로는 시간 낭비를 줄이고 예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비대면으로도 영화를 촬영·제작하는 이가 있다. 영화감독 이도윤씨 얘기다. 우선 시나리오 작가가 글을 써서 스태프와 공유한 뒤 연출자는 각자의 역할에 맞는 배우들을 온라인으로 캐스팅한다. 배우들은 각자의 집 안, 파란 천을 붙인 벽 앞에서 연기하고 감독은 화상통화를 통해 촬영한다. 모든 등장인물의 연기가 모이면 컴퓨터그래픽(CG)팀이 파란 천 위에 배경을 합성한다. 최종적으로 편집자가 영상을 편집하고 그 위에 음악까지 얹으면 영화가 완성된다. 이처럼 각 분야의 스태프가 각자의 공간에서 수행한 예술적 결과물을 연출자가 조립해 제작해서 프로젝트명도 ‘조립식 영화’라고 한다. 이 감독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한 상황에서도 영화 예술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기존의 영화 제작 과정의 담론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획기적 작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기획자 박소진씨는 예술가와 장애인이 함께 재난에 대비하는 방법을 준비했다. 박씨는 “예술가의 재난을 계기로, 더 낮은 곳에서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진 재난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긴급한 재난 상황에서 청인(비장애인)이 농인을 돕는 길은 그들의언어인 ‘수어’(수화)를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청인이 농인에게 긴급상황을 알려줄 수 있도록 <재난이 농인들에게 알려주는 수어북>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구체적으로는 지진, 화재, 집단발병, 위생에 대한 수어와 ‘조심하라’는 내용의 다양한 수어법을 청인이 이해하기 쉽게 제작한다. 이때 단순히 수어를 말하는 손 모양을 기존의 방식대로 표시하지 않고 예술가들이 직접 예술적으로 그려 넣는 게 특징이다. 수어 책이 아트 북으로 재탄생되는 셈이다. “예술을 통해 청인과 농인의 간극을 줄일 수 있다”고 박씨는 기대한다. 영상매체 전문가 정휘윤씨는 조형물은 전시장에서만 봐야 한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3D 스캔을 사용했다. 조각 작품을 3D 스캔해 데이터화한 뒤, 온라인상에서 누구나 그 소스를 내려받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전시장에 찾아가지 않고도 조형물을 체험 관람할 수 있는 법을 고민한 결과다. “재난으로 생업이 중단된 이들에게 필요한 건 예술보다는 밥일지도 모른다.” 연극인 김두진씨 부부는 평소 건강한 우리 농산물로 요리하던 특기를 살려 ‘밥은 먹고 다니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예술가 동료에게 직접 만든 반찬을 비대면으로 배달한다. 이때 음식을 받은 이는 온라인을 통해 반찬이 필요한 또 다른 예술인을 지목할 수 있다. 따스한 밥을 통해 잠시 단절됐던 관계에 안부를 전하는 셈이다. 지난 6월20일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문화공간 ‘마이스카이’에서 독특한 무용 공연이 진행됐다. 전시명은 ‘구부렸다 펴기’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존에 잡혀 있던 국외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는 탓에 잠시 백수가 된 무용가 이선시씨의 작품이다. 휴대폰 영상으로 촬영해 실시간 공개한 이번 공연에서 그는 몸짓으로 “무엇을 구부렸다 펼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씨는 “집 안에 구겨져 있던 내가 ‘과연 언제쯤 다시 구부러진 몸을 펼치며 수많은 관객이 모인 무대에서 신나게 움직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작품을시작했다”고 말한다. “나처럼 구부러져 있을 누군가에게 곧 펼쳐지길 바라는 희망을 담아 만든 작품”이라고 그는 덧붙여 강조했다. “예술가들이 시민에게 그런 힘이 되길 기대한다.”
지난 8일 밤 10시 뮤지션 최고은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iamgonneofficial)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씨는 이날 그의 신곡 ‘우정의 정원’ 가사를 인스타그램에서 시민과 함께 만드는 참여형 콘텐츠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됐다. 예전보다 친구를 만나기 어려워졌다”며 “물리적으로 멀어진 인간관계에서 오는 고독을 위로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공연 예술가는 무대를, 대중은 현장에서 생생한 음악을 즐기는 일을 잠정적으로 잃어야만 했다. 최씨는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흩어진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망에서 모여 음악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것이 ‘우정의 정원으로’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고 안부를 묻는다는 의미에서 곡의 주제도 ‘우정’으로 정했다. 요즘 상황에 맞춘 일종의 새로운 ‘음악처방전’인 셈이다. “‘최고은’ 같은 뮤지션을 찾으러 왔다.” 세계적인 음악 행사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디렉터 맬컴 헤인스가 2017년 한국 방문 때 했던 말이다. 최씨는 최근 그의 프로젝트처럼 독특한 ‘소통’의 음악을 선보이며 국외에서 더 이름을 알렸다. 2013년 일본 <후지TV>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아시아 버서스’(Asia Versus)에서 최종 우승을 한 뒤, 세계 최대 음악페스티벌인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2014년, 2015년, 2019년)에 한국 뮤지션으로는 최초로 공식 초청받아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때 국외 팬들 사이에서 제2의 조니 미첼이라는 뜻인 ‘조니 포크’(Joni-Folk)라는 별칭도 얻었다. 조니 미첼(77)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평가를 받는 캐나다의 음악가이자 화가이다. 미국의 평론가 데이비드 야프가 전설적인 여성 뮤지션 조니 미첼에 대해 ‘내성적인 달변가’라고 했듯이 최씨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조용한 말투지만 노래를 부를 때는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시대상을 말하고 사람의 마음을 위로한다. 한 예로 첫 정규 앨범 <아이 워즈, 아이 앰, 아이 윌>(I Was, I Am, I Will)의 대표곡 ‘마이 사이드’(My Side)에서도 “기울어진 두 세계가 수직에서 수평으로”라는 가사를 통해 소통과 연결을 노래하기도 했다. 종로구 홍지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진행된 <서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정의 정원으로’ 프로젝트는 음악가가 대중에게 일방의 메시지를 말하지 않고, 대중과의 공동 작사를 통해 우정을 반추하며 현시대의 상처를 위로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작사가 완성될 때까지 정기적인 온라인 모임이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편곡·녹음 과정도 공개된다. 최대한 많은 이가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앞으로 매주 수요일 밤 10시마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접속하면 실시간 라이브 방송에서 댓글 참여를 통해 공동 작사를 할 수 있다. 향후 ‘우정의 정원’ 음원 발매 때 발생하는 음원 수익금에 대해서는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와 잘 맞는 곳을 찾아 기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삶은 고통 속에서 뭔가 의미를 발견해 보려는 것”이라는 철학자 니체의 말을 좋아했던 조니 미첼처럼 그 역시 코로나19 사태에서 공연예술가로서 대중과 동시대적인 고민을 나누는 ‘공동 작사 작업’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라는 재난을 맞아 침체한 문화예술계 위기를 극복하고 예술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최씨처럼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하는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인이 재난을 대하는 가지가지 비법’이라는 지원 사업을 통해서다. 코로나19 등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예술가들의 다양한 재난 대응 아이디어를 공모해 코로나19로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받은 예술가의 활동과 작품 제작 등을 지원하는 게 주 내용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단체), 기획자 등이 대상이며 공연, 전시, 영상, 출판 등 전 장르에 걸쳐 다양한 재난 대응 아이디어가 모였다. 눈에 띄는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다. 무용수 김호연씨는 ‘예술가의 시간을 아껴드립니다’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예술가들이 비자발적 휴식 기간에도 예술을 해야만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예술가의 실생활을 돕는 프로젝트다.
김씨는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대다수 예술가가 세금, 노무, 저작권 등 다양한 지식을 알아야 함에도 관련 지식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다”며 “유용한 지식을 예술가 입장에서 알기 쉽게 풀어주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상에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술 외 실무를 도와 궁극적으로는 시간 낭비를 줄이고 예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비대면으로도 영화를 촬영·제작하는 이가 있다. 영화감독 이도윤씨 얘기다. 우선 시나리오 작가가 글을 써서 스태프와 공유한 뒤 연출자는 각자의 역할에 맞는 배우들을 온라인으로 캐스팅한다. 배우들은 각자의 집 안, 파란 천을 붙인 벽 앞에서 연기하고 감독은 화상통화를 통해 촬영한다. 모든 등장인물의 연기가 모이면 컴퓨터그래픽(CG)팀이 파란 천 위에 배경을 합성한다. 최종적으로 편집자가 영상을 편집하고 그 위에 음악까지 얹으면 영화가 완성된다. 이처럼 각 분야의 스태프가 각자의 공간에서 수행한 예술적 결과물을 연출자가 조립해 제작해서 프로젝트명도 ‘조립식 영화’라고 한다. 이 감독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한 상황에서도 영화 예술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기존의 영화 제작 과정의 담론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획기적 작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기획자 박소진씨는 예술가와 장애인이 함께 재난에 대비하는 방법을 준비했다. 박씨는 “예술가의 재난을 계기로, 더 낮은 곳에서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진 재난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긴급한 재난 상황에서 청인(비장애인)이 농인을 돕는 길은 그들의언어인 ‘수어’(수화)를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청인이 농인에게 긴급상황을 알려줄 수 있도록 <재난이 농인들에게 알려주는 수어북>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구체적으로는 지진, 화재, 집단발병, 위생에 대한 수어와 ‘조심하라’는 내용의 다양한 수어법을 청인이 이해하기 쉽게 제작한다. 이때 단순히 수어를 말하는 손 모양을 기존의 방식대로 표시하지 않고 예술가들이 직접 예술적으로 그려 넣는 게 특징이다. 수어 책이 아트 북으로 재탄생되는 셈이다. “예술을 통해 청인과 농인의 간극을 줄일 수 있다”고 박씨는 기대한다. 영상매체 전문가 정휘윤씨는 조형물은 전시장에서만 봐야 한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3D 스캔을 사용했다. 조각 작품을 3D 스캔해 데이터화한 뒤, 온라인상에서 누구나 그 소스를 내려받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전시장에 찾아가지 않고도 조형물을 체험 관람할 수 있는 법을 고민한 결과다. “재난으로 생업이 중단된 이들에게 필요한 건 예술보다는 밥일지도 모른다.” 연극인 김두진씨 부부는 평소 건강한 우리 농산물로 요리하던 특기를 살려 ‘밥은 먹고 다니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예술가 동료에게 직접 만든 반찬을 비대면으로 배달한다. 이때 음식을 받은 이는 온라인을 통해 반찬이 필요한 또 다른 예술인을 지목할 수 있다. 따스한 밥을 통해 잠시 단절됐던 관계에 안부를 전하는 셈이다. 지난 6월20일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문화공간 ‘마이스카이’에서 독특한 무용 공연이 진행됐다. 전시명은 ‘구부렸다 펴기’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존에 잡혀 있던 국외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는 탓에 잠시 백수가 된 무용가 이선시씨의 작품이다. 휴대폰 영상으로 촬영해 실시간 공개한 이번 공연에서 그는 몸짓으로 “무엇을 구부렸다 펼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씨는 “집 안에 구겨져 있던 내가 ‘과연 언제쯤 다시 구부러진 몸을 펼치며 수많은 관객이 모인 무대에서 신나게 움직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작품을시작했다”고 말한다. “나처럼 구부러져 있을 누군가에게 곧 펼쳐지길 바라는 희망을 담아 만든 작품”이라고 그는 덧붙여 강조했다. “예술가들이 시민에게 그런 힘이 되길 기대한다.”
문화지원사업 ‘예술인이 재난을 대하는 가지가지 비법’ 포스터.
문화지원사업 ‘예술인이 재난을 대하는 가지가지 비법’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