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회적 가치, 공공부문이 이끌어 올려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가치경영의 실천 전략’ 대표 저자 김재구 명지대 교수

등록 : 2020-07-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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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포용·연대의 가치 확인

공공기관·기업 사회가치경영 위해

‘누구와 어떻게 실천할지’ 방법 제시

“사회적 가치 전도사로 활동 이어가”

7월27일 오후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김재구 명지대학교 교수가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었다. 김교수는 공공부문과 민간기업을 넘나들며 ‘사회적 가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위대한 한국 시민들에게 존경을 바치며.”

지난 6월 출간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가치경영의 실천 전략>의 대표 저자인 김재구(56) 명지대 교수는 머리말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포용과 연대의 가치가 드러나는 것을 보며 큰 힘을 얻었다”고 한다. 7월27일 오후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서울&>과 만난 김 교수는 “한국이 사회적 가치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디딜 때”라며 “이 책이 도약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사회적 가치는 포용, 공정, 연대, 배려 등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가치이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는 발생 원인부터 진행 경과, 향후 예상되는 결과에 이르기까지 모두 사회적 가치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진행 과정에서 시민들은 방역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며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대응했다. 정부의 투명한 정보공개는 우리 사회 신뢰 수준을 높였고 시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끌어냈다. “비대면 서비스 약진 등 기술 관련 디지털 혁신과 환경 문제를 풀어가는 그린 혁신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혁신의 중심엔 사회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부문, 기업들을 넘나들며 사회적 가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한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은 대학 시절부터 시작됐다. 사회 변혁을 위한 대중적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원으로 진학해 경영학 공부를 이어가면서 와이엠시에이(YMCA),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회원으로 활동했다. 민주 시민이 스스로 나서 조직화해야 민주주의를 이뤄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시민사회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조직생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7년 한국노동연구원에 들어갔다. 한 해 약 20개 프로젝트를 할 정도로 열성적으로 일했다. 2002년부터 명지대학교에서 조직이론과 경영전략 분야 강의와 연구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10년 무렵엔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며 정부에 관련 정책을 제안했다. 2012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자리가 그에게 맡겨졌다. 3년여간 온 힘을 다해 뛰었다. 사회가치경영을 실행하는 좋은 기회였다.

그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확산하는 데 사회적경제조직이 선도적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지만, 아직 한국 사회 주류를 이루고 큰 영향력을 미치기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한다. 시장경제에서 영향력이 큰 영리 기업들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사회적 책임(CSR), 공유가치창출(CSV) 등을 통해 발전해왔다. 사회가치경영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접근을 경영전략뿐만 아니라 조직, 인사 나아가 문화까지 바꾸는 방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2015년 학교로 돌아오고 3년 뒤 기업의 사회가치경영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기업의 미래를 여는 사회가치경영>을 펴냈다. 경영학계 학자 9명과 함께 썼다. 발간 뒤 여러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현장 실무자가 지침으로 삼을 수 있는 실천전략을 문의해왔다. 내친김에 후속으로 <사회가치경영의 실천 전략>을 경영학 교수 6명과 출간했다. “사회가치경영을 실행하기 위해 누구와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방법론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이번 책에서는 확장된 이해관계자 모형을 제안한다. 주주, 고객, 직원, 협력사, 지역사회 등 전통적 관점의 이해관계자들에 셋을 추가했다. 비정부시민조직(엔지오, 엔피오, 사회적경제조직), 정부, 자연환경과 소통하는 능력을 갖추고 사회가치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멀리, 길게 보면서 이해관계자집단을 찾고, 가까운 곳에 있는 이해관계자집단부터 동반관계를 만들도록 노력을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김 교수는 “기업들이 홀로 사회가치경영을 하기란 쉽지 않기에 공공기관의 선도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때부터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최근 공공기관들도 사회적 가치 관련 부서 등을 신설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여전히 공공기관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새로운 경영평가 항목의 신설 정도로 바라보고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기관의 사회가치경영을 위한 우선 과제로 경영평가 방식 개선을 꼽았다. 공공기관 각자의 특성과 본연의 사업 목적, 이해관계자의 니즈에 맞춰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기관에 맞는 성과 평가지표를 만들고, 기관 본연의 사업과 일체화되는 틀과 더불어 평가자들을 훨씬 더 다양화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적 가치에 기반을 둔 공공기관 경영평가 정착을 위한 사회적가치법의 입법화 필요성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공공부문, 사회적 경제 영역의 사회적 가치 증진을 위한 집필도 생각한다. 더불어 은퇴 뒤에도 이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자신의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창업스쿨을 운영하는 일이다. 그는 지난 10여 년 동안 쌓인 창업 훈련의 축적된 내용을 현재 운영하는 스쿨과 함께 심화해 사회가치경영에 뜻있는 다음 세대를 키워가고자 한다. 김 교수는 “어떤 자원이 어디 있는지를 잘 찾아 연결해내는 제 강점을 활용해 사회가치경영 기업들을 키워내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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