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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안전하게, 더 촘촘하게…코로나 시대 광진형 ‘안심식당’

등록 : 2020-10-22 15:23 수정 : 2021-01-2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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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 기준 2차례 강화해 방역·위생 우수 음식점 지정

점주는 자율점검판으로 매일 확인, 구는 매달 현장 점검

지방자치단체들이 방역과 위생 수칙을 잘 지키는 ‘안심식당‘ 지정에 나서고 있다. 안심식당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기본 지정 요건(덜어 먹는 식기나 도구 갖추기, 위생적인 수저 관리, 종사자들 마스크 착용)에 지자체마다 추가 요건을 정해 지정하고, 점검하며 관리한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안심식당 지정에 나선 광진구는 지정 요건을 두 차례 강화했다. 강화된 요건을 갖춘 식당에는 ‘광진형 안심식당‘ 조명형 표지판을 주고, 누리집과 소식지에 실어 알린다. 사진은 1호 광진형 안심식당 ‘사원식당‘ 모습들. 투명 칸막이 설치

‘안심식당 스티커’로 확인…네이버 검색·티맵에서 볼 수 있어

서울시, 8월에 서울형 지정 계획 발표

광진 이어 도봉 등 자치구 17곳 참여

“장기적인 식문화 개선으로 이어져야”

지난 15일 정오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한 가정식 백반 전문점에 손님들 발길이 이어졌다. ‘사원식당’이란 이름 앞에 ‘배회하는 직장인을 위한’을 내걸고 매일 다른 메뉴의 가정식 백반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글이 쓰여 있다. 그 아래에 안심식당 표지판이 붙어 있다.


식당 입구 테이블 앞에서 전자출입명부와 손 소독을 하는 손님들도 보인다. 식당 안 20여 개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거리 두기를 하며 식사하고 있었다. 인근에 사는 주민 장종훈(27)씨는 “안심식당 표지판을 보면 방역을 철저하게 할 것 같아 안심된다”며 “매주 두세 차례 사원식당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한때 지역에서 확진자도 나와 외식하기가 불안했는데, 믿고 이용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원식당은 ‘광진형 안심식당’ 1호다. 점심시간에 사원식당에 들어가려면 바깥 테이블에 있는 전자출입명부 큐아르(QR) 코드 인식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는 것은 기본이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손님을 위한 수기 명부도 테이블에 올려져 있다. 손님들은 손 소독을 한 뒤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무인 결제 단말기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고르고 결제도 한다.

광진형 안심식당의 조명형 표지판

전자출입명부

장씨는 개방형 주방 앞 배식대에서 식판과 수저를 챙겼다. 마스크를 쓴 주방장이 주요리 음식이 담긴 그릇을 식판에 올려준다. 셀프 코너에서 장씨는 개별 그릇에 담긴 반찬과 국을 집어 식판에 올렸다. 전기밥솥에서 밥도 떠 용기에 담았다. 테이블은 거리를 두고, 붙은 자리에는 투명 칸막이가 있다. 그는 좀더 안전하게 식사하고 싶은 마음에 안쪽 단체석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마스크는 테이블 아래 마스크 걸이에 걸어 두고 식사를 시작했다.

방역과 위생 수칙을 잘 지키는 ‘안심식당’ 지정은 지난 6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전남, 대구 동구, 광주 광산구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안심식당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겠다고 나섰다.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안심식당 운영 취지와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식사문화 개선 추진 방안을 종합해 전국 지자체에서 할 수 있도록 지정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구체적인 명칭, 지정 요건과 방법, 점검과 관리 등은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정해 추진하기로 했다.

농식품부가 마련한 안심식당 지정 요건은 세 가지다. 덜어 먹을 수 있는 식기나 도구를 갖추고, 위생적으로 수저를 관리하며, 종사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것이다. 지자체마다 추가로 안전기준을 정할 수 있고 요건을 충족하면 안심식당 스티커, 방역·위생물품을 제공한다.

광진구는 7월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앞서 안심식당 지정에 나섰다. 매일 1회 이상 소독과 2회 이상 환기, 손 소독제와 체온계 비치를 지정 요건에 추가했다. 구청 누리집에 안심식당 기준을 알렸다. 신청 방식을 처음엔 팩스나 방문으로 했는데 7월 말부터 온라인 접수로 바꿨다. 점주들이 손쉽게 신청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테이블 소독

안심식당 지정 사업비는 농식품부 교부금(50%)과 서울 시비·구비의 매칭(25%씩)으로 이뤄진다. 교부금은 8월에 지급됐다. 광진구는 구비 8천만원을 먼저 마련해 추진했다. 구에는 음식점이 5천여 곳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음식점이 감염 취약지대로 꼽히면서 음식점들의 경영 어려움이 커졌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구민들이 안심하고 음식점을 찾을 수 있도록 안심식당 지정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했다.

광진구는 10월 중순 현재 약 200곳을 안심식당으로 지정했다. 이들 식당에는 안심식당 표지판, 자율점검판, 손 소독제, 살균 소독제, 마스크, 위생집게 등을 지원했다. 자율점검판은 종이에 코팅 처리를 해 그 위에 펜으로 표시할 수 있다.

점주는 자율점검판에 매일 오전, 오후 점검 내용의 양호, 불량을 체크한다. 자율점검판은 손님들이 볼 수 있는 곳에 붙여 놓는다.

자율점검표

이정선 광진구 보건위생과 주무관은 “구는 안심식당이 요건을 잘 지키고 있는지 매달 현장 점검을 한다”며 “자율 점검을 통해 점주들 스스로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5일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광진형 안심식당 ‘사원식당’의 셀프코너에서 손님들이 개별 식기에 담긴 반찬과 용기에 덜은 밥을 식판에 올리고 있다.

8월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실시되고 음식점을 통한 감염 사례가 나오면서 광진구는 안심식당 지정 기준을 더 강화하는 안을 만들었다. 9월 중순 주민 대상 안심식당 설문조사를 해보니 식당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어 좋다는 긍정적 반응과 지정만 하고 관리가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주민 250여 명 대부분은 광진구가 마련한 강화 기준이라면 식당 이용에 안심되겠다고 답했다.

구는 14일 강화된 기준을 확정했다. 소형 음식점(150㎡ 미만)은 수기 명부 비치나 전자출입명부 설치·이용, 테이블 간격 1m 이상 유지, 위생 장갑 비치·제공 기준이 추가되었다. 여기에 대형음식점은 전자출입명부 큐아르 코드 설치·이용(의무), 방역관리자 지정, 마스크 걸이 설치 등의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현장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안심식당 표지판이 걸린 식당 사진을 배달앱 사이트에 올려 홍보에 활용하는 점주도 있다. 이주무관은 “안전하게 식사할 수 있다는 걸 구청에서 인정받는 거라서 현장에서 만난 점주 가운데 지정받고 싶어 하는 분이 적잖다”고 전했다.

1호 광진형 안심식당으로 지정된 사원식당 양승현 대표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평소 방역과 위생 수칙을 열심히 지켰는데, 구청이 공식적으로 인정해준 거라 다행스럽다”고 했다. 1년 전 개업한 사원식당은 처음부터 개인 식판에 개별 그릇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어떻게 보면 모두 기본적인 것인데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율점검표로 매일 체크하면서 경각심이 생겨 신경을 더 쓰게 된다”고 덧붙였다.

구는 안심식당 홍보 효과를 높이고 지원은 늘려가려 한다. 기존 안심식당 표지판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형으로 바꾼다. 지역성을 살려 ‘광진형 안심식당’ 이름에 광진구 캐릭터 ‘광이·진이’를 넣어 디자인했다. 조명형이라 야간에도 눈에 잘 띈다. 구청 누리집, 소식지에 명단을 공개해 구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고 있다. 기존에 지정된 안심식당이 추가 요건을 갖추면 체온계를 지급하고 광진형 안심식당 표지판을 준다. 테이블 거리 두기가 어려운 식당엔 비말차단용 투명 보호막 설치를 지원한다. 11월과 12월에는 각각 3곳씩 우수 안심식당을 선정해 안면인식 발열체크기를 임대 형식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시는 8월 초 ‘코로나19 대응 음식문화 개선, 서울형 안심식당 추진계획’을 내놓았다. 농식품부의 기본 요건에 종사자발열 확인, 음식점 소독과 환기, 식사 공간 휴지통 비치, 방역관리자 지정을 추가해 ‘서울형 안심식당’ 기준을 마련했다. 자치구마다 실정에 맞는 추가 기준을 만들어 진행하도록 했다. 현재 8곳(강남, 강북, 금천, 노원, 동대문, 송파, 용산, 중구)을 제외한 자치구 17곳이 서울시 안심식당 지정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을 거치며 자치구의 담당부서인 식품위생과의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 최근 1단계로 낮췄지만, 수도권 음식점에는 실질적으로 1단계 이상의 방역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김수정 서울시 시민건강국 외식업위생팀장은 “자치구 담당 부서가 지역 유흥업소 등 고위험군 관리도 맡고 있어 업무 부담이 큰 상황이라 안심식당 지정 사업 추진이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점주들의 관심도가 아직 낮은 것도 애로점이다. 도봉구에서는 9월 한 달(추석 연휴 제외) 신청 음식점이 30곳을 넘지 못했다. 구에는 일반음식점이 2400여 곳 있다. 도봉구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이라 그런지 식당 주인들의 관심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안심식당 지정 사업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음식문화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게 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속 변형하고 있어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와도 생활 방역을 이어가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현재(9월 말 기준) 전국 1만2천여 개 안심식당은 공공데이터에 등록해 네이버 포털·지도, 티맵 등 통신사 지도 앱, 농식품부 산하 기관 한식진흥원의 한식 포털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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