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서울시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도시 취약층 회복능력 높여
학교·요양시설 등 적용…미적 기능 넘어 일상 불편함 해소
‘인지건강 디자인’ 아파트, 인지장애 30% 줄어
학교에 적용, ‘항스트레스’ 효과 높아져
청년층에 적용, ‘주거 스트레스’ 낮춰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더 발전시킬 것”
재난은 약자에게 더 고되다. 일상의 작은 불편함이 위기로 번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평화로울 때 도시의 ‘회복역량’을 키우는 건 중요하다. 취약계층을 위한 돌봄 점검부터 유연한 현장 시스템 마련 등 이는 예측 불가한 위기에 탄력 있게 대응할 기반이 된다. 사람으로 치면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을 만들거나 건강한 음식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일과 같다. 적절한 디자인은 도시 기초체력과 면역력을 높여줄 수 있다. 미관을 넘어 삶의 문제를 바로잡는 일, 서울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개념이 추구하는 바다. 어떤 디자인이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해왔을까. 최근 4년을 중심으로 사례들을 돌아봤다.
‘집’ 닮은 요양시설, 비접촉 면회실까지 지난 6월1일부터 이달까지 시립요양시설 3곳(서울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 서울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서울시립엘림노인전문요양원)에서 치매전담실 중심으로 기능특화 재설계에 들어갔다. 내년 완성할 예정이다. 치매를 앓는 어르신들 눈높이에 맞춰 공간 점검과 개선에 나선 것이다. 국내외 사례 분석과 현장 방문, 이해관계자·보호자·전문가를 거친 심층 인터뷰를 마치자 먼저 불필요한 시각적 정보와 개인 다양성 존중 없이 획일화된 공간구획, 치매에 특화된 안전장치 부재가 불편함으로 꼽혔다. 어르신 상태를 고려하지 못한 식사 테이블 높이, 침대보다 낙상사고가 잦은 휠체어 등도 마찬가지다. 건물 안에 자연스러운 배회로를 확보하는 것과 어르신과 요양사가 함께 편하게 느끼는 공간도 필요했다. 목표는 ‘집’ 같은 공간. 이로써 기존 치매전담실을 중심으로 출입구부터 공용거실, 복도, 생활실 등 설계도가 새로 완성됐다. 기존의 차가웠던 병원 느낌을 지우고, 공간과 복도 재구성으로 고령이용자들이 자연스레 소통할 수 있는 동선을 만들었다. 노인인구 비중이 뚜렷이 증가하는 오늘날, 이는 서울시가 급증하는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2014년부터 실행해온 인지건강 디자인 사업 일환이다. 사업은 집과 환경의 재정비와 외부공간을 규칙적으로 활용만 해도 치매 초기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노화에 따른 인지적 혼란을 줄이고 노인 주거공간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자립을 돕고자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닥친 올해 60살 이상 고령자와 기저질환이 있는 노년층 치사율이 높고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집단감염의 매개체로 등장하면서 요양시설에 계신 어르신들 면회가 금지되는 일 역시 설계에 반영됐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형 치매 전담실’을 디자인해 기저질환이 있는 요양시설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가족과 지인을 만날 수 있도록 ‘비접촉 특화 면회 공간’을 개발, 내년부턴 시립동부요양센터에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6월 금천구 청담종합사회복지관에 문을 연 ‘100세 정원’도 인지건강 디자인이 적용된 사례다. 치매 고위험군 노인인구 비율이 13%로 높은 금천구 시흥동에 있는 청담종합사회복지관 내 약 885㎡ 규모로 조성한 정원에 24절기를 대표하는 꽃나무 100여 종을 심고 240m 길이 산책로와 맞춤 운동시설을 들였다. 감각기능이 떨어진 노인에게 자극을 주고 자연 속에서 동료들과 함께해 고독감을 달래게 했다. 2016년 인지건강 디자인을 적용한 노원구 영구임대아파트에선 주민들의 인지장애가 30%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아파트는 7개 동 1395가구 규모 대단지로, 한 개 동당 평균 6명의 치매 어르신이 거주하고 노인인구 비율이 27.5%를 차지한다. 서울시가 인지건강 디자인이 적용된 단지에서 사는 40대 이상 주민 202명, 적용되지 않은 곳에서 사는 주민 201명(총 403명)을 조사해 효과성을 분석한 결과, 자연 속 산책로와 오감 자극을 주는 장소를 만든 곳에선 거주자 인지장애가 30.8% 감소하고 안전사고도 24.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민 중 74.5%는 디자인 적용 뒤 살기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청소년, 청년층 학업·주거 스트레스 해소 청소년 스트레스 해소에 초점을 맞춘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평화로울 때 도시의 ‘회복역량’을 키우는 건 중요하다. 취약계층을 위한 돌봄 점검부터 유연한 현장 시스템 마련 등 이는 예측 불가한 위기에 탄력 있게 대응할 기반이 된다. 사람으로 치면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을 만들거나 건강한 음식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일과 같다. 적절한 디자인은 도시 기초체력과 면역력을 높여줄 수 있다. 미관을 넘어 삶의 문제를 바로잡는 일, 서울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개념이 추구하는 바다. 어떤 디자인이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해왔을까. 최근 4년을 중심으로 사례들을 돌아봤다.
‘집’ 닮은 요양시설, 비접촉 면회실까지 지난 6월1일부터 이달까지 시립요양시설 3곳(서울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 서울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서울시립엘림노인전문요양원)에서 치매전담실 중심으로 기능특화 재설계에 들어갔다. 내년 완성할 예정이다. 치매를 앓는 어르신들 눈높이에 맞춰 공간 점검과 개선에 나선 것이다. 국내외 사례 분석과 현장 방문, 이해관계자·보호자·전문가를 거친 심층 인터뷰를 마치자 먼저 불필요한 시각적 정보와 개인 다양성 존중 없이 획일화된 공간구획, 치매에 특화된 안전장치 부재가 불편함으로 꼽혔다. 어르신 상태를 고려하지 못한 식사 테이블 높이, 침대보다 낙상사고가 잦은 휠체어 등도 마찬가지다. 건물 안에 자연스러운 배회로를 확보하는 것과 어르신과 요양사가 함께 편하게 느끼는 공간도 필요했다. 목표는 ‘집’ 같은 공간. 이로써 기존 치매전담실을 중심으로 출입구부터 공용거실, 복도, 생활실 등 설계도가 새로 완성됐다. 기존의 차가웠던 병원 느낌을 지우고, 공간과 복도 재구성으로 고령이용자들이 자연스레 소통할 수 있는 동선을 만들었다. 노인인구 비중이 뚜렷이 증가하는 오늘날, 이는 서울시가 급증하는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2014년부터 실행해온 인지건강 디자인 사업 일환이다. 사업은 집과 환경의 재정비와 외부공간을 규칙적으로 활용만 해도 치매 초기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노화에 따른 인지적 혼란을 줄이고 노인 주거공간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자립을 돕고자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닥친 올해 60살 이상 고령자와 기저질환이 있는 노년층 치사율이 높고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집단감염의 매개체로 등장하면서 요양시설에 계신 어르신들 면회가 금지되는 일 역시 설계에 반영됐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형 치매 전담실’을 디자인해 기저질환이 있는 요양시설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가족과 지인을 만날 수 있도록 ‘비접촉 특화 면회 공간’을 개발, 내년부턴 시립동부요양센터에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6월 금천구 청담종합사회복지관에 문을 연 ‘100세 정원’도 인지건강 디자인이 적용된 사례다. 치매 고위험군 노인인구 비율이 13%로 높은 금천구 시흥동에 있는 청담종합사회복지관 내 약 885㎡ 규모로 조성한 정원에 24절기를 대표하는 꽃나무 100여 종을 심고 240m 길이 산책로와 맞춤 운동시설을 들였다. 감각기능이 떨어진 노인에게 자극을 주고 자연 속에서 동료들과 함께해 고독감을 달래게 했다. 2016년 인지건강 디자인을 적용한 노원구 영구임대아파트에선 주민들의 인지장애가 30%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아파트는 7개 동 1395가구 규모 대단지로, 한 개 동당 평균 6명의 치매 어르신이 거주하고 노인인구 비율이 27.5%를 차지한다. 서울시가 인지건강 디자인이 적용된 단지에서 사는 40대 이상 주민 202명, 적용되지 않은 곳에서 사는 주민 201명(총 403명)을 조사해 효과성을 분석한 결과, 자연 속 산책로와 오감 자극을 주는 장소를 만든 곳에선 거주자 인지장애가 30.8% 감소하고 안전사고도 24.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민 중 74.5%는 디자인 적용 뒤 살기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청소년, 청년층 학업·주거 스트레스 해소 청소년 스트레스 해소에 초점을 맞춘 사례도 있다.
미림여고 등 서울 7개 중·고등학교에 설치한‘청소년 스트레스 프리 존’은 학교 유휴교실(약 193㎡, 교실 2.5개 크기)에서 청소년 스스로 스트레스를 진단하고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곳이다. 안정을 찾아갈 수 있도록 향기와 음악, 컬러테라피, 요가와 스트레칭, 원예, 이 밖에 다양한 활동을 도모했다. 2016년 신현중학교에 처음 적용한 이후 이용 학생 뇌파 측정 결과, 스트레스 저항능력을 의미하는 항스트레스 지수가 좌·우뇌 각각 평균 33.7%, 24%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 올해는 청년층 ‘주거 스트레스’에도 초점을 뒀다. 충정로에 있는 청년주택 어바니엘이 대상이다.
20대 화병 환자가 최근 5년 사이 53% 증가할 정도로 2030세대 정신건강이 위협받는 오늘날 ‘주거 스트레스’는 취업·관계·경제적 스트레스 못지않게 큰 상황이다. 주로 기숙사, 하숙, 고시원, 원룸, 셰어하우스 등에 사는 1인 가구 청년의 경우 코로나19로 집에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고립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었다.
서울시가 충정로 청년주택 입주자 115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요인을 조사하자 첫 독립에 대한 기대와 현실 격차(정보 부재, 공유공간 이용, 교류 부재), 1인 라이프스타일 한계(좁은 공간, 식사 등), 소통 부재(민원 제기 어려움, 친목 교류 부족 등) 등 언택트 시대 심리·관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를 바탕으로 시는 공유 주거와 행정처리 이해를 돕는 매뉴얼 가이드북을 발간하고, 공동주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는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입주자 사이 소통 채널을 만들고 서울시 상담서비스를 연계해 청년 고민상담 창구를 만드는 등 입주자 생활 전반을 개선한 디자인을 적용해 오는 1월부터 적용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시는 올해 안에 청년주택 거점으로 공유주거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요인을 더 면밀히 분석해 내년 상반기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혜영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사회 대다수가 안전해도 소외된 이들이 더불어 보호받지 못하면 사회 모두가 취약해진다”며 “디자인은 겉모양을 예쁘게 꾸미는 것이 아닌 시민 일상의 문제들을 정의하고 공동의 노력으로 해결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2018년 국내외 최초로 제정된 서울시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조례에 근거해 3년마다 수립되는 기본계획이 세워졌다”며 “내년부터는 그동안의 사업들을 체계적으로 아카이브하고 효과성이 검증된 사업을 중심으로 좀더 많은 시민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확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유안 기자 fingerwhal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