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어르신용 포스터, 시각장애인용 안내서…공공디자인의 새로운 시도

서울시, 새롭게 발굴한 7개 공공디자인 새해부터 순차 적용

등록 : 2020-12-31 11:00 수정 : 2020-12-3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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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청년 디자인 신생기업 지원 나서

‘큰 글씨’ 활용한 공공포스터 만들고

‘명예도로명’ 살려 골목길 역사 홍보

‘공공디자인 시민공모작’ DDP 전시도

디자인 신생기업 ‘일일공’ 이성만 대표(왼쪽)와 석대건 이사

눈이 어두운 어르신들을 위해 공공포스터 글씨 크기를 시원하게 키우면 안 될까? 늘 다니던 동네 골목길 가치와 숨은 이야기를 재밌게 알 순 없을까? 우리 문화유산을 여행하는 시각장애인들도 관광 안내서를 바로 읽을 순 없을까?

이러한 일상 속 의문과 불편함이 새해부터 개선된다. 서울시가 2020년 5월 선정한 7개 ‘디자인 신생기업’과 함께 7개 공공디자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가 신생기업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지원해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서울시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사업’ 일환이다. 시는 2021년부터 시설물, 시각 매체, 콘텐츠, 서비스 등 영역에서 시민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공공디자인 아이디어를 구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어르신 위한 ‘큰 글씨’ 포스터, ‘명예도로명’ 홍보 등등

“공공디자인 영역에서, 시력이 안 좋은 어르신을 비롯해 색맹 등 시각 약자를 위한 ‘정보전달 디자인’ 개선이 당장 필요하다고 봤어요. 그 때문에 디지털 약자를 위한 ‘새로운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이를 적용한 애플리케이션 기술 개발을 했습니다.”


지난 12월18일 오전 인천대학교 창업지원센터에서 만난 신생기업 ‘일일공’ 이성만(35) 대표가 말했다.

“저흰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정보전달’이라 생각했어요. 우리 사회 아이티(IT) 기술은 ‘더 좋은 기술을 더 빨리’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선진 사회의 아이티’에서 ‘포용 사회의 아이티’로 전환이 필요할 때예요. 이런 공공디자인이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석대건(35) 이사가 말을 이었다. 일일공은 사회적 경제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한 이 대표와 아이티 전문지 기자로 일했던 석 이사, 여기 뜻을 함께한 정지훈(35) 개발자 세 명이 머리를 맞대고 2019년 겨울 배를 띄운 디자인 신생기업이다.

일일공에서 제작한 ‘큰 글씨 포스터’

일일공이 선보인 ‘큰 글씨 서울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 개발’은 먼저 ‘포스터 개선’에 주목했다. ‘식상한 내용이라도 그조차 읽지 못하는 정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시작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대상물의 존재 또는 모양이 원거리에서도 쉽게 식별되도록 하는 ‘시인성’ 확보, 쉬운 정보전달 등을 원칙으로 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이와 연계한 애플리케이션 도구 개발까지 나아갔다. 포스터를 제작하는 디자이너들이 이 앱을 활용하면 고정된 관습 대신 약자를 배려한 도구를 자연스레 활용할 수 있다.

이 대표가 말을 이었다. “국내외 디자인 연구 자료를 공부하며 보다 큰 글씨와 특별한 색상, 그리고 음성을 활용한 디자인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신했어요. 시험 결과물을 들고 코로나가 잠시 완화됐을 때 ‘마르코로호’란 협력기업과 경북 상주에서 어르신 40여 분과 테스트했는데 이분들이 포스터가 읽기 쉽다며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완성된 가이드라인은 먼저 서울시 정책과 사업 홍보물을 제작하는 기관(부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 북으로 만들어 배포될 예정이다.

‘강동구 명예도로명 알림 디자인 개발’을 맡은 신생기업 ‘도트비’는 동네 골목에 있는 ‘명예도로명’을 관찰해 공공디자인 영역으로 풀어낸 경우다.

디자인 신생기업 ‘도트비’ 이슬기 대표

12월17일 오후 서울디자인창업센터에서 만난 도트비 이슬기(27) 대표는 “조금 더 쉽고 재밌는 공공디자인 개발”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늘 보는 도로나 표지판 모두 공공디자인 범주 안에 있고, 시민 일상과 가까운 곳에 공공디자인이 나아갈 길이있다는 판단이었다.

“전부터 로컬(지역) 캐릭터를 제작하는 등 지역 사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서울도 지자체마다 ‘송해길’ ‘주꾸미골목’ 등 재밌는 명예 도로명이 많죠. 공공캐릭터를 만들어 연결해본 거예요”

도트비에서 제작한 명예도로명 디자인 딱지

도트비는 2019년 은평구 백초월길에 이어 2020년 강동구를 대상으로 디자인 개발을 진행했다. 암사선사유적로, 천호자전거거리, 문방무리길, 로데오거리, 주꾸미골목, 하니희망길, 하니사랑길, 윌로비로 등 강동구 8개 명예도로명을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딱지 형태의 리플릿으로 디자인했다. 한 번 보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다양한 딱지놀이로 활용해 명예도로명 의미를 이해하고 관심을 두도록 유도했다. 완성된 리플릿은 강동구청과 동 주민센터, 관내 유치원·초등학교에 배포할 예정이다.

이처럼 2021년부터 적용하는 7개 공공디자인은 △경복궁 점·묵자 촉각 그림 관광카드 디자인 개발 △강동구 명예도로명 알림디자인 개발 △큰 글씨 서울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 개발 △비대면 도시체험 콘텐츠 개발 △빛을 활용한 심리 안정 공공디자인 개발 △교통약자를 위한 지하철 엘리베이터 디자인 개발 △자전거·킥보드 겸용 거치대 디자인 개발 등이다.

서울시는 이 두 기업을 포함해 2020년 5월 디자인 분야의 7개 신생기업을 선정해 같은 해 12월까지 디자인 개발을 지원해왔다.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선발은 ‘생활 안전· 교통·보행·환경·문화 등 영역에서 사회문제를 공공디자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결방안 아이디어와 사업모델’을 제시한 창업 4년 이하 신생기업을 우선했다. 선발된 기업은 전문가 맞춤형 컨설팅과 멘토링 서비스, 의사결정 능력과 현장 경험 축적, 나아가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개발을 위해 현장 조사, 설문조사, 인터뷰 과정 등 지원을 받았다. 6개 주제(디자인, 특허, 거버넌스, 디자인 경영 등) 특강으로 기업 경영 비결 등도 공유받았다.

공공디자인 전문기업으로 선발된 신생기업은 디자인 개발과 사업설계비로 각각 1500만원씩 지원받았다.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사업’은 2021년 4년 차를 맞는다.

경복궁 점·묵자 촉각 그림 관광카드

‘2020 공공디자인 시민공모작’ DDP 전시

한편 서울시는 ‘서울의 밤, 서울의 빛’을 주제로 ‘2020 공공디자인 시민공모전 수상작 전시회’도 연다. 2020년 7월부터 진행한 ‘2020 공공디자인 시민공모전’에 출품된 작품 중 총 19점을 선정해 2020년 12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설치해 2021년 6월까지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시민들이 제안한 아이디어 97점 가운데 활용성, 창작성, 조화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해 일반부 부문 총 19개(금상 2, 은상 3, 동상 3, 장려상 5, 입선 6) 작품을 선정했다. 김승택의 ‘발루닝 라이트’(Ballooning Light)와 임재영의 ‘반디서울’이 일반부 금상을 받았다. 관심 있는 시민 누구나 온라인(www.ebook.seoul.go.kr)에서도 볼 수 있다.

이혜영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시민들이 빛을 활용한 공공디자인 시민공모전 작품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 전유안 기자 fingerwhale@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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