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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살 넘어 얻은 첫 직장, 감회 새로워”

서울강서시니어클럽 운영 편의점에서 일하는 두 명의 점원

등록 : 2021-02-25 15:08 수정 : 2021-02-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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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지난해 첫 시니어 편의점 열어

60살 이상 점원 12명 뽑아 교대 근무

생계 이상 의미…“아직 활동중” 대만족

시니어클럽, “양질 일자리 늘려갈 것”

시니어 점원 2명이 18일 강서구 가양3동 한 아파트 상가동에 있는 지에스(GS)25 시니어편의점에서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18일 오전 강서구 가양3동 한 아파트 상가동에 있는 지에스(GS)25 편의점 안으로 들어섰다. 편의점 계산대에 서 있던 김아무개(65)씨가 “어서 오세요”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대부분 편의점 점원이 20~30대 젊은 세대인 데 비해 김씨는 예순 살을 훌쩍 넘긴 60대 중반의 나이다.

“여기가 제 생애 첫 직장이에요.”

김씨는 전업주부로 있다가 생애 처음 취업해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그는 “왜 진작 이렇게 못했는지 아쉬움이 든다”며 “지금 이 나이에도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어 고맙고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강서구는 지난해 12월 말 구 내 첫 시니어 편의점을 개점했다. 강서구의 ‘어르신 일자리 창출 사업’을 위탁받은 서울강서시니어클럽이 지난해 지에스25와 가맹계약을 체결해 시니어 편의점 운영을 시작했다. 12명의 시니어 점원은 1월에 현장 교육을 22시간 받은 뒤, 2월 편의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시니어 점원들은 물품 판매를 비롯해 매장 운영, 상품 관리 등 편의점 내 전반적인 업무를 맡아 한다.

“60살이 넘으면 정년퇴직할 나이잖아요. 하지만 정부에서 이렇게 시니어 일자리를 만들어주니 좋죠. 감사한 마음으로 다니고 있어요.”

시니어 편의점에 근무하는 점원 12명의 나이는 모두 만 60살 이상이다. 시니어 편의점은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하루 18시간 영업하는데, 하루 4시간30분씩 4교대로 근무한다. 이들은 주 2~3일씩 월 50시간 내외로 근무해 평균 44만원 정도 임금을 받는다.

“포스단말기(판매시점관리 단말장치) 다루는 게 좀 힘들어요. 편의점이라고 해서 물건 팔고 계산만 하는 게 아니고 택배사업, 교통카드 충전, 문화상품권 판매 등 영역이 넓어요. 반복해서 교육받아야 익숙해져요.”

역시 이곳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안아무개(62)씨는 포스단말기 다루는 게 조금 어렵다고 했다. 안씨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상품진열 업무를 맡아 한 경험이 있다. 그는 “현금이나 카드로 계산하기는 쉽지만 나머지 부수적인 게 어렵다”며 “앞으로 자주 반복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아무런 취업 경험이 없었던 김씨는 “정부나 구청에서 노인 일자리 만들어준다고 할 때만 해도 내 일이 아닌 것 같아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경제가 힘들어지고 남편이 하는 사업도 어려워지면서 점차 생각이 바뀌었다. 김씨는 “내가 도움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아 관심을 갖고 찾다가 편의점 점원을 뽑는다길래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김씨는 편의점 점원 일이 생계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는데, 지금은 아직도 내가 늙지 않았다는 생각을 갖게 해줘 만족스럽다”고 했다.

10여 분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손님 한 명이 편의점에 들어와 삼각김밥 두 개를 사서 계산대 위에 놓았다. 김씨는 능숙한 솜씨로 포스단말기를 두드리더니 척척 계산을 끝냈다.

두 사람은 지금도 감사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하루 4시간30분씩 일주일에 13시간30분 근무하는데, 근무시간을 좀 더 늘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안씨는 “일주일에 13시간30분씩 일하면, 한 달에 받는 돈이 50만원이 채 안 된다”며 “일하는 시간을 늘려 적어도 한 달에 70만원 정도만 받아도 좋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편의점 점원으로 일하면서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었다고 했다.

“집에 있으면 게을러져요. 일하러 간다고 하니 남편도 좋아하더라고요.” 안씨는 집에서 1년 동안 쉴 때는 ‘퍼져’ 있었는데, 편의점에 나오려고 준비할 때부터 긴장감이 생겨 생활에 활력이 돌았다고 했다.

김씨는 “남편이 일한 경험도 없는데 뭘 하겠냐고 했는데 지금 해보니 괜찮다”며 “앞으로 새로운 삶을 멋지게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서울강서시니어클럽은 강서구와 함께 앞으로도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장원희 서울강서시니어클럽 팀장은 “시니어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 경험이 있는 분으로 정년퇴직 뒤에도 경력을 살려 일할 수 있어 무척 좋아한다”며 “앞으로 점포를 더 늘려 어르신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해가겠다”고 했다.

시니어편의점에서 일하는 두 사람 모두 노인 일자리가 더 많이 늘어나길 기대했다. “구청장님이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한다고 들었어요. 코로나19로 손님이 많지 않아 걱정이긴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자리가 더 많이 확장되면 좋겠습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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