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적정기술 활용, ‘생활민원 해결’ 나서

성동구 공무원 동아리 ‘성동적정기술연구회’, 3년째 스마트포용도시 비전 실현에 참여

등록 : 2021-04-0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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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직원 20여 명 모여 기수별 활동

정보 공유·체험하며 아이디어 나눠

‘전자명부 도입’ 등 적극 행정 이어져

“기술 활용 마인드, 부서 간 협력 높여”

성동구가 ‘스마트 포용도시’ 비전 실현을 위해 적정기술을 활용한 생활 불편 해결에 나서는 가운데 공무원 동아리 ‘성동적정기술연구회’는 3년째 활동을 이어오며 적정기술 활용 마인드를 높여왔다. 사진은 1일 성동구청 앞 스마트횡단보도 안내문 앞에 선 성동적정기술연구회의 (왼쪽부터) 민상현·남혜진 팀장, 유경민 주무관의 모습.

불법 쓰레기 투기는 자치구에서 좀처럼 풀리지 않는 골칫거리다. 많은 공무원이 투입되고,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해도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느는 추세다. 불법 주정차·광고물·노점상 역시 자치구의 대표적인 생활민원이다. 늘어가는 생활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자치구가 정보기술(IT) 활용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동구가 최적의 기술을 접목해 적은 비용으로 자원을 아껴가며 생활 불편을 풀어가는 ‘성동형 적정기술’을 내걸어 눈길을 끈다.

성동형 적정기술 활용엔 실무 공무원들이 모여 관련 정보와 아이디어를 나누는 ‘성동적정기술연구회’가 함께한다. 이 동아리는 2019년부터 3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성동구는 ‘스마트 포용도시’를 민선 7기구정 비전으로 삼으면서 스마트포용국을 신설하고 시책추진과와 정보통신과를 둬 행정직과 기술직이 함께 일하는 구조를 짰다. 아울러 정원오 성동구청장 제안으로 다양한 부서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해 적정기술을 공부하고 체험하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적정기술연구회 회원은 공개 모집해, 기수마다 20~30명의 6급 이하 실무직원이 참여했다. 1·2기가 6개월씩, 지난해의 3기는 1년 동안 활동했다. 올해 4기도 소속 부서, 연령대, 직군이 섞여 1년간 운영한다. 스마트 포용국은 물론 감사담당관, 청소행정과, 토목과, 기초복지과, 지속발전과, 도시재생과, 동 주민센터 등에서 고루 지원했다. 행정직이 절반가량이고 기술직이 30%, 사회복지직과 간호직도 있다.


원년 멤버인 민상현 정보통신과 팀장은 “치매 어르신 실종 예방을 위해 신발에 지피에스(GPS·위성항법장치)를 다는 등 돌봄 분야에서도 정보기술 활용이 늘어 관심있는 직원들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동아리 회원들은 체험형 교육과 박람회 참관 등을 하며 다른 지자체나 해외 도시사례를 통해 적용 방법을 찾는다. 초기엔 매달 한두 차례 모이는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모임은 거의 하지 못했다. 올해 활동은 온라인으로 교육과 박람회에 참가하고, 주제별 소규모 분과 모임 방식으로 한다. 정보나 자료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은 주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이뤄진다. 자료는 단톡방과 함께 다른 직원도 볼 수 있게 내부 업무 행정망에도 올린다.

동아리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적극 행정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성동구는 지난해 5월 이태원발 감염 확산 때 전국에서 처음 모바일 전자명부를 시작했는데 적정기술연구회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성동형 모바일 전자명부는 정보무늬(QR코드)를 휴대전화로 인식하고 보안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의 적극 행정 우수사례 장려상을 받았고 서울시 민원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동아리 간사를 맡은 시책추진과의 남혜진 팀장은 “개인정보가 허술하게 노출되거나 허위로 작성될 수도 있는 수기명부 대신 전자명부를 작성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업체와 함께 구체화했다”고 했다. 이 아이디어는 전국으로 전자출입명부(KI-PASS)가 도입되는 계기도 됐다. 이 밖에 민원 대기현황 안내 서비스,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종이팩 수거함 등도 회원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돼 관련 부서와 협의해 진행했다.

참여 회원들은 적정기술을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욕이 생겼다고 한다. 3기에 이어 올해도 동아리에 참가한 유경민 감사담당관 주무관은 “처음엔 어렵게 느껴졌는데 동아리에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같이 고민해보면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며 “부서 간 협력을 바탕으로 적정기술을 잘 활용하면 민원인의 시간, 비용을 줄여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민원 현장 순찰을 하면서 주민들이 민원을 넣을 때 영상으로 하는 방안을 떠올려 회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기도 했다. 유 주무관은 “관련 사례를 함께 찾아보고, 없으면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해 풀어갈 때 즐겁다”고 덧붙였다.

적정기술연구회가 동아리 취지를 잘 살려 지속하려면 직원들의 생각 전환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민상현 팀장은 “기존 방식과 다르게 생각하고 바꿔보려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면서도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면 좀 더 활발한 활동이 있지 않겠냐”고 했다.

성동구는 앞으로는 구민들과 소통해 적정기술로 정책 사례를 만들어볼 계획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적정기술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한 사람이 창안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실무경험을 갖춘 직원들의 고민과 연구가 민원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동아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온라인 성동구민청에 올려 구민 의견을 반영해 진행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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