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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직은 새로움 찾고 도전하는 과정
신중년의 경험·연륜은 ‘창직의 창고’
‘나 알기’부터 시작…교육·봉사 활용
“디지털 등 새 분야 적극 접해 보길”
혼자보단 함께라면 확장성 등 높아져 “‘지금이 최고 시기’ 믿는 용기가 중요”
혼자보단 함께라면 확장성 등 높아져 “‘지금이 최고 시기’ 믿는 용기가 중요”
지난 16일 마포구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라운지에서 김지연 협동조합 두플러스(와그락소통연구소) 대표가 창직이란 무엇이고 신중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많은 5060세대는 퇴직 뒤에도 일하고 싶어 한다. 창업, 창직, 재취업, 사회공헌 활동 등이 선택지다. 지난 1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5명 중 3명이 창직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은 힘들기도 하지만 오래가기 어렵고 창업은 자본이 들고 리스크도 있다 보니, 자연스레 창직에 관심을 갖는 이가 늘고 있다. 재단의 보고서는 ‘서울시 50플러스세대 실태조사-직업 이력 및 경제활동’ 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했다. 실태조사는 서울에 사는 50플러스(50~64살)세대 806명을 대상으로 2019년 이뤄졌다. 보고서는 생애경력 유형을 바탕으로 퇴직 뒤 인생 재설계를 위해 노력하는 진로 준비 행동을 분석했다. 그 결과 창직 추구형(64.27%)이 가장 많았고 생계형(24.6%), 활동 추구형(11.4%)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창직 추구형은 경력을 바탕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는 유형이다.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창직은 ‘기존에 없는 직업이나 직종을 만들어내거나 기존 직업을 재설계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6일 마포구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공유사무실에서 만난 김지연(53) 협동조합 두플러스(와그락소통연구소) 대표는 “창직의 사전적 개념부터 지워버려라”라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단순히 새 직업이나 직무를 만드는 게 아니고 새로움을 찾고 도전하는 과정으로 폭넓게 봐야 한다”고 했다. 창업하든 재취업하든 그 바탕은 창직이 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5060세대에게 창직은 자신의 경험, 기술, 능력, 흥미, 적성을 살려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창직을 어떻게 준비하고 해가야 하는지 막막하게 느끼는 게 현실이다. “창직은 절대 어렵지 않고, 하지 않으면 후회한다”고 김 대표는 힘줘 말했다. 직접 창직도 하고 2017년부터 한국창직협회의 창직 전문위원으로 멘토링과 강의를 하는 그는 “신중년의 경험과 연륜은 창직의 창고다”라며 “대부분 신중년이 퇴직 뒤에도 일하고 싶어 하는데, 창직은 일거리를 만들 수 있는 첫걸음이며 최고의 선택지”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창직은 과정이며 창업, 재취업, 프리랜서 등으로 선택지를 넓혀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창직의 첫걸음으로 그는 주저하지 않고 ‘나’에 대한 충분한 탐색을 꼽았다. “뻔하고 쉬운 일 같지만 많은 신중년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에 대한 탐색의 방법으로 직접적인 경험을 추천했다. 교육기관을 찾아 강의를 들어보거나, 자원봉사나 재능기부 등을 해보는 것이 도움된다. 서울시 50플러스캠퍼스나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 등에서 제공하는 신중년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컨설팅의 도움을 받는 과정도 추천했다.
‘탐색 과정을 거친 뒤에도 도저히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를 잘 모르겠다면?’ 그는 아예 새로운 것을 배워보길 제안했다. 스마트폰 활용 등 디지털 역량에 대해 먼저 배우고 익히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이제는 무엇을 하든 디지털 역량이 필요하다. 직접 관련된 일을 하지 않더라도 홍보 등 여러 활동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앞으로 하는 일의 영역을 넓혀가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관심 분야를 선택하고 나면?’ 직무 전문성을 위한 교육기관을 찾아 직무역량을 쌓아야 한다. 김 대표가 스스로 경험한 창직도 이런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그는 방송사(MBC) 라디오국에서 약 20년 일한 뒤 2000년대 후반 그만뒀다. 가족들과 해외에서 2년간 살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다시 일하고 싶었다. 2010년대 중반쯤 우연히 ‘창직’을 접했다. 이정원 한국창직협회장 특강을 듣고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것을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고 싶어 창직진로지도사 양성 과정에 들어가 자격증을 따고, 창직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18년 50플러스캠퍼스 1인 창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후 그는 사진과 영상 찍는 것을 좋아해 영상 관련 프로그램을 거의 모두 들었다.
영상 강의 참여자들은 관심사가 비슷한 동년배, 선후배였다. 경력도 다양했다. 10여 명이 모여 커뮤니티 활동을 했다. 자연스럽게 영상 공부로 이어졌다. 한 회원이 영상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올리면 다른 회원들은 내레이션, 자막, 음악 등을 각자의 방식으로 만들어 공유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경험이 저절로 이뤄졌다. 영상 공부를 같이하며 ‘신중년이 고쳐야 할 것들-매너 지키기’ 등 캠페인성 콘텐츠도 함께 제작하며 와그락소통연구소를 만들어 활동했다. 와그락은 ‘함께 모여 재미있는 일을 꾸밀 때 나는 소리’로 그가 만든 말이다. 지난해엔 회원들 가운데 뜻이 맞는 10여 명과 협동조합 ‘두플러스’를 만들어 디지털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세대 간 소통을 지향하는 일을 한다. 50플러스캠퍼스의 새싹 지원사업의 도움이 컸다.
그렇다면 창직을 할 때는 혼자서 하는 게 좋을까? 아니다. 김 대표는 가능한 한 여럿이 함께할 것을 추천했다. 그는 “관심사나 비전이 비슷한 이들과 함께하면서 일 영역이 넓어지고 무엇보다 지속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두플러스에도 다양한 경력을 가진 구성원들의 역량이 모이면서 일거리가 만들어졌고 점점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서울시와 자치구의 온라인 영상 강의를 비롯해 4차 산업, 미래 트렌드, 중소기업 홍보영상을 제작했고 최근에는 한 기업의 생활금융 영상을 만들고 있다.
“좋은 사례는 창직을 하는 것이고, 실패 사례는 창직을 하지 않는 것”이 창직에 대한 그의 지론이다. 창직을 하면 어떻든 변화를 겪어보고 간다. ‘나’를 탐색하는 과정들로 새로운 직무를 찾기 전에 새로운 삶의 즐거움이 생긴다. 반대로 창직을 하지 않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자기 변화나 발전이 있기 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이 나이에 어떻게’라는 생각이 든다면? 김 대표는 “지금이 최고의 시기라는 걸 알고 무엇보다 변화를 즐겨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20~30년의 인생을 어떻게 살지 정하는 것이기에 주춤거리지 말고, 그렇다고 조급해하지도 말 것을 당부했다. “창직 과정은 나를 찾고 내가 사랑하는 일을 만들어주고, 그 일은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며 김 대표는 “용기를 내서 한 걸음이라도 내디디면 변화는 그대로 따라온다”고 힘줘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