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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간 유대감 강한 관악구 특성 살려
‘청년 예술인 요구 수용 가능한 곳’ 지향
기초·광역 문화행정 관련 경험 풍부
지난해 외부 예산 26억원 확보 성과도
차민태 관악문화재단 대표는 21일 관악구 신림동 관악문화재단에서 ‘관악스러움’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예술을 통해 기초지자체 문화재단의 역할을 새롭게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중앙이나 광역 자치단체에서는 새로운 예술을 견인하는 사업을 펼치기가 어렵습니다. 규모가 작은 기초지방자치단체(기초지자체)에서는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죠.”
차민태(45) 관악문화재단 대표는 21일 “새로운 예술을 견인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서 대표를 맡게 됐다”고 했다. 차 대표는 “가장 개인적인 게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며 “중앙이나 큰 규모의 자치단체보다 다양한 청년들이 모여드는 관악구에서 새로운 예술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차 대표는 2019년 8월 관악문화재단 출범과 동시에 대표를 맡았다. 관악문화재단은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는 비교적 늦게 재단으로 출범했지만, 기초지자체 문화재단의 역할과 비전을 착실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차 대표는 서울문화재단(2008~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12~2019년)에서 문화예술 분야 행정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중앙과 기초·광역 자치단체의 문화예술 분야에서 후원과 공연사업을 기획한 전문가로 기초지자체 문화재단 대표 중에서는 가장 나이가 어리다. “기초자치단체, 특히 서울의 자치구는 자체 예산으로 사업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래서 서울시나 중앙정부, 문화단체 등 외부 예산을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관악문화재단은 지난해 관악아트홀 리모델링 비용 15억원, 예술창작과 생활문화 지원비 11억원 등 26억원의 외부 예산을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차 대표는 “다른 지자체가 보통 3억~5억원 정도 외부 예산을 확보하는 데 비하면 아주 많이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차 대표는 예술을 김춘수의 ‘꽃’에 비유했다. ‘일상적인 것’들은 예술로 조명받지 못하지만, 예술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트 예술 측면에서 보면 예술이 아니지만, 우리가 그것을 예술이라고 불러주면 예술이 될 수 있죠. 전국 기초지자체에서 그런 역할을 하면 결국에는 정말 다양한 ‘꽃’들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차 대표는 “우리 일상은 충분히 그 자체로 예술이 될 수 있고, 예술가들의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를 ‘꽃’으로 만들어 시민이 향유할 수 있게 만드는 게 기초지자체 문화재단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래서 차 대표는 기초지자체 문화재단의 경우, 중앙이나 광역 자치단체가 하는 지원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중앙이나 광역 자치단체에서 해왔던 ‘정답추구형 공모사업’은 공모 요강에 맞춘 답안을 작성해야 재원을 지원한다”며 “기초는 이와 달리 빈 플랫폼처럼 아이디어를 진작하고 기회를 주는 형태가 돼야 조금 더 풍요로운 예술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악구만의 다양한 소재와 경험치를 예술창작의 재료로 사용한 스토리, 곡, 율동이 나와야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지역의 부가가치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차 대표는 “‘재미있는 예술’을 지원해줄 수 있어야 하고,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예술창작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대표는 지역성의 핵심을 ‘관악스러움’이라고 했다. 그는 “관악구민은 이웃 간에 유대감이 상당히 높은데, ‘관악스럽다’는 것은 친근함이 바탕이 된다”고 했다. 이런 친근함을 ‘덜 발달한 관악’에서 찾았다. 그는 “관악에는 아직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것 같은 지역이 비교적 많다”며 “주민들은 빨리 개발해야 한다고 하지만 근대 도시 풍경이 생경한 젊은이들은 오히려 ‘핫하고 힙한 장소’라고 좋아한다”고 했다. “우리가 너무 과거에 대해 조선시대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 같은데, 고려시대를 들여다보면 훌륭한 유산이 많습니다. 고려는 당시 세계적으로 문화 다양성을 인정한 나라였죠.” 차 대표는 정체성뿐만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다. 그는 “고려를 조망할 필요가 있는데, 마침 관악구에는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낙성대가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창작자의 상상력을 동원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관악문화재단은 특화된 방법으로 창작 활동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작업도 하고 있다. 김설진씨를 비롯한 무용수 9명이 관악구 9곳을 배경으로 춤추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렸다. 특히 삼성동에 있는 한 카센터 앞에서 촬영한 김설진씨의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창작자들은 이색적인 공간에서 춤추니 훨씬 더 재밌고,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되니 일부러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자신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며 신기해합니다.” 차 대표는 이런 형태의 생활 속 예술지원 사업을 앞으로 계속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했다. “문래동이나 홍대에 있는 청년 예술인이 관악에 많이 옵니다. 이들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데, 관악은 그런 것을 할 수 있고, 자신들이 의견도 개진할 수 있는 형태인 것이 매력이라고 하더라구요.” 차 대표는 그래서인지 “지난해 마영신 웹툰 지원, 독립영화 창작 지원 등 경계를 넘나드는 형태의 예술을 하고 싶은 젊은 예술인의 노크가 많았다”고 했다. 관악문화재단은 올해 코로나19 속에서도 다양한 창작 지원과 문화플랫폼, 마을미디어센터 조성 등 사업을 추진한다. 차 대표는 “예술이 뭔지 계속 되묻고 서로 소통하고 협의하는, 주민과 함께하는 관악문화재단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차 대표는 서울문화재단(2008~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12~2019년)에서 문화예술 분야 행정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중앙과 기초·광역 자치단체의 문화예술 분야에서 후원과 공연사업을 기획한 전문가로 기초지자체 문화재단 대표 중에서는 가장 나이가 어리다. “기초자치단체, 특히 서울의 자치구는 자체 예산으로 사업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래서 서울시나 중앙정부, 문화단체 등 외부 예산을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관악문화재단은 지난해 관악아트홀 리모델링 비용 15억원, 예술창작과 생활문화 지원비 11억원 등 26억원의 외부 예산을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차 대표는 “다른 지자체가 보통 3억~5억원 정도 외부 예산을 확보하는 데 비하면 아주 많이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차 대표는 예술을 김춘수의 ‘꽃’에 비유했다. ‘일상적인 것’들은 예술로 조명받지 못하지만, 예술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트 예술 측면에서 보면 예술이 아니지만, 우리가 그것을 예술이라고 불러주면 예술이 될 수 있죠. 전국 기초지자체에서 그런 역할을 하면 결국에는 정말 다양한 ‘꽃’들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차 대표는 “우리 일상은 충분히 그 자체로 예술이 될 수 있고, 예술가들의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를 ‘꽃’으로 만들어 시민이 향유할 수 있게 만드는 게 기초지자체 문화재단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래서 차 대표는 기초지자체 문화재단의 경우, 중앙이나 광역 자치단체가 하는 지원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중앙이나 광역 자치단체에서 해왔던 ‘정답추구형 공모사업’은 공모 요강에 맞춘 답안을 작성해야 재원을 지원한다”며 “기초는 이와 달리 빈 플랫폼처럼 아이디어를 진작하고 기회를 주는 형태가 돼야 조금 더 풍요로운 예술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악구만의 다양한 소재와 경험치를 예술창작의 재료로 사용한 스토리, 곡, 율동이 나와야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지역의 부가가치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차 대표는 “‘재미있는 예술’을 지원해줄 수 있어야 하고,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예술창작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대표는 지역성의 핵심을 ‘관악스러움’이라고 했다. 그는 “관악구민은 이웃 간에 유대감이 상당히 높은데, ‘관악스럽다’는 것은 친근함이 바탕이 된다”고 했다. 이런 친근함을 ‘덜 발달한 관악’에서 찾았다. 그는 “관악에는 아직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것 같은 지역이 비교적 많다”며 “주민들은 빨리 개발해야 한다고 하지만 근대 도시 풍경이 생경한 젊은이들은 오히려 ‘핫하고 힙한 장소’라고 좋아한다”고 했다. “우리가 너무 과거에 대해 조선시대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 같은데, 고려시대를 들여다보면 훌륭한 유산이 많습니다. 고려는 당시 세계적으로 문화 다양성을 인정한 나라였죠.” 차 대표는 정체성뿐만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다. 그는 “고려를 조망할 필요가 있는데, 마침 관악구에는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낙성대가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창작자의 상상력을 동원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관악문화재단은 특화된 방법으로 창작 활동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작업도 하고 있다. 김설진씨를 비롯한 무용수 9명이 관악구 9곳을 배경으로 춤추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렸다. 특히 삼성동에 있는 한 카센터 앞에서 촬영한 김설진씨의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창작자들은 이색적인 공간에서 춤추니 훨씬 더 재밌고,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되니 일부러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자신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며 신기해합니다.” 차 대표는 이런 형태의 생활 속 예술지원 사업을 앞으로 계속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했다. “문래동이나 홍대에 있는 청년 예술인이 관악에 많이 옵니다. 이들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데, 관악은 그런 것을 할 수 있고, 자신들이 의견도 개진할 수 있는 형태인 것이 매력이라고 하더라구요.” 차 대표는 그래서인지 “지난해 마영신 웹툰 지원, 독립영화 창작 지원 등 경계를 넘나드는 형태의 예술을 하고 싶은 젊은 예술인의 노크가 많았다”고 했다. 관악문화재단은 올해 코로나19 속에서도 다양한 창작 지원과 문화플랫폼, 마을미디어센터 조성 등 사업을 추진한다. 차 대표는 “예술이 뭔지 계속 되묻고 서로 소통하고 협의하는, 주민과 함께하는 관악문화재단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