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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광평교~삼성교 4.4㎞ 연결해 21㎞ 순환둘레길 완성
지하철로도 접근 쉽고 방이습지·풍납토성 등과도 연결 잘 돼
50년 만에 이어진 송파둘레길 탄천길 광평교~삼성교 구간의 시작 지점인 광평교 아래 출발지 모습. 7월29일 취재에 나선 일행이 걸어가고 있다.
서울 유일 수변 순환형 둘레길, 곳곳에 철새와 꽃들 반겨
민선7기 들어 ‘공존’ 해법 찾아 착공
경관보전지역에 조건부로 길 만들어
“앞으로 탐방 등 시너지 낼 것 기대”
송파구는 지난 7월 탄천길 중에서 광평교~삼성교 구간(4.4㎞)을 50년 만에 이었다. 그동안 탄천길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이 구간만 길이 끊겨 있었다. 송파둘레길은 비로소 성내천길(6㎞), 장지천길(4.4㎞), 탄천길(7.4㎞), 한강길(3.2㎞)로 이어지는 총 길이 21㎞의 서울에서 유일한 ‘순환형 둘레길’을 완성했다. 송파둘레길은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둘레길이 산길인 데 견줘 장지천 일부를 제외한 90%가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보기 드문 수변 산책로다. 둘레길을 한 바퀴 도는 데 어른 걸음으로 5시간30분 정도 걸린다.
7월29일, 이번에 연결된 탄천길 구간을 시작으로 송파둘레길 곳곳을 임홍순(70) 솔이자연사랑 회장과 함께 걸었다. 임 회장은 송파구에 살면서 송파구민을 중심으로 결성된 솔이자연사랑을 10여 년째 이끌고 있다. 현재는 송파둘레길 길라잡이도 함께 이끌고 있으며 운영협의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7월29일, 이번에 연결된 탄천길 구간을 시작으로 송파둘레길 곳곳을 임홍순(70) 솔이자연사랑 회장과 함께 걸었다. 임 회장은 송파구에 살면서 송파구민을 중심으로 결성된 솔이자연사랑을 10여 년째 이끌고 있다. 현재는 송파둘레길 길라잡이도 함께 이끌고 있으며 운영협의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장지천길 장지근린공원 입구에서 임홍순 솔이자연사랑 회장이 송파둘레길 안내서에 스탬프를 찍고 있다.
“저기 숯내교 보이죠. 그 전에 있는 대곡교가 성남과 서울의 경계인데, 탄천이 용인에서 발원해 저곳까지 29㎞ 정도를 내려와요. 여기서 7㎞ 정도를 더 가서 한강에 이르죠. 탄천은 유속이 수도권에서 제일 빠르고 맑고 깨끗해요.”
임 회장은 송파구 광평교 아래 탄천길 진입 램프 중간 부분에 서서 성남시 쪽에서 내려오는 탄천을 가리키며 탄천의 발원지와 유래를 설명했다.
송파둘레길의 서쪽 경계에 해당하는 탄천은 경기도 용인시 법화산에서 발원해 약 36㎞를 흘러 한강으로 들어간다. 그 중간중간에 남한산성이 있는 경기도 광주시 청량산에서 내려온 장지천, 관악산에서 내려온 양재천 등 여러 지천과 물길을 섞는다. 성남시 복정동 대곡교를 지나 한강까지 약 7㎞ 구간이 송파구에 속해 있다.
임 회장은 “탄천과 장지천 합수 지점에 아치형의 숯내교와 확 트인 풍광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며 “이곳은 하늘로 곧게 뻗은 양버들이 길을 따라 줄지어 있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했다.
탄천의 유래도 재미있다. 염라대왕이 저승사자에게 삼천갑자(18만년)를 살았다는 동방삭을 잡아 오라고 했는데, 동방삭의 둔갑술이 뛰어나 저승사자도 어쩔 수 없었다. 저승사자는 고심 끝에 꾀를 내어 냇물에서 숯을 빨기로 했다. 이 모습을 본 한 행인이 ‘내가 삼천갑자를 살았어도 숯을 빠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하자 저승사자는 그 사람이 동방삭인 걸 알아채고 저승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그때부터 ‘숯내’ 또는 같은 뜻의 한자로 ‘탄천(炭川)’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광평교에서 삼성교까지 막혀 있었죠. 송파구민들이 이 길을 이용하지 못하고 전부 광평교로 탄천을 건넌 뒤 강남 쪽으로 돌아서 가야 했는데, 지금은 주민들이 너무 좋아해요. 앞으로 시너지 효과가 날 겁니다.”
탄천길 개통은 순환형 송파둘레길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한강을 가려면 탄천 건너편 강남 쪽 방향으로 건너가야 했는데, 이제 송파둘레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한강과 만날 수 있다. 탄천은 서울에서 중요한 철새도래지면서 도심 속 유일한 자연하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요즘 새들이 다리 밑으로 와요. 저기 왜가리, 흰뺨검둥오리, 쇠백로 보이죠. 그늘도 지고, 하천이 교각을 지나면서 그 뒤로 모래톱이 형성되는데 그런 곳에 먹이가 많죠.” 다리 밑 하천가로 자리를 옮긴 임 회장이 가리키는 곳에는 다양한 새들이 더위를 피해 한가로이 쉬고 있는 듯 보였다.
다리 밑 새들을 뒤로하고 새로 만든 탄천길을 걸었다. 굴곡 없이 직선으로 쪽 뻗은 길 따라 줄지은 이팝나무가 첫인사하듯 가지와 잎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이어서 이 길이 조건부로 만들어졌죠. 그래서 자전거길이 없어요. 자전거길을 낼 만한 공간이 없어요.” 임 회장은 생태경관을 보전하면서 경사면을 잘라 길을 만드느라 자전거길을 낼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고 알려줬다.
탄천길 구간은 1960년대 말 한강종합개발 이후 제방이 들어서고 도로가 생기면서 일반 주민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이 지역이 2002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일반인의 출입이 더욱 어려워졌다. 2018년 7월 박성수 송파구청장이 당선된 뒤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자연 친화적인 산책로를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탄천구간에는 생태관찰대 4곳, 교량 연결 램프 2곳이 함께 만들어졌다.
새로 난 탄천길에는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탐조대가 있다. 높은 곳에서 커다란 망원경으로 하천을 바라보면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다.
탄천길은 다양한 새들이 찾아와 인기가 많은데, 40여분을 걷자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탐조대가 나왔다. 높은 곳에서 커다란 망원경으로 하천을 바라보니 다양한 새들이 모래톱에서 한가롭게 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탄천에서는 꼬마물떼새, 중대백로, 황조롱이, 흰목물떼새, 민물가마우지 등 많은 새를 볼 수 있다. 이곳에서 관찰된 조류만 해도 53종에 이른다. 임 회장은 “탄천은 철새도래지라서 아침저녁으로 각기 다른 풍광 속에서 새들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했다.
임 회장은 새들을 바라보고 “이번에 코로나19 때문에 망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만 아니라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탄천길을 널리 알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성내천길 한국체육대부터 오륜교까지 약 450m 구간에 여름꽃인 백일홍이 만발했다.
탄천을 뒤로하고 성내천으로 향했다. 송파둘레길의 동쪽 경계에 해당하는 성내천길은 한강에서 성내천을 따라 성내4교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한국체육대부터 오륜교까지 약 450m 구간에는 여름꽃인 백일홍이 만발했다. 백일홍은 초여름부터 가을철 서리가 내릴 때까지 다양한 모양과 색깔을 지닌 꽃을 피운다. 하천을 따라 핀 백일홍을 보니 마치 형형색색의 물길이 굽이치는 듯 보였다.
성내천길에 있는 성내2교 교각이 주민들의 힘으로 생동감 넘치는 30m의 ‘그림 교각’으로 변신했다. 마천2동 주민 100여 명이 모여 6월 한 달 동안 자칫 밋밋하거나 ‘그늘진 다리 밑’으로 남을 뻔했던 성내2교 교각에 벽화를 그렸다. 조선시대 임경업 장군이 이곳 마천을 지나는데 인근 천마산에서 백마가 내려와 장군을 태우고 간 설화에 등장하는 ‘달리는 말’이 푸른 나무와 함께 그려져있다. 또한 맞은편 교각에는 인간의 일생을 담은 ‘인생길’을 웃음과 애환이 묻어나는 따뜻한 그림으로 담아냈다.
성내천길 성내2교 교각에는 주민들이 직접 그린 벽화가 있다. 인간의 일생을 길에 비유한 ‘인생길’ 모습.
“성내천에 오면 벚꽃축제에 따로 갈 필요없어요. 천변 양쪽에 벚꽃 터널이 생겨 장관을 이룹니다.”
임 회장은 “성내천길은 봄에 가장 장관을 연출하는 곳으로 한강과 만나는 합수 지점에서 올림픽공원까지 둑방 전체가 벚꽃 터널을 이룬다”며 “주로 벚나무와 무궁화로 조성된 직선길로 한강 합수 지점에서 천연기념물 수달이 발견될 만큼 건강한 생태하천”이라고 했다.
성내천길에서는 낮 동안 자외선을 저장해 밤에 스스로 빛을 내는 축광석으로 만들어진 은하수 산책로와 다양한 포토존이 발을 멈추게 한다. 또한 어둡고 음침한 다리 밑을 밝게 비추는 미디어아트도 재밌다.
어둡던 다리 밑 통행로였던 성내천길 방이동 보행교가 예술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만든 미디어아트로 한층 흥미롭고 밝아졌다.
다시 발길을 옮긴 곳은 장지천길, 성내4교에서 거여고가도로 밑을 거쳐 장지근린공원과 장지천으로 이어진다. 송파둘레길의 남쪽경계인 이곳은 송파둘레길 중에서 유일하게 숲속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숲속 구간이다. 장지근린공원 입구부터 느티나무, 미스김라일락, 모감나무, 계수나무가 즐비하다. 그중에서 쭉 뻗은 메타세쿼이아길은 청량감을 더한다.
장지천길 장지근린공원 입구를 지나면 숲속으로 곧게 뻗어 있는 메타세쿼이아길을 만난다.
한강길은 탄천 합수 지점에서 잠실 한강공원을 지나 성내천 합수 지점까지 이어진다. 지천과는 달리 확 트인 전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잠실 선착장, 캠핑장과 어도가 있는 생태공원길은 서울 시민에게 인기가 많다.
“송파를 알려면 송파둘레길을 걸어라! 네 개 구간의 출발점과 끝나는 지점이 모두 전철역과 연결돼 있어요. 그야말로 송파의 모든 길은 송파둘레길로 통하죠.”
송파둘레길은 송파구 어디서나 나들 수 있어 석촌호수, 롯데월드타워, 올림픽공원, 방이습지, 가락시장, 가든파이브, 문정동 로데오거리, 풍납토성 등 송파의 다양한 명소와 연결된다. 임 회장은 “송파둘레길은 여러 전철역과도 연결돼 언제 어디서나 가까운 곳으로 나가 식사를 할 수 있고, 쇼핑도 할 수 있다”며 “그런 뒤 또다시 둘레길을 걸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송파둘레길은 둘레길을 넘어 송파의 지역 자원을 하나로 연결하는 플랫폼인 셈이다.
글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