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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독자 직접 소통 기회, 너무 기뻐요”

금천구 ‘꿈꾸는 작은 도서관’ 상주하는 손현주 작가

등록 : 2021-08-12 17:18 수정 : 2021-08-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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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등단 뒤 작품 활동 이어오다

문체부 지원으로 매일 도서관 출근 중

글쓰기 등 지역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주민과 소통, 새로운 창작샘 만나는 것”

손현주 금천구 ‘꿈꾸는 작은 도서관’ 상주작가가 3일 도서관에 마련된 자신의 집필실에서 지역 주민을 위한 문학프로그램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작업실도 따로 준비해주고 창작 활동 여건을 잘 조성해줍니다. 작가의 능력을 지역 주민과 나눌 수 있고, 무엇보다 독자와 만나는 계기가 돼 좋아요.”

3일 금천구 시흥3동 ‘꿈꾸는 작은 도서관’에서 만난 손현주(58) 작가는 “주민들과 만남을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며 웃었다. 손 작가는 올해 ‘도서관 상주 작가’로 선정됐다. 그는 7월부터 12월까지 꿈꾸는 작은 도서관으로 출퇴근하며 창작 활동과 지역 주민을 위한 문학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도서관 상주 작가 지원사업’은 2017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으로 문인과 지역 주민을 위해 시작했다. 문인에게 창작 공간과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지역 주민에게는 문학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올해 서울에 있는 도서관 중에서 상주 작가 지원사업을 하는 곳은 건강 특화 도서관인 꿈꾸는 작은 도서관을 비롯해 모두 10곳이다.


손 작가는 “상주 작가가 되는 것은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며 “실제로 독자와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어 굉장히 좋다”고 했다. 손 작가는 200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엄마의 알바>로 등단했다. 2009년 단편소설 <당신의 남자>로 문학사상 신인상, 2010년 단편소설 <두 시간>으로 평사리 문학대상을 받았다. 손 작가는 등단 이후 <불량가족 레시피> <헤라클레스를 훔치다> <싸가지 생존기> <소년, 황금버스를 타다> <도로나 이별 사무실> 등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교육 학대’와 청소년의 자살을 다룬 소설 <선휘의 세계>를 출간할 예정이다.

꿈꾸는 작은 도서관이 있는 시흥동은 도심과 떨어져 있어 지역 주민이 편리하게 문화 혜택을 누리는 데 제약이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도서관 상주 작가 지원사업 덕분에 지역 주민이 다양한 문학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성인들은 소소하지만 자신만의 글쓰기를 하고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초등학생들은 소설이나 수필, 주장 글 등 갈래 글쓰기를 상당히 어려워하는데, 이를 구분해서 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글쓰기 수업을 하려고 해요.”

손 작가는 꿈꾸는 작은 도서관과 함께 작가 추천도서 전시 프로그램 ‘함께 읽어 볼까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수업 ‘글쓰기 비밀수업’, 성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수업 ‘브런치 글쓰기'를 8월부터 진행한다. 또한 중·고등학생을 위한 인문학 강의, 작가와의 만남과 북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 손 작가는 “꿈꾸는 작은 도서관과 협력해 지역 특색에 맞는 문학프로그램으로 지역 주민과 만날 수 있어 기대가 된다”고 했다.

“필수적인 다양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도서관은 작가에게 최고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죠.”

손 작가는 주로 카페 등에서 조용하게 글을 쓰는 편이다. 혼자 작업을 하면 좋은 점도 있지만, 고즈넉해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단점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곳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해야 해서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해 더 부지런해진다”며 웃었다.

“책을 읽는 것이야말로 사람이 할 수 있는 위대한 도둑질이죠.” 손 작가는 “다른 사람이 쓴 책을 통해 더 깊이 사유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며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일수록 더욱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도록 책을 읽어야 한다”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작가는 독서를 귀찮아하고 어려워하는 사람이 독서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는 “자신이 흥미를 느끼고 있고, 지금 가장 필요한 책을 읽어야 쉽고 재밌게 읽힌다”며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유명한 책이라도 지루하게 느껴져 금방 손에서 책을 놓게 된다”고 했다. 또한 “책은 ‘정신세계의 밥’인 만큼 정신을 살찌우기 위해 한 해 동안 어떤 책을 읽겠다는 목표와 그만큼 시간을 내겠다는 각오가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역 주민들과 만나면 굉장히 보람을 많이 느끼죠. 작가가 작품을 끝내고 나면 허탈할 수 있는데, 지역 주민들과 만나는 시간은 작가에게 휴식이자 새로운 창작샘을 만나는 것이라 의미가 커요.”

손 작가는 2년 전 김포에서 도서관 상주 작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문화예술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어렵다”며 “상주 작가 지원사업은 작가와 지역 주민 모두에게 좋은 기회가 돼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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