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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의 첫 청년 통장 (왼쪽부터) 정혜린·이설해·우현정씨가 9월4일 우씨가 운영하는 카페 앞에서 통장증과 ‘통장의 집’ 명판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8월1일부터 용답동 12·13·15통의 통장으로 활동해왔다. 성동구 제공
심사 거쳐 위촉, 평균 600여 가구 맡아
쓰레기 문제, 공사 소음 등 민원 전달
건물마다 출입 조건 달라 애로 겪기도
“일 잘하고 편하게 대하는 통장 될 터”
서울의 세 집 중 한 집은 1인 가구다. 급증하는 1인 가구를 지원하기 위한 자치구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성동구도 올해 티에프팀을 구성하고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맞춤형 지원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구는 청년 1인 가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첫 청년 통장을 공모했다. 통장추천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지원자 7명 가운데 3명이 뽑혔다.
8월1일 위촉돼 통장 활동을 하는 우현정(39)·이설해(31)·정혜린(35)씨가 <서울&>을 만났다. 9월4일 성동구 용답동 한 카페에 모인 이들은 활동 한 달 동안 맛본 단맛과 쓴맛을 풀어놓았다. 세 사람의 직업은 자영업자·직장인·프리랜서다. 이들은 지역에 봉사하고 싶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1인 가구의 불편을 덜어주고 싶어 통장에 지원했다. 용답동의 12·13·15통의 각 500~700가구를 담당한다. 청년주택과 오피스텔 등이 들어서면서 청년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60% 가까이 되는 동네다.
지난 한 달 동안 여느 통장처럼 주민과 동 주민센터, 구청을 이어주는 활동을 했다. 용답동 통장들의 단체 카톡방에서 공지사항을 전달받았고, 전입신고 사후 전화 확인, 구청 소식지 배포, 여성 1인 가구 안심세트 홍보 등을 했다. 동네 민원을 동 주민센터나 구청의 직원들에게 알렸다. 세 사람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변화를 체감한다”고 입 모아 말했다. 인사를 나누는 이웃이 늘고, 동네에 별로 관심이 없던 자신들의 눈에 고치거나 바꿔야 할 것들이 들어온단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으려 나서기도 한다. 15통에서 4년째 살며 지난해부터 카페를 운영해온 우씨는 활달한 성격에 ‘우 브릿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행정과 주민, 주민끼리도 이어준다. 우씨는 “동네에서 유명인이 된 듯하다”며 “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이제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보행로에 오랫동안 방치된 시외버스노선판을 다산콜센터에 연락해 치워지게 했단다. 12통의 청년주택에 사는 이씨는 “직장을 다녀 주로 저녁과 주말에 활동하는데 인사하고 지내는 이웃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전엔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며 거리를 걸었는데 요즘은 개선해야 할 게 없는지 두리번거리며 걷는다”고 했다. 13통을 맡은 정씨는 동네 공공체육센터 간담회 자리에 초청도 받았다. “이런 전화를 처음 받았을 땐 낯설었는데 적응해가고 있다”고 했다. 프리랜서인 정씨는 “마치 아주 오래 산 주민처럼 동네에 관심과 애정이 생기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입신고 확인 전화를 하다 알게 된 동갑내기 이웃과는 친구가 됐다. 동네 문제나 주민 불편을 풀어가면서 보람도 느낀다. 우씨는 쓰레기 수거업체가 분리수거 물품을 종량제 봉투에 넣으라고 한다는 민원을 들었다. 구청 청소행정과에 알려 분리수거가 이뤄지도록 하면서 아이스팩을 따로 모으는 덤도 얻었다. 청년주택 입주자 단체 카톡방에서 동네 도로 공사 소음 글을 본 이씨는 구청에 민원을 전달해 새벽 시간 공사 소음이 사라지게 했다. 오피스텔에 사는 정씨는 분리수거장에서 낯선 사람이 많은 양의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보고 관리실에 알려 조치가 이뤄지게 했다. 이들은 애로점으로 오피스텔 등 건물 출입 때 겪는 어려움을 꼽았다. 구청의 안내문이나 소식지를 우편함에 꽂아두기 위해 건물에 들어가야 하는데 건물마다 규정이 다르거나 관리인마다 운영 기준도 달라 곤란을 겪을 때가 있다. 정씨는 “나이 많은 관리소장님이나 관리원들을 대하는 게 어렵다”며 “출입을 거절당할 땐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고 했다. 이씨는 “퇴근 뒤에 활동하다 보니 관리실 직원들이 없어 (건물에 들어가지 못해) 헛걸음할 때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성동구 첫 청년 통장으로 관심을 많이 받는 것도 좀 부담스럽다. ‘최초’ ‘청년 통장’이라는 수식어에 어깨가 무겁단다. 이씨는 “우리가 잘해야 청년 통장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부담감이 있다”고 했다. “새롭게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과제를 안은 것 같다”고 정씨는 말했다. 부담감 속에서도 세 사람은 일 잘하는 통장,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통장이 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주민들과 일상 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해보고 싶은 일도 계획한다. 정씨는 “깨끗한 동네를 만들기 위해 주민들과 정기적으로 블로깅(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1인 가구의 고민거리인 남는 식자재를 서로 나누는 활동을 펼쳐보고 싶어한다. 우씨는 “지역의 특화시설인 새활용플라자를 활용해 플리마켓, 야외 콘서트 등도 열어봤으면 한다”고 했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해 보람의 ‘단맛’과 거절의 ‘쓴맛’을 맛보고 있는 이들이 청년 통장에 관심 있는 또래에게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우씨는 “책임감과 봉사심이 있어야 하고 시간도 많이 써야 해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씨와 정씨는 “주위에 궁금해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다”며 “통장 활동은 경험도 되고 보람도 있는 좋은 기회라고 얘기한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난 한 달 동안 여느 통장처럼 주민과 동 주민센터, 구청을 이어주는 활동을 했다. 용답동 통장들의 단체 카톡방에서 공지사항을 전달받았고, 전입신고 사후 전화 확인, 구청 소식지 배포, 여성 1인 가구 안심세트 홍보 등을 했다. 동네 민원을 동 주민센터나 구청의 직원들에게 알렸다. 세 사람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변화를 체감한다”고 입 모아 말했다. 인사를 나누는 이웃이 늘고, 동네에 별로 관심이 없던 자신들의 눈에 고치거나 바꿔야 할 것들이 들어온단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으려 나서기도 한다. 15통에서 4년째 살며 지난해부터 카페를 운영해온 우씨는 활달한 성격에 ‘우 브릿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행정과 주민, 주민끼리도 이어준다. 우씨는 “동네에서 유명인이 된 듯하다”며 “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이제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보행로에 오랫동안 방치된 시외버스노선판을 다산콜센터에 연락해 치워지게 했단다. 12통의 청년주택에 사는 이씨는 “직장을 다녀 주로 저녁과 주말에 활동하는데 인사하고 지내는 이웃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전엔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며 거리를 걸었는데 요즘은 개선해야 할 게 없는지 두리번거리며 걷는다”고 했다. 13통을 맡은 정씨는 동네 공공체육센터 간담회 자리에 초청도 받았다. “이런 전화를 처음 받았을 땐 낯설었는데 적응해가고 있다”고 했다. 프리랜서인 정씨는 “마치 아주 오래 산 주민처럼 동네에 관심과 애정이 생기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입신고 확인 전화를 하다 알게 된 동갑내기 이웃과는 친구가 됐다. 동네 문제나 주민 불편을 풀어가면서 보람도 느낀다. 우씨는 쓰레기 수거업체가 분리수거 물품을 종량제 봉투에 넣으라고 한다는 민원을 들었다. 구청 청소행정과에 알려 분리수거가 이뤄지도록 하면서 아이스팩을 따로 모으는 덤도 얻었다. 청년주택 입주자 단체 카톡방에서 동네 도로 공사 소음 글을 본 이씨는 구청에 민원을 전달해 새벽 시간 공사 소음이 사라지게 했다. 오피스텔에 사는 정씨는 분리수거장에서 낯선 사람이 많은 양의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보고 관리실에 알려 조치가 이뤄지게 했다. 이들은 애로점으로 오피스텔 등 건물 출입 때 겪는 어려움을 꼽았다. 구청의 안내문이나 소식지를 우편함에 꽂아두기 위해 건물에 들어가야 하는데 건물마다 규정이 다르거나 관리인마다 운영 기준도 달라 곤란을 겪을 때가 있다. 정씨는 “나이 많은 관리소장님이나 관리원들을 대하는 게 어렵다”며 “출입을 거절당할 땐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고 했다. 이씨는 “퇴근 뒤에 활동하다 보니 관리실 직원들이 없어 (건물에 들어가지 못해) 헛걸음할 때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성동구 첫 청년 통장으로 관심을 많이 받는 것도 좀 부담스럽다. ‘최초’ ‘청년 통장’이라는 수식어에 어깨가 무겁단다. 이씨는 “우리가 잘해야 청년 통장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부담감이 있다”고 했다. “새롭게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과제를 안은 것 같다”고 정씨는 말했다. 부담감 속에서도 세 사람은 일 잘하는 통장,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통장이 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주민들과 일상 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해보고 싶은 일도 계획한다. 정씨는 “깨끗한 동네를 만들기 위해 주민들과 정기적으로 블로깅(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1인 가구의 고민거리인 남는 식자재를 서로 나누는 활동을 펼쳐보고 싶어한다. 우씨는 “지역의 특화시설인 새활용플라자를 활용해 플리마켓, 야외 콘서트 등도 열어봤으면 한다”고 했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해 보람의 ‘단맛’과 거절의 ‘쓴맛’을 맛보고 있는 이들이 청년 통장에 관심 있는 또래에게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우씨는 “책임감과 봉사심이 있어야 하고 시간도 많이 써야 해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씨와 정씨는 “주위에 궁금해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다”며 “통장 활동은 경험도 되고 보람도 있는 좋은 기회라고 얘기한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