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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환경 바꾸는 주민참여예산제…서울 자치구별 올해 예산 4억~138억원
중구 가장 많아…민선 7기 ‘동정부제’ 시행해 주민센터 예산편성권 가져
“이전에는 의견을 내면 시청이나 구청에서 이건 안 된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았는데, 동정부가 되고부터는 의견을 내면 주민들과공유하고 토론하면서 좀 더 보완해 실행돼서 무척 신나고 재밌어요.”
강우경 중구 청구동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간사는 18일 “실생활에 필요한 많은 부분이 바뀌어 너무 좋다”며 “동정부가 되면서 주민참여예산이 훨씬 더 활성화됐다”고 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2011년 9월부터 의무화됐다. 지역 문제는 대부분 지역에 사는 지역 주민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지역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주민 참여가 확대되면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예산에 대한 시민 통제를 통해 책임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25개 자치구는 올해 주민참여예산으로 많게는 138억원, 적게는 4억원을 편성했다. 자치구 7곳이 20억원이 넘고, 15억원이상~20억원 미만이 7곳, 10억원 이상~15억원 미만이 5곳, 10억원 미만이 4곳, 예산에 제한이 없는 자치구가 2곳이다.
이 중에서 중구는 올해 138억원으로 가장 많은 주민참여예산을 편성했다. 다른 서울자치구의 주민참여예산과 견줘 월등히 많은 규모다. 중구가 이처럼 주민참여예산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서양호 중구청장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구는 2019년 전국 최초로 동정부과를 신설해 주민생활과 밀접한 77개 업무를 동 주민센터로 이관하고 예산편성권도 부여했다. 구청에 집중된 권한을 동 주민센터로 옮겨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핵심으로 삼았다.
중구는 ‘내가 낸 세금, 쓸 곳은 내가 정한다’는 모토로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제안한 중구 동정부주민참여예산은 2019년 88개 사업 20억원, 2020년 179개 사업 122억원, 2021년 201개 사업 138억원으로 늘어났다.
중구는 ‘내가 낸 세금, 쓸 곳은 내가 정한다’는 모토로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제안한 중구 동정부주민참여예산은 2019년 88개 사업 20억원, 2020년 179개 사업 122억원, 2021년 201개 사업 138억원으로 늘어났다.
중구 회현동 함께부엌 모습. 각 구청 제공
중구의 주민참여예산 사업은 회현동 ‘함께부엌’ 조성, 을지로동의 특색을 반영한 주민참여 예술학교 운영, 소공동 문화유산 투어, 중림동 역사·문화 보존 활동 지원, 필동의 일상과 환경을 바꾸는 예술 ‘우리동네 미화감독’ 등이 대표적이다.
회현동은 2020년 주민센터 4층 낡은 주방을 고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유주방 ‘함께부엌’을 만들었다. 주민 모임 활성화는 물론 저소득층 반찬 나눔 봉사활동을 지원하는 등 공동체 편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약수동은 2020년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어르신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있다. 약수역 4번 출구에서 약수동마을마당 공원 앞까지 운행하는 엘리베이터는 보행이 힘든 노인들의 편안한 발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초 주민제안사업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서울시 공모 사업으로 이어져 15억4천만원의 시비까지 확보해 올해 10월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구는 2022년 주민참여예산 공모에 총1229개 사업이 접수돼, 추정 예산만 508억원에 이른다. 구는 이 중에서 사업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 법령 적합 여부, 다른 사업과 중복성 등 다양한 검토를 거쳐 309개 사업을 주민총회에 상정했다.
서대문구는 올해 주민참여예산 16억원으로 51개 사업을 추진한다. 구는 인도가 좁고 어두워 사람이 다니기 불안했던 ‘연희동 굴다리’ 보행로를 주민참여예산 ‘동우선편성액 제도’를 활용해 보행로 폭을 넓히고 펜스도 설치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바꿨다.
서대문구는 동별 3천만원 한도 내에서 동마다 직접 주민참여예산사업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동우선편성액 제도를 운영하고있다. 동우선편성액 제도는 동 단위에서부터 주민들이 동네에 필요한 사업을 직접 발굴하고 선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서대문구는 올해부터 주민참여예산제결산 과정에 전체 사업에 대해 주민 의견을 내는 ‘온예산제’를 전국에서 처음 시작했다.
서대문구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지난 4월 2020년도 결산 자료를 검토해 5월 주민 의견서를 구의회에 제출했다. 온예산제의 ‘온’은 전부·모두라는 뜻으로 주민이 사업을 제안하거나 예산편성 과정에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구청 전체 사업을 두루 검토하고 결산과정에도 참여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주민자치 과정이다.
양천구는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학교 근처 옹벽에 새 그림으로 분위기를 바꿨고, 성동구는 학교 담장에 조형물과 조명을 설치해 낡고 칙칙한 분위기를 산뜻하게 바꿨다.
“눈에 번쩍 띄게 하는 건 아니지만 꼭 필요한 사업 해서 만족해요”
‘내가 낸 세금, 쓸 곳 내가 정한다’ 모토
지역 현안·주민 숙원 사업에 예산 사용
재정 운영 투명성·공정성도 한층 높여
16억원 규모의 주민참여예산을 운영하는 양천구는 지난 4월 2천만원으로 목동 정목초등학교 뒤편 높이 4m, 길이 130m 크기의 옹벽 벽화를 새롭게 바꿨다. 이전 벽화가 낡아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만들어 이곳을 지나는 학생과 주민들이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주민 제안으로 아이들이 뛰어노는모습, 동물과 나무가 있는 자연 모습을 담은 벽화를 그려 주민과 아이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성동구는 올해 15억원의 주민참여예산으로 51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는 지난 9월 행당동 행당초등학교 담장에 나무, 고양이 등 조형물과 조명을 설치하고, 아이들이 직접 그린 타일 벽화로 담장을 장식했다. 밤이면 우범지대처럼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 100m가량 되는 행당초 후문 골목길이 산뜻하게 바뀌었다.
금천구는 37개 사업에 주민참여예산을 10억원 배정했다. 올해 학교 밖 청소년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주민참여예산을 배정한 게 대표적 사례다. 지난 4월부터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2100만원을 들여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맞춤형 취업자립 꿈의 직장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또한 올해 주민참여예산으로 시흥2동 금천종합복지타운 앞 미니 공원을 정비했다. 사업비 1억원을 들여 자칫 불결하게 변할 뻔했던 마을 공원을 주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쾌적하고 안전한 마을 쉼터로 바꾸었다.
강동구는 올해 주민참여예산 30억원으로 48개 사업을 추진한다. 강동구는 1억원규모의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참여예산을 운영하고 있다. 구는 청소년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렴해 청소년들이 직접 자신들을 위한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구는 청소년 주민참여예산으로 역사유적 탐방 교실 운영, 청소년 민주주의 축제, 숲 체험활동, 재활용 물품 만들기, 기후에너지 체험교육과 공모전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구세완 강동구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문화경제분과위원장은 “이전에 구청에서 일방향으로 사업을 선정할 때와 달리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주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을 할 수 있어 좋다”며 “이런 과정에서 함께 사는 주민들이나 구청과 더 잘 소통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도봉구는 올해 주민참여예산 16억원으로 47개 사업을 한다. 구는 코로나19로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지자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주민참여예산학교 온라인 교육 영상을 제작했다. 6월부터 12월까지 서울시 평생학습포털이나 도봉구 유튜브 ‘도봉봉티브이(TV)’를 통해 주민참여예산위원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도봉구의 주민참여예산 정책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은평구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공감하는 청소년 인성교육. 각 구청 제공
은평구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15억원이던 사업비를 2021년 26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은평구는 2010년 서울시 자치구 최초 주민참여 기본조례를 제정하고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해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2011년에는 전국 최초로 참여예산 주민총회도 개최했다.
“돈을 많이 들여 눈에 번쩍 띄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별로 꼭 필요한 사업을 하죠. 주민 호응도 높고 성과도 좋아요.”
주민참여예산제는 주민의 복지, 생활 주변 불편 해소,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지역 현안이나 주민 숙원 사업에 대부분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주민참여예산제는 지역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주민마다 주변 환경이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문제를 찾아 공유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주민자치가 실현되기때문이다.
김명자 금천구 주민참여예산위원장은 “적지만 동네 구석구석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데 주민참여예산을 사용한다”며 “앞으로 예산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