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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1일 도봉구 쌍문동 목화송이협동조합 제품실에서 한경아 대표가 최근 출시한 디자인 업그레이드 보자기형 장바구니 포장재를 보여주고 있다. 목화송이가 서울산업진흥원의 서울메이드 브랜딩 지원을 받아 만든 친환경 바느질 제품이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행안부 선정, 서울의 첫 간판 마을기업
면생리대 등 20여가지, 디자인·질 우수
“공공구매 늘고 홍보에 도움되길 기대
정년퇴직 없는 일터 만들어 가고 싶어”
도봉구 마을기업 ‘목화송이협동조합’이 서울의 첫 간판 마을기업으로 뽑혔다. 지난 9월 행정안전부는 ‘모두애(愛)마을기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 상은 전국을 대표할 간판마을기업을 지정하고, 마을기업의 가치와 우수성을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됐다. 행안부의 마을기업 지정 뒤 2년이 지나고 매출이 3억원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다.
올해는 지역 대표로 올라온 16곳 가운데 목화송이협동조합과 함께 레인메이커 협동조합(대구 중구), 협동조합 꿈꾸는 문화놀이터 뜻(인천 남동구), 지내들 영농조합법인(전남 영광군), 농업회사법인 포항노다지마을(경북 포항시) 등 모두 5곳이 뽑혔다. 선정된 모두애마을기업들은 기초지방자치단체예산(2500만원)이 매칭돼 1억원을 받는다.
상금은 홍보·마케팅, 판로 확보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개발비와 컨설팅비 등으로 사용한다. 10월21일 오후 도봉구 쌍문동 금호아파트 단지 끝 옛 유치원 건물에 있는 목화송이를 찾았다. 한경아(59) 대표가 2층 제품실로 안내했다. 약 20평 공간은 제품으로 가득했다. 장바구니, 에코백, 앞치마, 텀블러 파우치, 철릭(무관 공복) 한복 등 20여 종의 환경과 몸을 살리는 친환경 바느질 제품들이다. 한 대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시작했는데 막상 지원서를 쓰면서 꼭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목화송이는 지난해엔 지역 심사에서 떨어졌고, 서울 대표로 나갔던 다른 마을기업은 모두애마을기업에 선정되지 않았다. 이번엔 지원서를 쓰면서 대표 마을기업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단다. 다문화·중노년 여성 등 17명이 함께 일하는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했고, 친환경 바느질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에서도 전국을 대표하는 간판 마을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그가 평범한 주부에서 17명의 일터 대표가 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그는 어린 시절 엄마가 봉제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대학에서 의류 분야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가정관리학과를 선택했다. 졸업 뒤 인테리어 회사에 다녔고 결혼 뒤 육아에 전념했다. 2006년 생협 ‘한살림’ 조합원으로 대안생리대 운동 ‘피자매연대’ 교육을 받고 면생리대를 만들어 사용해봤다. ‘건강, 친환경, 경제성’ 등 두루 좋아 더 많은 여성이 쓸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바느질 모임도 꾸리고 워커스컬렉티브(일 공동체) 활동도 했다. 면생리대 보급 전도사를 자처한 것이다. 2011년 행안부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뒤협동조합으로 조직 꼴을 갖추며 본격적으로 대표로서 역할을 해왔다. 2017년엔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았다. 한 대표는 “전문 경영인도 아니고, 특별한 봉제기술도 없이 17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면생리대 보급에도 역할을 해 보람 있고 감사하다”고 했다. 굴곡도 있었다. 면생리대가 의약외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대상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됐는데 허가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서 세 번 시도 끝에 겨우 허가를 받았다. 그는 “몰라서 용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람 관계의 어려움도 겪었다. 지난해엔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매출이 30%나 줄었다. 인천공항에 있던 판매처 3곳도 문을 닫아야 했다. 고비마다 그는 묵묵히 할 일을 하며 버텨냈다. 주위의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지난해 매출 급감 때는 동분서주하며 일감을 찾아왔다. 천 마스크도 만들고 철릭 한복 원피스 개발에도 나섰다. 얼마 전엔 지인을 통해 일본 누비 가방 2천 장 주문이 들어왔다. 그는 “코로나 위기를 넘기면서 11월까지 일감이 꽉 차 있는 게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목화송이는 지역 공헌활동도 이어오고있다. 지역 복지관 홀몸노인을 위해 월 20만원을 꾸준히 내왔다. 천 마스크 1천 장을 만들어 도봉구에 기증했다. 그룹홈 청소년에게 면생리대와 에코백을, 다문화 가정과 미혼모에게 기저귀 가방을 기부했다. 그는 “국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등 해외에도 기회가 닿는 대로 공헌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목화송이의 면생리대 사업은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 한살림에서 생분해 일회용 생리대를 내놓았고, 다른 면생리대 제조사가 늘어 면생리대 매출 비중이 3분의 1로 줄었다. 그는 “선두주자 역할에 만족하고, 새로운 틈새 제품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했다. 초고령화 사회에 성인 일회용 기저귀 급증에 눈을 돌리고 있다. 여러 시도를 하면서 요실금 팬티를 개발해 내놓으려 준비하고 있고, 빨아 쓰는 어르신 위생용품을 보급해나가려 한다. 한 대표는 목화송이를 정년퇴직이 없는 일터로 만들어가고 싶어 한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중노년 일자리는 경제적인 것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목화송이가 오래가는 기업이 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모두애마을기업 선정이 공공구매가 늘고 홍보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우리 제품을 국민 누구나 하나씩 써보는 ‘모두가 사랑하는’ 명실상부한 모두애마을기업이 되고 싶다”며 한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상금은 홍보·마케팅, 판로 확보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개발비와 컨설팅비 등으로 사용한다. 10월21일 오후 도봉구 쌍문동 금호아파트 단지 끝 옛 유치원 건물에 있는 목화송이를 찾았다. 한경아(59) 대표가 2층 제품실로 안내했다. 약 20평 공간은 제품으로 가득했다. 장바구니, 에코백, 앞치마, 텀블러 파우치, 철릭(무관 공복) 한복 등 20여 종의 환경과 몸을 살리는 친환경 바느질 제품들이다. 한 대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시작했는데 막상 지원서를 쓰면서 꼭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목화송이는 지난해엔 지역 심사에서 떨어졌고, 서울 대표로 나갔던 다른 마을기업은 모두애마을기업에 선정되지 않았다. 이번엔 지원서를 쓰면서 대표 마을기업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단다. 다문화·중노년 여성 등 17명이 함께 일하는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했고, 친환경 바느질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에서도 전국을 대표하는 간판 마을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그가 평범한 주부에서 17명의 일터 대표가 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그는 어린 시절 엄마가 봉제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대학에서 의류 분야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가정관리학과를 선택했다. 졸업 뒤 인테리어 회사에 다녔고 결혼 뒤 육아에 전념했다. 2006년 생협 ‘한살림’ 조합원으로 대안생리대 운동 ‘피자매연대’ 교육을 받고 면생리대를 만들어 사용해봤다. ‘건강, 친환경, 경제성’ 등 두루 좋아 더 많은 여성이 쓸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바느질 모임도 꾸리고 워커스컬렉티브(일 공동체) 활동도 했다. 면생리대 보급 전도사를 자처한 것이다. 2011년 행안부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뒤협동조합으로 조직 꼴을 갖추며 본격적으로 대표로서 역할을 해왔다. 2017년엔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았다. 한 대표는 “전문 경영인도 아니고, 특별한 봉제기술도 없이 17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면생리대 보급에도 역할을 해 보람 있고 감사하다”고 했다. 굴곡도 있었다. 면생리대가 의약외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대상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됐는데 허가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서 세 번 시도 끝에 겨우 허가를 받았다. 그는 “몰라서 용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람 관계의 어려움도 겪었다. 지난해엔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매출이 30%나 줄었다. 인천공항에 있던 판매처 3곳도 문을 닫아야 했다. 고비마다 그는 묵묵히 할 일을 하며 버텨냈다. 주위의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지난해 매출 급감 때는 동분서주하며 일감을 찾아왔다. 천 마스크도 만들고 철릭 한복 원피스 개발에도 나섰다. 얼마 전엔 지인을 통해 일본 누비 가방 2천 장 주문이 들어왔다. 그는 “코로나 위기를 넘기면서 11월까지 일감이 꽉 차 있는 게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목화송이는 지역 공헌활동도 이어오고있다. 지역 복지관 홀몸노인을 위해 월 20만원을 꾸준히 내왔다. 천 마스크 1천 장을 만들어 도봉구에 기증했다. 그룹홈 청소년에게 면생리대와 에코백을, 다문화 가정과 미혼모에게 기저귀 가방을 기부했다. 그는 “국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등 해외에도 기회가 닿는 대로 공헌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목화송이의 면생리대 사업은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 한살림에서 생분해 일회용 생리대를 내놓았고, 다른 면생리대 제조사가 늘어 면생리대 매출 비중이 3분의 1로 줄었다. 그는 “선두주자 역할에 만족하고, 새로운 틈새 제품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했다. 초고령화 사회에 성인 일회용 기저귀 급증에 눈을 돌리고 있다. 여러 시도를 하면서 요실금 팬티를 개발해 내놓으려 준비하고 있고, 빨아 쓰는 어르신 위생용품을 보급해나가려 한다. 한 대표는 목화송이를 정년퇴직이 없는 일터로 만들어가고 싶어 한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중노년 일자리는 경제적인 것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목화송이가 오래가는 기업이 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모두애마을기업 선정이 공공구매가 늘고 홍보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우리 제품을 국민 누구나 하나씩 써보는 ‘모두가 사랑하는’ 명실상부한 모두애마을기업이 되고 싶다”며 한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