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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했던 안양천, 이제 운동하고 꽃구경도 해 이사 가기 싫어요”

등록 : 2021-11-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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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는 민선 7기 들어 구 내 3대 하천 수목원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양천 구로구 구간은 잡풀과 갈대만 무성한 황량한 곳이었으나 2018년부터 생태초화원, 장미정원, 창포원을 만들어 시민들이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꿨다. 수목원화 사업으로 바뀐 안양천 전경.

잡풀과 갈대 무성하던 구로구 내 안양천, 시민 힐링 공간 변신

민선 7기 공약 수목원화 사업으로 생태초화원·장미정원 만들어

시민들이 자전거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있다.

“아기가 있어 멀리 가기에는 제약이 많아요. 실내에만 있을 때가 많은데, 여긴 집과 가까워 부담 없이 나와 바람 쐬고 들어갈 수 있어 좋아요.”

중년 여성 두 명이 의자에 앉아 쉬면서 손짓하고 있다.

구로구 신도림동에 사는 김은혜(37)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안양천을 찾는다고 했다. 구로구에서 조성한 장미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던 김씨는 3일 “안양천은 시야가 넓게 트인 게 시원해서 좋다”며 “이전에는 꽃이 없었는데, 이제는 꽃구경도 마음껏 할 수 있어 앞으로 자주 와야겠다”고 했다.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사흘째를 맞은 3일 오후, 많은 시민이 안양천에 나와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여가를 즐겼다. 자전거를 타고 시원하게 뚫린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는 동호회 회원들, 산책을 즐기는 시민, 꽃밭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쉬고 있는 중년 부부의 모습이 평온해 보였다. 여기저기 아름다운 꽃이 핀 꽃밭에서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 모습도 날씨만큼이나 맑게 보였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불과 몇 년 전부터예요. 이전에는 나무 한 그루 없이 잡풀만 무성했습니다.” 진대경 구로구 녹색도시과 하천녹지팀 주무관은 “이성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조금씩 꽃도 심고 녹화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이렇게 변했다”고 했다.

안양천은 1960년대 이후 인근에 많은 공장이 들어서면서 각종 산업 폐수와 생활 하수로 ‘죽음의 하천’으로 불렸다. 1987년부터 안양천에 하수처리장을 하나둘 만들면서 수질이 점차 좋아졌다. 2000년대 이후에는 환경의 중요성을 절감한 구로구와 인근 자치단체, 시민들이 힘을 합쳐 안양천 살리기에 나서 지금은 시민들의 좋은 휴식 공간으로 바뀌었다.

곱게 물이 오른 핑크뮬리, 멀리 고척돔이 보인다.

안양천은 경기도 의왕시 백운산에서 발원해 북서쪽으로 흐르는 총 32.5㎞ 길이의 하천이다. 경기도 자치시 4곳과 서울 자치구 4곳을 지나면서 여러 지천이 모여 월드컵대교 남단 서쪽 부근에서 한강과 합쳐진다. 안양천은 구로구를 동서로 나누며 지나가는데, 하천 동안과 서안을 합쳐 길이 4.8㎞, 넓이 37만 3천㎡가 구로구에 속해 있다. 안양천 동쪽 구간은 광명교~뱀쇠다리~안양교~안양철교(구일역)~고척교~오금교~신정교 사이 3.5㎞, 서쪽 구간은 안양철교~백광화학 앞 1.3㎞다. 구로구는 잡초와 갈대가 무성했던 구 내안양천에 서울 서남권 최대 규모의 생태초화원(1만7500㎡)을 만들었다. 안양천에는 또 생태초화원(꽃밭), 장미정원, 창포원, 습지원, 농촌체험장 등이 있어 계절마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웬만한 수목원에 견줄 만한 규모다.

2018년 고척교~구일역 사이 둔치에 만든 창포원에는 6월이면 왕꽃창포가 만발한다.

농촌체험장에서 자라는 배추가 싱그럽다.

2019년 12월 안양천 오금교 아래 만든 장미정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장미꽃이 봄부터 겨울까지 핀다. 찔레나무와 접목한 장미는 겨울에도 꽃이 핀다. 이뿐만 아니라 창포원과 장미정원에서는 부들레야, 에키네시아, 꽃범의꼬리, 삼색버들, 구슬사초, 은사초, 양국수나무, 노루오줌 등 여러 종류의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올해는 안양교와 광명교 사이 1㎞ 구간에 4천㎡ 규모의 장미터널과 잔디광장을 추가로 만들었다.

엄마와 아이들이 장미정원에서 사진을 찍으며 여가를 즐기고 있다.

진 주무관은 “안양천에는 봄철 벚꽃과 유채, 여름철 푸른 양버들 나무, 보랏빛 왕꽃창포와 라벤더, 가을 핑크뮬리와 코스모스, 겨울에도 피는 장미꽃 등으로 사계절 꽃을 볼 수 있다”며 “안양천이 예전에는 한강으로 나가는 통로 정도였다면, 이제는 각광 받는 힐링 명소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구로구는 고척교 아래 150m 지점에 자연석으로 징검다리도 놨다. 안양천 동쪽 구로동과 서쪽 고척동 주민들이 안양천 양쪽에 있는 운동시설이나 편의시설을 이용하려고 이전에는 멀리 둘러 다녀야 했지만, 이제는 징검다리 덕분에 빠르고 편하게 오갈 수 있게 됐다.

반려견 공원에서 견주와 반려견이 함께 놀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안양천에는 꽃밭뿐만 아니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있다. 아이들이 벼농사를 체험할 수 있는 논이 있는 농촌체험장과 생태연못 등이 있는 어린이자연학습장, 반려견공원, 과수원, 양봉장, 물놀이장, 어린이 교통안전교육을 위한 어린이 교통공원도 만들었다.

안양천, 장미·벚꽃 100리길 만들어 국가정원으로 거듭날 준비 ‘끝’

지자체 8곳, 안양천 명소·고도화 추진

내년에만 1035억 투입, 2025년에 완료

“전국 최고 휴식 공간 자리매김할 것”

야간 조명시설이 있는 인조잔디 축구장, 풋살경기장, 리틀야구장, 농구장,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변신하는 인라인스케이트장등 스포츠 시설도 새롭게 단장했다. 2018년9홀 파크골프장에 더해 2010년에는 18홀 파크골프장(6500㎡)도 개장했다. 파크골프는일반 골프와 달리 공원 등 좁은 지역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골프다.

“안양천에서 운동도 하고 꽃구경도 할 수 있어 다른 곳으로 이사 가기 싫다는 사람이늘었죠.” 야생화 사진가 정양진(79·개봉동)씨는 이날 야생화 까치깨 씨앗을 안양천 사면에 심으러 왔다. 정씨는 “50년 넘게 구로구에 살고 있는데, 이전에는 이곳이 무척 삭막했다”며 “이제는 안양천에 나무도 심고 꽃밭도 만들어 구로구에 산다는 게 무척 자랑스럽다”고 했다.

안양천은 3선에 성공한 이성 구로구청장이 2018년 공약 사업인 하천변 수목원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빠르게 진행됐다. 이 구청장은 민선 7기를 시작하면서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녹색도시를 만들기 위해 안양천, 도림천, 목감천 등 구로구를 지나는 하천 3곳에 총길이 12㎞, 총면적 51만4천㎡에 이르는 구로구 최대 녹화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안양천은 생태초화원을 비롯해 명소화 단지를 만들어 주위 경관을 확 바꿔놨다.

안양천에 핀 코스모스와 황화코스모스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진 주무관은 “올해 하반기까지 고척스카이돔 앞에 꽃밭 한곳(5천㎡)을 만들고 있고, 하천변 산책로에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는 작업을 추가로 하고 있다”며 “내년까지 안양천 수목원화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안양천은 이제 구로구를 넘어 시민을 위한 ‘국가정원’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있다. 안양천이 흐르는 서울·경기 지역 기초지방자치단체장들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안양천 명소화·고도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22년 총 1035억원의 예산을 확보할 계획인데 국비 843억원, 시비147억원을 요청했다. 2023년에는 추가로 192억원을 더 들인다.

안양천 명소화·고도화 사업을 시작한 데는 이성 구로구청장의 역할이 컸다. 안양천은 서울 서남권과 경기도 지역에 걸쳐 있는 하천이지만, 각기 다른 지자체에서 관리해 효율성과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이 구청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1월 금천·영등포·양천구 등 3곳 자치단체장을 만나 안양천 종합계획 수립과 관리를 위한 ‘안양천 명소화·고도화 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 3월에는 광명·군포·의왕·안양 등 경기도 지자체 4곳에 안양천명소화 사업을 소개하고 사업 참여를 제안했다. 5월에는 서울과 경기 8곳 자치단체장이 안양천 생태초화원에 모여 ‘안양천 명소화·고도화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경기 8곳 지자체는 앞으로 5년 안에 안양천 일대를 순천만 국가정원, 태화강 국가정원과 맞먹는 국가정원으로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안양천에 ‘장미·벚꽃 100리길’ 조성과 축제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안양천 전 구간에 대해 기본계획수립, 국비 예산 확보 공동 협력, 특정시설 과다 중복 설치 자제, 각종 시설 공동 이용, 생태 복원과 위해 식물 제거 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6월 말에는 8곳 자치단체장들이 온라인에서 안양천 명소화·고도화 사업을 위한 행정협의회를 구성했는데,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이 구청장은 안양천 명소화·고도화 행정협의회 회장도 맡았다.

김수영 구로구 녹색도시과장은 “안양천은 지자체 사이 경계는 있어도 안양천을 다니는 시민들에게는 따로 경계가 없다”며 “명소화·고도화 사업이 완료되면 안양천이 전국 최고의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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