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중구, 서울 자치구 첫 쓰레기연구소 ‘새롬’ 문 열어

자원순환·쓰레기감량 거점 역할 수행…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주민 교육 진행

등록 : 2021-12-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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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쓰레기연구소 새롬 명칭 공모에 응모해 당선된 이은성씨

경제 확대와 코로나로 폐기물 급증

2026년부터 인천 매립지 이용 불가

자치구에서 쓰레기 자체 처리해야

쓰레기양 최대 감축이 최우선 과제 돼

새롬, 구민 자원순환 인식 개선 역할

1층에 전시 체험장, 2층엔 교육체험실

‘필요 없다 버린 쓰레기가 자원’ 알려줘


생활 속에서 실천할 다양한 방법 제안

다산어린이집에 다니는 윤동해군(왼쪽)이 11월10일 엄마 박보미씨와 함께 중구 신당동 쓰레기연구소 새롬에서 환경스페셜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고 있다

“쓰레기를 버리면 지구가 아파해요. 지구가 계속 뜨거워져서 천억 마리가 넘는 동물이 죽을 수 있어요.”

신당동 다산어린이집에 다니는 윤동해(6)군은 지난 11월10일 엄마 박보미씨와 함께 중구 쓰레기연구소 새롬을 방문했다. 윤군은 엄마와 함께 2층에서 환경스페셜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면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자판기에 빈 캔을 넣으면 포인트가 쌓여요.” 윤군은 빈 캔이나 빈 페트병을 어린이집 근처 ‘빈 캔 수거 자판기’에 넣으면 포인트가 쌓이는데, 그만큼 지구가 깨끗해진다고 했다. 어린이집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현장 견학 등을 하며 자원순환교육을 받은 윤군은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면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새롬 명칭 공모에 응모해 당선된 이은성(51)씨도 이날 새롬을 방문했다. 동화동 우리동네관리사무소(우동소) 팀장으로 근무하는 이씨는 “재활용 관련 사업에 관심이 높아진 때에 마침 구청에서 쓰레기연구소 명칭 공모를 한다는 내용을 보고 참여하게 됐다”며 “새롬은 ‘새롭게 태어난다’는 뜻”이라고 했다.

동화동 우동소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제로웨이스트사업 추진과 함께 자원순환교육도 한다. 동화동 우동소는 톱밥을 이용해 액자를 만들고, 근처 소규모 봉제공장에서 나온 실패를 활용해 화분을 만든다. 또한 선풍기, 옷걸이, 컵 등 버려지는 다양한 물건을 재활용해 화분이나 촛대 등을 만든다. 이씨는 “이렇게 만든 재활용품을 이웃 홀몸 노인이나 소상공인들에게 나눠준다”며 “버려지는 물건으로 재활용품을 만들어 우동소에 진열했더니, 주민들이 자원순환 수업을 하자는 요청을 해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잘 버려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죠. 어떻게 버릴까가 중요해요.” 이씨는 평소 집에서 비닐이나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데, 꼭 필요하면 한 번 쓰고 버리기보다는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사용하고 버린다. 또한 흔한 플라스틱 칫솔 대신 대나무로 만든 칫솔을 사용할 정도로 생활 속에서 자원순환을 실천한다. 이씨는 “자원순환교육을 통해 재활용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잘 구분하는 것이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분리수거만 잘해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경제 규모 확대와 산업구조 고도화, 코로나19 등으로 소비 패턴의 변화로 폐기물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사회는 다양한 일회성 상품이 점점 늘어나는데, 이들 대부분은 분해와 처리가 곤란한 폐기물이라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더해 2026년부터 인천 수도권매립지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을 더는 매립할 수 없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쓰레기를 매립할 곳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 문제는 더 심각하다. 그러다보니 쓰레기 발생지인 각 자치구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쪽으로 청소행정의 추세가 바뀌어, 처음부터 쓰레기양을 최대한 줄이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됐다. 중구는 지난 10월 구민의 자원순환 인식 개선을 위해 쓰레기연구소 ‘새롬’을 만들었다.

중구는 새롬을 쓰레기 감량과 자원순환 거점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인데 인식개선 교육, 사회공헌 네트워크 구성, 공동체 활성화 등을 맡는다.

윤동해군(가운데)이 엄마 박보미씨(뒤쪽)와 함께 재활용품으로 만든 강아지 옷을 만져보고 있다.

새롬은 필요 없다고 여겨 버린 수많은 생활 쓰레기가 훌륭한 자원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쓰레기가 곧 자원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한다. 새롬은 주민을 대상으로 비우기, 헹구기, 분리하기, 섞지 않기 등 ‘좋은 버림’과 불필요한 물건 사지 않기, 줄이기, 재사용, 재활용 등 ‘친환경 습관’ 실천을 위한 자원순환 교육과 각종 전시, 모임 등을 지원한다.

새롬 1층에는 자원순환 전시 체험장과 폐기물의 폐해를 알리는 영상 홍보관이 있다. 2층 교육체험실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원순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등 쓰레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려준다. 또한 여러 재활용품 등을 전시해 자원순환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중구는 새롬 개설과 함께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구내에 있는 기업과 페트병 자원순환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자원순환 기반을 만들어 자원 재활용률을 높이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다. 중구에서 수거한 투명 페트병을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에서 재활용 원사를 생산해 친환경 의류를 만든다.

중구 쓰레기연구소 새롬 1층에 전시돼 있는 페트병과 원사 모습. 중구는 지난 10월 구내 기업 태광산업과 페트병 자원순환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정윤석 중구 청소행정과 재활용관리팀장은 “투명 페트병 1t이면 3300벌의 옷을 만들 수 있다”며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중구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중구에서 재활용해 소비하는 지역형 순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했다.

중구는 자원순환을 주제로 한 유시시(UCC) 공모전, 대학생 캠퍼스 연구단과 함께 정책 제안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정책 제안이 만들어지면 중구 자원순환 정책에 반영해 실행할 계획이다.

새롬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주로 자원순환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4월께는 재활용품을 직접 분류하고 압축해 버리는 실천학습장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정 팀장은 “새롬이 규모는 작지만 자치구에서 처음으로 독립된 공간에 자원순환 관련 센터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생활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글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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