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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형 서울시립금천청소년센터 대안교육기관 ‘원두’ 길잡이교사가 19일 금천청소년센터 지하 1층에 있는 원두 1호점에서 커피잔를 들어보이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금천청소년센터서 11년째 근무하며
학교 밖 청소년 창업 기반 마련 도와
협동조합·카페 등 통해 자립 이끌어
“사회의 관심과 지원 더 많이 필요해”
“협동조합 원두 친구들의 성장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돼 뿌듯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 친구들에게 관심을 갖고 잘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기쁘죠. 아이들에게는 대안학교에서 배운 것이 사회에서 쓸데없고 허튼 게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 것 같습니다.”
금천구 학교 밖 청소년들의 카페 창업 이야기가 지난해 12월 ‘2021년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활동사례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금천구 학교 밖 청소년들은 2020년 5월 직접 협동조합을 만들고, 그해 11월 커피전문점 데일리로스팅(원두 2호점)을 개점했다. 개업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학교 밖 청소년들은 조금씩 자립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
공모전에 응모 원고를 보낸 노지형(38) 서울시립금천청소년센터(금천청소년센터) 대안교육기관 ‘원두’ 길잡이교사(청소년지도사)는 청소년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커피전문점을 개점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노 길잡이교사는 19일 “시민들이 카페 원두를 많이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자립과 성공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면 더욱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 길잡이교사는 2011년부터 금천청소년센터에서 11년째 근무하고 있다. 행정업무를 보던 그가 길잡이교사가 된 것은 2013년 금천청소년센터에서 카페 창업자 프로그램 ‘바리스타 사관학교’를 시작하면부터다. 금천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학교 밖 청소년 비율이 높은 편이다. 노 길잡이교사는 이런 지역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해결하고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자립과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노 길잡이교사는 당시 “자립을 위해 카페를 운영하고 싶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 카페를 운영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며 “2014년부터 금천청소년센터 내에 원두 1호점을 운영하면서 이를 운영할 바리스타 청소년을 양성하기 위해 대안학교 ‘원두’도 함께 문을 열었다”고 했다. 2020년에는 단순한 운영을 넘어 학교 밖 청소년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설립해 커피전문점 ‘원두 2호점’을 열었다. 다행히 금천구의 관심과 지원이 더해졌다. 노 길잡이교사는 “금천구는 지역 주민들끼리 끈끈한 정이 살아 있는 곳이라서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아이들은 제자라기보다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인생의 동반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같이 살아가고 같이 늙어가는 거죠. 저는 그저 조금 더 인생 경험이 많은 큰형인 셈이죠.” 노 길잡이교사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와 적응을 잘해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서로 겪려하고 같이 살아가는 일상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노 길잡이교사는 원두를 만든 것 외에 보람 있었던 일화를 하나 더 소개했다. 2011년 일반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찾아와 ‘비보이가 되고 싶으니 동아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노 길잡이교사가 물구나무서기 30초만 하면 만들어주겠다고 했더니, 그 학생이 일주일 뒤 다시 와서 30초 동안 물구나무를 섰다. 노 길잡이교사는 곧바로 친구들을 데리고 오라고 해 비보이 동아리를 만들었다. 노 길잡이교사는 “그 중학생이 지금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김수민 저스트원컴퍼니 대표”라며 웃었다. “협동조합을 만들지 않았으면 저도 이 일을 그만뒀을 겁니다. 일을 벌이고 나니 그런 생각이 없어지더라고요. 아이들의 성장을 더 보고 싶고, 새롭게 원두에 오는 친구들도 잘될 수 있겠다 싶은 희망을 품게 됐습니다. 그래서 일을 못 놓고 있죠.” 노 길잡이교사는 대안학교 교사는 힘들고 어려운 직업이라서 자신도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 토로했다. “아이들이 우울증으로 하루하루 암흑 속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길잡이교사들도 아이들과 동기화돼 정서적 번아웃이 자주 옵니다.” 노 길잡이교사는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때까지 많은 벽이 있는데, 힘들면 다시 은둔형 외톨이가 돼 ‘나만의 동굴'에 숨는다”며 “그런 아이들을 다시 ‘나만의 동굴’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게 길잡이교사들의 일상”이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인지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돌보는 과정에서 열정적인 교사들도 정서가 고갈되는 경우가 많아 3년 이상 일한 교사가 거의 없다고 했다. 길잡이교사들이 느끼는 고충은 또 있다. 노 길잡이교사는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과 지원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교사 인건비, 급식비, 운영비만 빼고나면 프로그램 1~2개 정도 할 수 있죠. 나머지 비용은 우리가 공모사업 등을 통해 충당하고 있습니다.” 그는 “일반 학교에 들어가는 비용 절반만 지원해도 학교 밖 청소년들이 충분히 보고 배우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노 길잡이교사는 앞으로도 원두와 같은 기회를 계속 만들어가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커피전문점 원두에서 사회생활을 하며 손님들과 대화하는 것이 이 친구들에게는 삶의 큰 희망입니다.” 그는 “원두에 대한 사회적 지원도 올해가 마지막”이라며 “내년부터는 원두가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시점인 만큼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노 길잡이교사는 2011년부터 금천청소년센터에서 11년째 근무하고 있다. 행정업무를 보던 그가 길잡이교사가 된 것은 2013년 금천청소년센터에서 카페 창업자 프로그램 ‘바리스타 사관학교’를 시작하면부터다. 금천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학교 밖 청소년 비율이 높은 편이다. 노 길잡이교사는 이런 지역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해결하고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자립과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노 길잡이교사는 당시 “자립을 위해 카페를 운영하고 싶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 카페를 운영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며 “2014년부터 금천청소년센터 내에 원두 1호점을 운영하면서 이를 운영할 바리스타 청소년을 양성하기 위해 대안학교 ‘원두’도 함께 문을 열었다”고 했다. 2020년에는 단순한 운영을 넘어 학교 밖 청소년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설립해 커피전문점 ‘원두 2호점’을 열었다. 다행히 금천구의 관심과 지원이 더해졌다. 노 길잡이교사는 “금천구는 지역 주민들끼리 끈끈한 정이 살아 있는 곳이라서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아이들은 제자라기보다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인생의 동반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같이 살아가고 같이 늙어가는 거죠. 저는 그저 조금 더 인생 경험이 많은 큰형인 셈이죠.” 노 길잡이교사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와 적응을 잘해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서로 겪려하고 같이 살아가는 일상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노 길잡이교사는 원두를 만든 것 외에 보람 있었던 일화를 하나 더 소개했다. 2011년 일반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찾아와 ‘비보이가 되고 싶으니 동아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노 길잡이교사가 물구나무서기 30초만 하면 만들어주겠다고 했더니, 그 학생이 일주일 뒤 다시 와서 30초 동안 물구나무를 섰다. 노 길잡이교사는 곧바로 친구들을 데리고 오라고 해 비보이 동아리를 만들었다. 노 길잡이교사는 “그 중학생이 지금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김수민 저스트원컴퍼니 대표”라며 웃었다. “협동조합을 만들지 않았으면 저도 이 일을 그만뒀을 겁니다. 일을 벌이고 나니 그런 생각이 없어지더라고요. 아이들의 성장을 더 보고 싶고, 새롭게 원두에 오는 친구들도 잘될 수 있겠다 싶은 희망을 품게 됐습니다. 그래서 일을 못 놓고 있죠.” 노 길잡이교사는 대안학교 교사는 힘들고 어려운 직업이라서 자신도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 토로했다. “아이들이 우울증으로 하루하루 암흑 속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길잡이교사들도 아이들과 동기화돼 정서적 번아웃이 자주 옵니다.” 노 길잡이교사는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때까지 많은 벽이 있는데, 힘들면 다시 은둔형 외톨이가 돼 ‘나만의 동굴'에 숨는다”며 “그런 아이들을 다시 ‘나만의 동굴’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게 길잡이교사들의 일상”이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인지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돌보는 과정에서 열정적인 교사들도 정서가 고갈되는 경우가 많아 3년 이상 일한 교사가 거의 없다고 했다. 길잡이교사들이 느끼는 고충은 또 있다. 노 길잡이교사는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과 지원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교사 인건비, 급식비, 운영비만 빼고나면 프로그램 1~2개 정도 할 수 있죠. 나머지 비용은 우리가 공모사업 등을 통해 충당하고 있습니다.” 그는 “일반 학교에 들어가는 비용 절반만 지원해도 학교 밖 청소년들이 충분히 보고 배우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노 길잡이교사는 앞으로도 원두와 같은 기회를 계속 만들어가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커피전문점 원두에서 사회생활을 하며 손님들과 대화하는 것이 이 친구들에게는 삶의 큰 희망입니다.” 그는 “원두에 대한 사회적 지원도 올해가 마지막”이라며 “내년부터는 원두가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시점인 만큼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