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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성동구청에서 ‘경력보유여성 등 권익위원회’ 첫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무급 돌봄노동 경력인정 기준을 최대 2년으로 정하고, 인정서 발급기준과 절차에 관해 심의하고 의결했다.
경력보유여성 조례 제정 5개월째
위원회 열어 최대 2년 인정안 확정
별도 프로그램 수료와 자격 검증도
조례 개정으로 남성까지 확대 계획
“경력인정 인식 확산되도록 노력”
“돌봄노동을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게 ‘말이 돼’에서 ‘생각해볼 수 있겠네’라고 기업가들 인식이 바뀔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3일 오전 성동구청에서 ‘경력보유여성 등 권익위원회’ 첫 회의를 마친 뒤 위촉직위원 가운데 5명이 차담을 했다. 이날 부위원장으로 선출된 허범무 성동구상공회 회장이 회의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뼈대를 잡았으니 앞으로 살을 붙여 나가야 한다”며 “생각이 바뀌면 변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참석 위원들은 분야별 경험을 살려 30여 분 동안 의견을 나눴다.
가정에서 이뤄지는 육아와 가사, 간병 등은 개인적인 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는 적지 않다. 돌봄노동을 경력으로 인정하는 것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런 움직임에 성동구가 앞장서고 있다.
가정에서 이뤄지는 육아와 가사, 간병 등은 개인적인 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는 적지 않다. 돌봄노동을 경력으로 인정하는 것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런 움직임에 성동구가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성동구 경력보유여성 인식개선 토크콘서트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신청자 50여 명은 경력보유여성 조례제정 취지를 듣고 관련 사업에 관해 정원오 성동구청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구는 지난해 11월 ‘경력보유여성 등 존중 및 권익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공표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이다. 조례는 ‘경력단절’이란 용어를 ‘경력보유’로 바꾸고 육아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해 인정서를 발급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조례 공표 5개월째에 열린 첫 권익위원회에서는 무급 돌봄노동 경력인정 기준을 정했다. 공공에서 인정하는 경력을 구체화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아울러 인정서 발급기준과 절차에 관해 심의·의결했다. 인정 기간은 최대 2년이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인정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경력인정 대상자는 미취업 상황에서 1개월 이상 무급 돌봄노동을 한 여성이다. 성동구에 거주하거나 성동구에 있는 기업에 취업을 원할 경우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자격검증을 거치면 된다. 경력인정 프로그램은 성동구에서 주관하거나 구가 인정하는 기업·기관에서 진행하는 것만 인정된다. 80%이상 출석하는 등 수료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자격검증은 관련 서류(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가족관계증명서, 입퇴원사실 확인서 등)를 토대로 별도 진행한다.
조례가 만들어진 뒤 구는 경력인정 프로그램 시범사업, 데이터 콘텐츠 공모전, 전문가·기업가 자문회의 등을 진행했다. 경력인정서를 성동구 출자·출연기관 인사규정에 반영하는 작업도 했다. 도시관리공단·문화재단·미래일자리 3곳이 지난 1월 인사규정에 관련 내용을 담았다. 인정 경력의 50%를 호봉 산정에 반영한다.
구는 4월부터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먼저 신청자를 모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신청자는 자기 일 경험을 정리하며 강점을 발견하고, 자기 주도적인 경력 계획을 세운다. 프로그램은 상하반기 2회 진행된다. 상반기 모집은 4월에 한다. 김민아 위원(공인노무사)은 “기업 입장에서 강점으로 여길 수 있는 점이 잘 부각될 수 있도록 돕는 내실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과의 업무협약도 추진한다. 채용 서류에 선택 사항으로 경력인정서를 추가하고, 임금산정 때 경력인정기간을 반영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빠르면 상반기 인력채용부터 경력인정서가 공식적으로 채택되도록 구는 노력하고 있다. 협약을 맺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중소기업 융자 지원사업에서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실천 인정패를 준다. 김요한 위원(성동구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사회적 돌봄이 영향을 주기에, 돌봄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정으로 접근하면 (기업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별 구분 없이 경력인정서를 발급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구는 지난 2월 ‘성동구 양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 입법예고를 했다. 남성 경력인정서 발급을 통해 경력인정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다. 4월 구의회 임시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윤경화 위원(성동여성인력개발센터장)은 “돌봄노동이 사회화되고 있기에 사회적 가치 인정이 필요하다”며 “성별 구분 없이 무급 돌봄노동 참여자 전체를 대상으로 경력인정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력인정 사업 확산에 대한 기대도 있다. 김병철 위원(서울시노사민정협의회 대외협력팀장)은 “인구절벽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경력인정 사업은 의미가 깊다”며 “전국 확산을 위해 공론화되고 지지가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실제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논의 중이고 비슷한 조례를 준비하는 지자체도 나왔다. 우선 국회에서 돌봄노동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영등포을)이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개정안을 지난해 말 발의했다. 경력단절여성이라는 용어를 경력보유여성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마포구에서는 최근 ‘돌봄경력 인정 조례제정 추진본부’가 꾸려졌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이 시대에 필요한 돌봄노동의 가치에 대해 화두를 제시한 만큼 경력인정에 대한 인식이 전국적으로 퍼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성동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