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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전 11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의 1층 야외스퀘어에서 ‘추다혜차지스’ 대표 추다혜씨의 공연 ‘봄을 여는 사이키델릭 샤머닉 펑크 & 재즈’가 진행됐다. 이날 공연은 서울문화재단의 10대 혁신안의 하나로 제시한 ‘스테이지11’의 첫 번째 무대였다. ‘스테이지11’은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가 되면 서울문화재단 소속 11개의 창작공간에서 예술공감 콘서트를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시민의 문화 향유권을 높이는 기획이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서울문화재단 운영 ‘스테이지11’, 4월7일 대학로센터 등에서 첫 출발
‘매월 첫째 목요일 오전 11시’ 재단 운영 11개 창작공간이 무대 변신
“당산나무 아래에서 공연해보고 싶었어요.
정식 공연장이 아니라 굿판이 벌어질 법한 공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에 밴드가 들어가 공연하면 이질감이 없고 재미있을 것 같거든요.”
지난 7일 낮 12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의 1층 야외스퀘어. 11시부터 시작된 ‘봄을 여는 사이키델릭 샤머닉 펑크 & 재즈’ 공연을 마친 ‘추다혜차지스’ 대표 추다혜(37)씨는 공연을 마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추다혜는 민요를 기반으로 한 밴드 ‘씽씽’에서 보컬로 활동하다가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인 2020년 5월, 무가(巫歌, 무속음악)에 밴드를 결합한 첫 앨범 <오늘 밤 당산나무아래서>를 발표했다. 그는 국악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무가의 정서를 대중에게 한발 다가서게 한 뮤지션으로, 즉흥·유희·자유로운 감정을 한껏 뽐내던 신세대 국악인으로 유명하다.
대학로센터 야외무대에서 공연하는 추다혜씨. 서울문화재단 제공
추다혜의 공연은 서울문화재단이 올해 초 ‘10대 혁신안’의 하나로 제시한 ‘스테이지 11’의 첫 번째 무대였다. ‘스테이지11’은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가 되면 11개의 창작공간에서 예술공감 콘서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공연이다. 11개 공연 모두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11곳의 창작공간에서 열린다. 구체적으로 △예술창작 중심의 창작공간(문래예술공장·금천예술공장·서교예술실험센터·연희문학창작촌·서울무용센터·서울연극센터) △예술교육 중심의 창작공간(서울예술교육센터용산·서서울예술교육센터) △플랫폼 중심의 창작공간(대학로센터·청년예술청·시민청) 등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이렇게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공연을 진행함으로써 시민의 문화향유권을 크게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 공간은 대부분 추다혜씨가 지적한 “정식공연장이 아니라 굿판이 벌어질 법한 공간”이다. 스테이지11의 첫 무대를 추다혜씨가 진행했다는 것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에서 한판 벌이고 싶다”던 그의 바람과 “서울의 곳곳에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서울문화재단의 취지가 한 지점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던져준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서울 스테이지11’ 대학로센터 공연의 시작은 무가와 펑크, 레게 등을 결합해 대중으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끈 화제의 팀 ‘추다혜차지스’의 주인공 추다혜와 록과 재즈가 혼재한 크로스오버밴드 ‘만동’이 열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비가 올 가능성이 크다는 예보가 나왔지만, 정작 당일에는 화창한 날씨 덕분에 현장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야외 광장에 마련된 100개의 객석은 공연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들어차기 시작했으며, 일주일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관람객 접수를 했는데 객석 오픈과 동시에 신청이 몰려들었다. 그만큼 공연을 기다린 시민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공연이 다소 이른 시간인 오전 11시에 시작했음에도 1층은 물론 상층부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2층 난간에도 사람들이 모일 정도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식을 줄 몰랐다. 코로나19로 인해 추다혜차지스가 아닌 소리꾼 추다혜의 목소리로 온전히 채우게 된 이번 무대는 기타와 젬베만을 이용해 어쿠스틱 버전으로 꾸려졌다. 추다혜는 서도 민요를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적, 연극적 요소를 활용해 장르의 경계를 과감하게 넘나드는 국악 창작자다. 하얀 천이 봄바람에 휘날리는 야외무대에 하얀 깃털 머리띠를 하고 등장한 추다혜는 평안도 서낭굿의 무가 ‘비나수+’를 첫 곡으로 선보였다. ‘비는 손’(손 없는 날)이라는 뜻을 가진 이 곡은 신에게 장소와 굿을 행하는 이유를 읊고, 굿이 잘되길 기원하며 청하는 노래다. 무대에 앞서 추다혜는 “요즘 다들 힘드실 텐데 관객 앞에 설 때면 ‘돈 많이 버시고 건강하시라’라는 마음을 노래에 담는다”고 노래를 소개했다. 앞부분은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베이스라인을 통해 루츠 레게의 색채를 강하게 내뿜고, 뒷부분은 보컬에 맞춰 흘러가는 자유로운 연주를 통해 실제 굿판에서의 악사와 무당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특징이 있다. 공연이 정점으로 무르익을 때쯤 때맞춰 점심을 먹으러 나온 인근의 직장인들도 하나둘 발길을 멈추고 대학로에 울려퍼지는 ‘조선팝’에 눈과 귀를 집중했다.
같은 시각 금천구 범안로에 있는 금천예술공장 야외마당에서는 해설을 곁들인 클래식 음악회 ‘금천; 봄’이 펼쳐졌다. 백종헌 <씨네21> 기자,
추다혜씨가 대학로센터에서 ‘굿판 같은 음악회’를 진행하고 있을 때 다른 두 곳에서도 ‘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서대문구에 있는 연희문학창작촌에서는 문학과 음악이 결합한 ‘연희에 물들다_봄, 시작’이, 금천구 범안로에 있는 금천예술공장 야외마당에서는 해설을 곁들인 클래식 음악회 ‘금천; 봄’이 펼쳐졌다.
두 공연도 ‘굿판 같은 야외무대’에서 열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공연 내용에서는 사뭇 달랐다.
뮤지션 추다혜씨, 대학로센터 공연에서 “‘건강하시라’ 마음 담아 노래”
연희문학창작촌, 멋진 북콘서트 선봬
금천예술공장, 클래식 야외 공연 진행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 크게 높여줄 것”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희문학창작촌에서는 문학과 음악이 결합한 ‘연희에 물들다_봄, 시작’이 진행됐다. 스튜디오OKLM 제공
서울시 최초의 문학 전문 창작공간인 연희문학창작촌에서 펼쳐진 ‘연희에 물들다_봄, 시작’도 오전 11시 정각에 시작됐다. 연희문학창작촌 야외무대 ‘열림’에 놓인 네 개 의자에 소설가 황현진과 시인 박지일, 하모니시스트 박종성, 피아니스트 조영훈이 자리했다. 황현진과 박지일은 2022년 상반기 연희문학창작촌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무대 맞은편에 앉은 50여 명의 관객이 환호의 박수로 이들을 맞이하며 연주는 시작됐다. 하모니카와 피아노의 선율, 그리고 작가의 목소리로 듣는 소설과 시를 시민에게 선사하는 북 콘서트 형식이다.
박지일의 시 ‘사카린 프로젝트’와 마토스로드리게스의 탱고 음악 ‘라 쿰파르시타’, 황현진의 단편소설 ‘내가 원했나 봅니다’와 아이유의 곡 ‘밤편지’를 비롯해 총 여섯 개의 문학 작품과 음악이 라이브로 차례차례 진행됐다. 피아니스트 조영훈이 즉흥으로 연주하는 반주에 소설가 황현진과 시인 박지일이 소설·수필·시를 낭독하고, 이후 하모니카와 피아노 반주로 선곡한 음악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함께 울렸다. 1시간 넘도록 진행된 북 콘서트는 앙코르곡 엔니오 모리코네의 ‘넬라 판타시아’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7일 한 시민이 금천예술공장에서 진행된 클래식 음악회 ‘금천; 봄’을 관람하면서 팸플릿을 살펴보고 있다. 백종헌 <씨네21> 기자
클래식 음악회 ‘금천; 봄’은 11시30분에 금천예술공장 야외마당에서 막이 올랐다. 이번 공연은 벚꽃 피는 봄날 오전, ‘성악가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클래식 이야기’라는 콘셉트 아래 오케스트라 ‘밀레니엄 앙상블’의 클래식 연주, 그리고 ‘테너 김현호’의 음색이 조화를 이룬 클래식 야외 공연으로 진행됐다. 현장에는 금천구민을 비롯한 서울 시민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공연에서 바이올린(최유선), 첼로(김지혜), 피아노(이은실) 트리오 연주를 맡은 ‘밀레니엄 앙상블’은 2003년 창단한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의 정단원으로, 일반 대중이 클래식을 좀 더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기획, 편곡, 연주하는 순수 민간 교향악단이다.
클래식의 선율에 테너의 음색과 해설을 더해 공연을 더욱 풍성하고 웅장하게 이끈 ‘테너 김현호’는 이날 공연에서 임긍수의 ‘강건너 봄이 오듯’, 에두아르도 디 카푸아의 ‘오, 나의 태양’,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 국내외 가곡과 오페라 총 3곡을 포함해 관객의 환호 아래 앙코르곡으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순간’ 등을 열창했다.
테너 김현호는 이날 무대를 대표하여 “코로나 장기화로 일상생활에 무료함과 답답함을 느끼는 시민들을 위해 마련된 이러한 무대가 굉장히 소중하다”며 “앞으로 매달 첫째 주 목요일 11시마다 열릴 공연이 무척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범공연 성격으로 진행된 4월 공연은 이렇게 3개의 장소에서 3개의 다른 공연을 선보이는 것으로 스테이지11의 성공 가능성을 널리 알렸다. 5월에는 모두 9개의 공간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그리고 6월 이후에는 11개의 공간이 모두 참여하면서, 연말까지 100개의 공연을 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간다.
서울문화재단의 이창기 대표이사는 이사업이 의의에 대해 “무엇보다 이 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해 발표 기회가 없어진 예술인들이 시민에게 실험무대를 제공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며 “이로써 예술가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그동안 재단이 장르별로 운영해오던 창작공간이 레지던시(입주작가)기능에서 벗어나 영역의 다변화를 시도한 것도 큰 의미”라고 짚었다. “재단이 운영하는 창작공간은 한정된 입주작가들에게만 알려진 측면이 있었는데, 이것을 시민의 품으로 돌리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이를 통해 서울 시민에게 오전에 예술이 있는 삶을 제공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스테이지11이 ‘정식 공연장이 아니라 굿판이 벌어질 법한 공간’을 통해 “시민들이 예술의 감동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스테이지11이 삶의 공간에서 삶의 일상에서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뿌리내리길 기대해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