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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2022 4·19혁명 국민문화제’ 첫 프로그램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순례길 트레킹’이 진행됐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문화제는 4·19 민주이념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1 트레킹 참가자들이 엄홍길 대장(왼쪽 다섯 번째), 박겸수 강북구청장(여섯 번째)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북구 제공
4·19단체 3곳과 협의, 2013년 시작
초중고·대학생 참여 전국 대회 여럿
세대 소통의 가족 프로그램 늘려와
4·19 가치 세계인 공유에도 힘 쏟아
“온 국민 참여해 민주이념 이어가길”
“역사도 배우고 아이들과 추억을 쌓기 위해 참여했어요.”
지난 9일 화창한 봄날 오후, 천종호(강북구 번동)씨가 두 아들의 손을 잡고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를 찾았다.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순례길 트레킹’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순례길 트레킹은 9~19일 11일 동안 강북구 일대에서 열리는 2022 4·19혁명 국민문화제의 첫 행사다. 시민 180여 명이 8개 모둠으로 나눠 참여했다. 천씨처럼 초등생 자녀와 함께한 가족도 여럿 있고, 다른 지역에서 온 이도 적잖았다.
1박2일 가족 프로그램 ‘4·19민주로드’가 열린 우이동 가족캠핑장 입구. 강북구 제공
초등 저학년 연년생인 의준, 하준 형제는 트레킹 출발 전 같은 모둠 참가자들과 함께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참배했다. 하준군은 “(나라를 위해) 죽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고 했다. 이들은 2시간여 동안 약 4.2㎞의 북한산 둘레길을 걸으며 근현대사기념관, 4·19전망대, 봉황각(3·1운동의 산실) 등을 들러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다. 저녁엔 우이동 가족 캠핑장에서 하룻밤 묵으며 놀이, 공연 등을 즐겼다.
4·19혁명 국민문화제가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민선 5기 취임 뒤 4·19 정신을 온 국민이 함께 기리도록 국민문화제를 제안했다. 구는 4·19 관련 단체(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혁명공로자회)와 협의한 뒤 1년여의 준비를 거쳐 2013년 국민문화제를 시작했다. 해마다 4개 기관이 위원회를 꾸려 함께 기획하고 예산은 국비, 시비, 구비 매칭으로 편성한다. 박 구청장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여정이 4·19혁명에서 시작되었기에 문화제를 통해 전 국민이 함께하며 민주이념을 계승해가고자 한다”고 했다.
그동안 행사 기간은 길어지고 프로그램 수는 늘어났다. 첫 회 3일 동안 16개 프로그램에서 2019년에는 7일 동안 37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2020년, 2021년 두 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축소 진행됐다. 올해는 일부 프로그램을 빼고는 대부분 대면 행사로 열린다. 지난 2월 출범식에서 박종구 위원장은 “10주년을 맞이하며 그간 쌓아온 경험과 운영 노하우로 4·19혁명을 널리 알리겠다”고 했다.
위원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늘려왔다. 초등학생의 그리기와 글짓기, 청소년의 영어 말하기, 대학생의 토론 등 미래세대의 참여를 끌어내는 행사가 눈에 띈다. 올해 초등생 대회는 10일 비대면으로 치러졌고, 청소년과 대학생 대회는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16일, 17일 각각 개최한다.
가족 단위 등 세대 간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에도 힘을 쏟았다. 순례길 트레킹과 함께 올해는 지난해 개장한 우이동 가족 캠핑장에서 1박2일간 진행하는 ‘4·19 민주로드’를 새롭게 선보였다. 70여 명 20개 팀이 첫날엔 트레킹과 산악문화체험을 나눠 신청해 참여했다.
산악문화체험은 ‘우이동 산악문화허브(H.U.B)’와 ‘블랙야크센터(BAC 센터)’에서 산악체험, 가상현실(VR) 체험, 스포츠클라이밍 등으로 이뤄졌다. 저녁엔 레크리에이션, 4·19 강의와 퀴즈, 음악 공연이 이어졌다. 다음날 10일엔 딱지치기·구슬치기 등의 1960년대 놀이체험, 4·19 엠블럼 그리기 등의 활동을 했다. 문화제 첫 회부터 순례길 트레킹을 이끌어온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아이들과 부모, 조부모 등이 함께 순국선열의 애국정신을 기리며 체력과 정신력도 키울 수 있는 뜻깊은 프로그램으로 앞으로도 계속됐으면 한다”고 했다.
저녁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아이들이 참가하고 있다. 강북구 제공
18일 열리는 4·19 기념식 전날 행사는 문화제의 하이라이트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야외 문화공연, 전시, 1960년대 시대 체험존 등을 펼쳐왔다. 올해는 37개의 다채로운 참여 프로그램이 행사장에서 진행되고, 전야제 공식행사와 락(樂)페스티벌이 열린다.
세대 참여·소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4·19혁명 가치를 밖으로 알리는 행사도 이어왔다. 4·19혁명을 세계인과 공유하는 국제학술대회는 국내외 교수를 초빙해 열린다. 올해는 15일 수유동 한신대 서울캠퍼스 예배당에서 진행하며, 외국 교수들은 화상으로 참여한다. 외국인 22명으로 꾸려진 ‘4·19 탐방단’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들은 수유동 화계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고 전야제 등의 행사에 참여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활동 소감을 올린다. 2014년부터 추진해온 4·19혁명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내년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강북구는 하반기에 국민문화제 10회를 맞아 그간 걸어온 길을 정리한 책자도 펴낼 계획이다. 박겸수 구청장은 “미래세대가 4·19 민주 이념과 정신을 알고 올바로 이어가는 데 국민문화제가 기여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4·19 정신이 통일 정신으로 더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