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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규방 공예에서 20세기 산업 공예까지…한눈에 조망하는 한국 자수

한국 근현대 자 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8월4일)

등록 : 2024-05-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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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19세기 말부터 오늘날까지 역동적으로 펼쳐진 한국 자수의 다양한 모습을 다룬 자수 전시가 열린다. 전시 제목은 무형문화재 최유현 자수장의 작품(사진)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을 차용했다. 최 자수장의 작품은 총 4부로 구성된 전시 중 3부에서 ‘조시비’(女子美) 유학파의 자수 경향성에서 벗어나 추상이라는 새로운 조형 언어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소개한다. 조시비는 일본 도쿄에 있는 여자미술대학(옛 여자미술전문학교)을 줄여서 부르는 일본 말로 일제 강점기 자수 유학파 대부분이 이 학교를 나왔다.

흔히 ‘전통자수’로 불리는 작품 대부분은 1부에서 소개하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조선 시대 여성들이 제작하고 향유한 규방 공예 자수다. 자수의 역사는 그보다 오래됐지만 현존하는 고대와 중세 유물의 수가 극히 한정적인 탓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전통자수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김종학 작가의 대형 회화작품 ‘백화만발’이 화려한 대비로 관람객을 맞는다. 시카고 만국박람회에 출품했던 보료와 방석, 생활 자수, 수불(繡佛, 불교자수) 등 여러 갈래 전통자수의 대비를 만끽할 수 있다.

자수는 개항, 근대화, 분단, 산업화, 세계화 등을 거치며 주류 미술사의 관심 밖에서도 역동적으로 변화해왔다. 이번 전시는 자수가 여성 교육의 핵심으로 부각됐던 시기를 2부에서 따로 조명하는데, 당시 작가들의 삶을 상상하며 전시를 관람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적지 않은 여성이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를 전공하고, 귀국해 전국의 여학교와 기예학원에서 교편을 잡았다. 또한 각종 미술대회에 공예부가 신설돼 수상작들이 주목받으며, 이 시기 작품들이 독창적인 표현을 선보이는 것이 눈길을 끈다.

3부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예와 자수 분야에서도 추상이라는 새로운 조형언어가 대세를 이룬 점을 살핀다. 해방 직후 이화여대 미술대학에 자수과가 설치되고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과 작업이 펼쳐진다. 전공 여부를 막론하고 비단 외 다양한 재질의 바탕천과 실, 의외의 재료를 사용해 추상을 실험했다. 이어지는 4부에서는 자수가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산업공예로 발전하는 측면과 보존・계승해야 할 전통공예로 부각되는 측면을 두루 다루며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는 시기까지를 살폈다.

김인숙, 김혜경, 박을복, 엄정윤, 이신자, 이학, 전명자, 정영양, 최유현, 한상수 등 40여 명의 170여 작품, 아카이브 50여 점이 출품됐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덕수궁과 더불어 운영시간을 늘려 밤의 궁궐과 함께 전시를 즐길 수 있다.

장소: 중구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시간: 화~일 오전 10시~오후 6시(수·토 오후 9시까지) 관람료: 무료 문의: 02-2022-0600


이준걸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과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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