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12명 감독’이 전하는 코로나19 유행 속 ‘12개 공간’ 이야기

‘무중력지대 양천’ 주최 제4회 무중력영화제(MUFF) 11일 양천 유튜브 채널에서 열려

등록 : 2021-09-02 16:19 수정 : 2021-09-0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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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맞아 ‘공간’ 주제 삼아

4~6월 출품작 모집, 12편 상영작 뽑아

‘우리 삶에 공간 어떻게 작용하나’ 짚어

개막작에 ‘신의 딸은 춤을 춘다’ 선정

트랜스젠더 여성의 군 입대 문제 통해

‘댄스클럽과 병무청’ 공간의 갈등 짚어


“아이들이 가난을 깨닫는 순간이 있어요. 어릴 땐 인지가 없다가 친구 집에 한번 놀러 가면 우리 집의 ‘위치’를 파악해요. 주인공 민아처럼 말이죠. 자신의 집에서만 머물 땐 미처 몰랐던 감정인데, 친구 집을 보고 나자 자기 집이 ‘처량’하다고 느끼기 시작하죠.” 1일 오전 이서현(24) 감독이 수화기 너머로 영화 <잔디인형>의 시놉시스를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코로나19 범유행으로 아이들이 전면 온라인 수업을 듣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야기를 구성했다. “사는 공간은 그곳에 사는 사람의 삶을 투명하게 반영한다는 생각에, 사람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집이란 공간을 조명했어요.”

서울시 청년공간 무중력지대 양천(이하 무중력지대 양천)에서 11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제4회 무중력영화제(MUFF)를 연다.

제4회 무중력영화제 주제는 ‘공간’이다. 4월부터 6월까지 출품작을 모집하고 심사를 거쳐 총 12편의 상영작을 선정했다. 해당 작품은 ‘돌아보다’ ‘마주보다’ ‘바라보다’라는 3개 섹션으로 분류해 상영 준비를 마쳤다.

개막작 <신의 딸은 춤을 춘다>(감독 변성빈)는 춤꾼으로 활동하는 트랜스젠더 여성이 군 입대를 위해 병무청으로부터 ‘병역판정검사’ 연락을 받으며 시작된다. 댄스클럽과 병무청이란 상반된 공간에서 벌어진 갈등으로 우리 삶에 공간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짚어나간다.

이 밖에도 자살카페에 모인 이들의 ‘마음속 공간’을 살핀 <뱃사공: 마음 속이 죽음으로 가득 찬 사람은 없다>(감독 신지환), 방앗간을 무대로 30년 넘게 떡을 만들어온 제임순 할머니와 인도 청년 제임슨의 우정을 담은 <제씨 이야기>(감독 이하은), 바닷가 마을의 외딴 편의점을 찾은 사람들의 뜻하지 않은 만남과 대화를 다룬 <광장>(감독 이가홍)까지 12명 감독이 전하는 12개 공간 이야기가 관람객과 만날 예정이다.

무중력영화제는 청년들이 영화제 기획과 운영을 직접 맡는다. 상영작도 청년 영화인의 작품으로 채운다.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 갈 청년 영화인 작품을 미리 선보이고, 이들이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무중력영화제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청년 커뮤니티 시네마디 홍보기획팀 김민지(22)씨는 “오늘날 청년 영화인들이 생각하는 공간에 대한 의미를 두고 많이 고민했다. 코로나19로 집에 혼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지금, 영화를 통해 내가 갈 수 없는 공간과 만나기 힘든 사람들의 소중함을 되짚어 볼 기회라 여겼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상영회로 전환된 점이 아쉽지만, 우수한 청년 감독들의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관객과 만남’(GV),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으니 기대해달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4회 무중력영화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안전한 관람을 위해 무중력지대 양천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추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될 경우 오프라인 상영회를 별도 진행할 예정이다.

영화제 신청은 10일(금)까지 구글폼(bit.ly/4thMUFF)으로 받는다. 영화제 신청을 하면 행사 당일에 접속할 수 있는 링크를 보내준다. 영화제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무중력지대 양천 블로그(blog.naver.com/youthzone0_0)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 청년공간 무중력지대는 지역 청년들의 문화·여가 활동 수요를 충족하고자 2018년부터 해마다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배리어프리 상영으로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영화제’를 운영해왔다.

무중력지대 양천 문유진 센터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그로 인한 단절을 느끼는 청년들이 누군가와의 만남과 소통을 의미하는 ‘공간’이라는 주제의 다양한 작품을 관람하며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유안 기자 fingerwhale@hani.co.kr

사진 무중력지대 양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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