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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맹상군열전’에 나오는 고사로, 하찮은 재주의 소유자도 잘 대우하면 쓸모가 있음을 비유한다. 또는 저잣거리의 술사나 무뢰한들을 끌어모아 우두머리 행세를 하는 사람을 비꼴 때 쓰이기도 한다.
맹상군은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의 왕족으로 수천 명의 식객을 거느렸다. 서쪽의 강대국 진나라 소왕이 그를 재상으로 초빙했다. 그의 세력을 경계한 진나라가 인질로 잡아두려는 속셈이었다. 소왕은 맹상군이 진나라에 오자 핑계를 만들어 감옥에 가두었다. 소왕이 자기를 죽일지 모른다고 생각한 맹상군은 왕의 애첩을 통해 구명운동을 벌인다. 첩은 맹상군에게 여우의 흰 겨드랑이털을 모아 만든 진귀한 갖옷인 ‘호백구’(狐白裘)를 요구한다. 그러나 호백구는 이미 소왕에게 바친 뒤였다. 식객 중에 구도(개 흉내를 내어 좀도둑질을 잘하는 자)가 있었는데, 그가 개구멍으로 보물 창고에 들어가 호백구를 훔쳐왔다. 첩에게 호백구를 뇌물로 바치고 간신히 풀려난 맹상군이 그길로 탈출을 감행해 국경인 함곡관에 다다랐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함곡관은 새벽닭이 울어야 문을 열었다. 이때 식객 한 명이 닭 울음소리를 흉내내자 근처의 닭들이 덩달아 울었다. 선잠을 자던 병졸들이 새벽이 온 줄 알고 엉겁결에 관문을 여는 틈을 타 맹상군 일행은 사지를 벗어났다.
능력 본위의 인재 기용을 비유하게 된 이 고사를 정면으로 비판한 사람이 있다. 송나라 때의 대개혁가인 왕안석이다. “맹상군은 한갓 계명과 구도의 우두머리일 뿐이다. 그가 그만한 권력에 참된 선비 한 명이라도 제대로 얻었다면 제나라가 오히려 진나라를 제압했을 것이니, 굳이 닭 울음과 개 흉내를 내는 자의 힘을 빌릴 일이 있었겠는가.” (독맹상군전)
얼마 전 집권당의 대표가 야당이 국회에서 대통령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단식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눈에는 권력 서열 2위자의 “목숨을 건” 단식이 오히려 초라한 쇼처럼 비쳤다. 맹목적인 충성심 이외에 그 어떤 정치적 이상이나 철학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의 단식 흉내는 저항과 절조의 수단인 단식을 한갓 개 흉내와 닭 울음 흉내 정도의 재주로 전락시킨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지 모르겠다.
참고로, 어느 고을 사람들이 맹상군의 외모를 볼품없다고 비웃자, 식객들이 몰려가 수백 명을 베어 죽이고 그 고을을 폐허로 만들어버렸다는 이야기를, 사마천이 계명구도의 고사 뒤에 나란히 기록하고 있음을 덧붙여 전한다. 이인우 <서울&> 콘텐츠디렉터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참고로, 어느 고을 사람들이 맹상군의 외모를 볼품없다고 비웃자, 식객들이 몰려가 수백 명을 베어 죽이고 그 고을을 폐허로 만들어버렸다는 이야기를, 사마천이 계명구도의 고사 뒤에 나란히 기록하고 있음을 덧붙여 전한다. 이인우 <서울&> 콘텐츠디렉터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