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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월 문(文)은 본래 무늬를 가리키는 말에서 출발했고, 바탕 질(質)은 사물의 본질, 품성 등을 의미한다. 문질빈빈(文質彬彬)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내면이 함께 빛난다’는 말이다. <논어> 옹야편에 나온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바탕이 무늬를 앞서면 거칠고, 무늬가 바탕을 앞서면 겉만 번지르르한 것이다. 무늬와 바탕이 함께 빛난 뒤라야 군자라고 할 수 있다”(子曰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 然後君子). 공자는 이처럼 내면(내용)과 외양(형식)이 잘 조화를 이룬 모습을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훌륭한 자질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빛이 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내면의 우수성을 믿고 무례와 오만을 일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외양의 화려함을 내면이 받쳐주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질이 ‘퀄리티’라면 문은 ‘디자인’이다. 자신의 천분(질)을 분수에 맞게 디자인해 드러낼 줄 아는 것은 보통 사람에게도 삶의 지혜이다.
이런 의미를 보여주는 일화가 <논어> 안연편에 실려 있다. 공자의 제자 자공은 언변과 외교술이 뛰어난 사람으로 훗날 큰 부자가 되고 지위도 재상의 반열에 올랐다. “화려하게 치장한 수레를 타고 수많은 수행원을 거느리고 다니는” 이 돈 많고 벼슬도 높은 공자의 문도를 당시에도 아니꼽게 보는 사람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자공이 재상을 지낸 위나라의 극자성이라는 대부가 자공을 깎아내렸다. “군자가 바탕이 좋으면 그만이지, 겉치레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君子 質而已矣 何以文爲) 이 말을 전해 들은 자공이 항변한다. “무늬는 바탕을 이뤄주고 바탕은 무늬를 이뤄줍니다. 호랑이와 표범의 가죽에 털이 없다면, 개나 양의 속가죽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文猶質也 質猶文也 虎豹之) 猶犬羊之) 호피가 아름다운 것은 그 무늬 때문인데, 그것을 제거하면 개나 양의 가죽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말이다.
사람은 겉모습보다 내면이 중요하다. 그러나 내면의 아름다움에 걸맞은 외면을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자공은 겸손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쌓은 부로 많은 사람을 구제한 것으로 당대에도 유명했다. 공자는 자공이 상덕(上德)의 부자를 묻자 ‘부유하면서 예를 좋아하는 자’(富而好禮者)라고 대답했다.(<논어> 학이) 스승과 제자는 부자의 문(文)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이해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