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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30대 후반의 남성입니다. 우리 부부는 오래도록 친구들과 부부 동반 모임을 즐겨왔습니다.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초대하기, 주말에 함께 자전거로 강변 달리기, 1박 2일 근교여행도 함께 다닙니다. 야구장이나 극장가기, 이 모든 것을 부부 동반 모임이 함께했습니다. 늘 모이면 재담이 흘러나오고 화기애애하기에 가족 이상으로 소중한 모임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제 아내는 이 모임을 기피하는 눈치입니다. 주말에 함께 피크닉 가자고 하면, “혼자 갔다 와요!”라는 대답이 돌아오거나, “그냥 집에 있고 싶다”고 합니다. 제가 특별히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변했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아내에게 물어봐도 뾰족한 대답은 하지 않는군요. 아니면 제가 문제인 건가요? 참고로 제 아내는 직장여성입니다.
A)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됩니다. 과도하게 균형이 깨져 있고, 스스로 통제가 안 될 때, 중독이라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연을 주신 분은 일종의 ‘모임 중독’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회독’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들과 어울리는 것만 좋아하고 호젓한 상황은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성격과 체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말에 그냥 쉬고 싶거나 홀로 있기를 원하는 직장여성들도 적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데서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요즘 미국 유대인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인 랍비, 조셉 텔루슈킨은 손님 초대하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손님을 집으로 초대하기 전에 먼저 아내의 의사를 타진해보라. 그리고 일단 손님을 초대했다면, 이 멋진 선행의 즐거움뿐 아니라 그에 따른 수고 역시 아내와 공유해야 한다.”
전통적으로도 그러하지만 남녀평등이 되었다는 오늘날에도 손님 초대란 여전히 여성의 가사노동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의 집에 초대되어 갔다 하더라고 여성들의 경우 편하게 쉬기보다는 함께 부엌일을 거들어야 할 경우도 많습니다. 때문에 갈수록 집 초대가 드문 것도 이 시대의 현실입니다.
두 번째는 모임의 분위기입니다. 부부 동반 모임에서 화제가 제한되다 보면 단골 안주가 자기 배우자일 때가 많습니다. 적절히 자기 자신과 배우자의 관계를 유머 있게 디스(Diss)한다면 모임의 활력소로 작용하겠지만 지나치다면 문제입니다. 언젠가 저는 부부 동반 모임에 참석했다가 참으로 난처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핼러윈데이에 즈음해 한 부인이 ‘우리도 이상한 가면을 쓰고 즐기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직후였습니다. 그 부인의 남편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아, 나는 됐어. 이미 평소에 내 마누라의 이상한 가면을 매일 보니까 그것으로 충분해, 하하하!” 남편의 대답 후, 그 부인의 얼굴은 무안함으로 하얗게 질렸고, 모임은 순식간에 냉기가 감돌았습니다. 남편은 겸양의 뜻으로 한 농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단둘이 있는 자리도 아니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그처럼 과격한 농담은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외모에 자신이 없다고 느끼거나, 다른 콤플렉스를 느낀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거꾸로 부인이 남편을 모임에서 공개 면박 주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경우입니다. “남들은 벌써 승진해서 임원이 되었다고 그 부인은 뻐기고 다니는데, 무능한 내 남편 때문에 내 인생이 썩고 있네요, 썩어요!” 모임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누군가와 비교하는 행위입니다. 그 비교 때문에 상처가 되고 시기심과 좌절감, 분노가 생기기도 하니까요. 배우자가 하는 일이 못마땅할 때가 어디 한두 번이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은 배우자의 단점은 부풀리고 장점은 과소평가하거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버릇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단둘이 있을 때 서로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불만이나 감정을 남 앞에서 발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폭력이란 반드시 손찌검을 하거나 발로 차는 것만이 아닐 테니까요. 세 번째 가능성은 배우자가 소속된 집단을 일반화했는지 하는 점입니다. “너희 학교 출신들은 왜 그러냐?” “어휴, 그쪽 사람들은 참 문제 많아, 문제가!” 고향과 학교, 종교, 집안을 건드는 것은 곧 그 사람 자신에 대한 비난이라고 여겨지기도 하기 때문에 대단히 조심해야 합니다. 친구들과 즐겁고 좋은 시간을 갖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부부만의 시간도 따로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진솔한 소통도 가능합니다. 종류는 다르지만 함께 식사하자고 해놓고 막상 날짜가 다가오면 불쑥 이렇게 물어서 당황하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 둘이만 보는 거야? 또 누구 없나? 우리 둘이서만 하면 어색하잖아….” 이런 경우 필시 1 대 1 소통에 취약점을 드러냅니다. 여럿이 모이다 보면 늘 대화는 거대 담론에 머물고, 재담을 잘하는 사람 위주로 흘러가서 진짜 진솔한 고민과 이야기를 경청할 기회는 적습니다. 자주 만나기는 하지만 겉도는 관계입니다. 또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모임이 끝난 뒤, 초대자의 가정을 깎아내리고 참석자를 흉보는 일입니다. 물론 이를 피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저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귀가하는 도중에서만이라도 참아야 합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좋지 않은 감정의 불꽃이 일어나니까요. 곧 연말 모임이 시작됩니다. 생활 속의 작은 진보라도 일으켜보아야 할 때입니다. 글 손관승 세한대학교 교수·전 iMBC대표이사·MBC기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두 번째는 모임의 분위기입니다. 부부 동반 모임에서 화제가 제한되다 보면 단골 안주가 자기 배우자일 때가 많습니다. 적절히 자기 자신과 배우자의 관계를 유머 있게 디스(Diss)한다면 모임의 활력소로 작용하겠지만 지나치다면 문제입니다. 언젠가 저는 부부 동반 모임에 참석했다가 참으로 난처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핼러윈데이에 즈음해 한 부인이 ‘우리도 이상한 가면을 쓰고 즐기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직후였습니다. 그 부인의 남편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아, 나는 됐어. 이미 평소에 내 마누라의 이상한 가면을 매일 보니까 그것으로 충분해, 하하하!” 남편의 대답 후, 그 부인의 얼굴은 무안함으로 하얗게 질렸고, 모임은 순식간에 냉기가 감돌았습니다. 남편은 겸양의 뜻으로 한 농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단둘이 있는 자리도 아니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그처럼 과격한 농담은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외모에 자신이 없다고 느끼거나, 다른 콤플렉스를 느낀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거꾸로 부인이 남편을 모임에서 공개 면박 주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경우입니다. “남들은 벌써 승진해서 임원이 되었다고 그 부인은 뻐기고 다니는데, 무능한 내 남편 때문에 내 인생이 썩고 있네요, 썩어요!” 모임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누군가와 비교하는 행위입니다. 그 비교 때문에 상처가 되고 시기심과 좌절감, 분노가 생기기도 하니까요. 배우자가 하는 일이 못마땅할 때가 어디 한두 번이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은 배우자의 단점은 부풀리고 장점은 과소평가하거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버릇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단둘이 있을 때 서로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불만이나 감정을 남 앞에서 발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폭력이란 반드시 손찌검을 하거나 발로 차는 것만이 아닐 테니까요. 세 번째 가능성은 배우자가 소속된 집단을 일반화했는지 하는 점입니다. “너희 학교 출신들은 왜 그러냐?” “어휴, 그쪽 사람들은 참 문제 많아, 문제가!” 고향과 학교, 종교, 집안을 건드는 것은 곧 그 사람 자신에 대한 비난이라고 여겨지기도 하기 때문에 대단히 조심해야 합니다. 친구들과 즐겁고 좋은 시간을 갖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부부만의 시간도 따로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진솔한 소통도 가능합니다. 종류는 다르지만 함께 식사하자고 해놓고 막상 날짜가 다가오면 불쑥 이렇게 물어서 당황하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 둘이만 보는 거야? 또 누구 없나? 우리 둘이서만 하면 어색하잖아….” 이런 경우 필시 1 대 1 소통에 취약점을 드러냅니다. 여럿이 모이다 보면 늘 대화는 거대 담론에 머물고, 재담을 잘하는 사람 위주로 흘러가서 진짜 진솔한 고민과 이야기를 경청할 기회는 적습니다. 자주 만나기는 하지만 겉도는 관계입니다. 또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모임이 끝난 뒤, 초대자의 가정을 깎아내리고 참석자를 흉보는 일입니다. 물론 이를 피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저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귀가하는 도중에서만이라도 참아야 합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좋지 않은 감정의 불꽃이 일어나니까요. 곧 연말 모임이 시작됩니다. 생활 속의 작은 진보라도 일으켜보아야 할 때입니다. 글 손관승 세한대학교 교수·전 iMBC대표이사·MBC기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