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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줄을 풀어 다시 고쳐 맨다”는 말이다. 아무리 훌륭한 거문고도 연주를 오래하면 줄이 늘어진다. 좋은 소리를 내려면 줄을 풀어(解弦) 다른 줄로 팽팽하게 고쳐 매야(更張) 한다. 시사적으로는 대대적인 정치·사회적 개혁의 필요성을 말할 때 쓰인다. 풀 해(解)자 대신 고칠 개(改)자를 써서 ‘개현경장’이라고도 한다. 개현역장(改弦易張), 개현역조(改弦易調), 개현역철(改弦易轍)도 같은 뜻이다. 서양의 “새 술은 새 부대에”도 비슷한 의미이지만, 표현의 격이 조금 다르다.
해현경장의 고사는 중국 한나라 때의 역사가 반고가 쓴 <한서·동중서전>에 처음 등장한다. 동중서는 대유학자로서 한무제가 유교를 국교로 채택하게 만든 사람이다. 그는 무제가 국가 진흥을 위한 대책을 묻자 책문을 올려 국가 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을 주장하면서 이와 같이 말한다.
“한나라는 진나라를 이었으나, 기존의 진나라 제도는 공자가 말하였듯이 ‘썩은 나무에는 조각할 수 없고, 진흙 담장에는 새로운 칠을 할 수 없는’(<논어·공야장>) 수준이어서, 아무리 해도 좋아질 수 없는 지경에 있습니다. 가령 거문고에 비유한다면, 거문고 줄이 낡아서 도저히 좋은 소리를 낼 수 없으면, 반드시 다른 줄로 고쳐 매야 합니다. 정치 제도도 마찬가지여서 도저히 안되면 반드시 방법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줄을 바꿔 매어야 할 때 바꾸지 않고서는 아무리 훌륭한 악공도 좋은 연주를 할 수 없듯이, 개혁할 것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현명한 정치가라도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해현경장은 일반적으로 새롭게 일을 시작할 때 초심을 다짐하는 말로 쓰이지만, 애초에는 동중서의 말처럼 풀기 어려운 문제나 위기 상황을 맞았을 때, 기존의 방법이나 제도를 혁신하여 새롭게 해법을 구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전환적인 개혁을 ‘경장’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이 서양 법식을 받아들인 1894년 갑오년의 정치개혁을 ‘갑오경장’이라고 이른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국가 현실은 4.19혁명이나 6월항쟁 때처럼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의 일탈에서 비롯한 국정 문란이 온 나라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은 지 달포를 지나고 있는데도 여야 정치인들은 성난 민심의 눈치를 보면서 제 앞길만 살피고 있으니 안타깝다. 하루빨리 정치인들은 개헌을 포함한 향후 정치 일정에 합의하여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국가를 다시 반석 위에 올려놓기를 바란다.
이인우 <서울&>콘텐츠디렉터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인우 <서울&>콘텐츠디렉터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