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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한창인 그림 속, 한편에서 군인들이 죽어가지만 사람들은 전쟁을 이미지와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한다.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 반전시위를 하는 사람은 표적이 됐고 공직자들은 자신의 업적을 기록하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많은 이야기와 상징을 마치 모바일 액정으로 보는 피상적인 풍경인 양 한 화면에 담는 연작을 선보인 순이지 작가의 <슈가 캔디 마운틴 #7>이다. 귀여운(cute) 이미지에 눈을 빼앗겨 자세히 살펴보면, 날카로운(acute) 유머와 풍자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을 모아 선보이는 4인전 ‘쉿! 침착하게 집중하세요’(Keep Calm And Give A Shit)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영문 제목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정부에서 만든 포스터 문구를 패러디한 것은 세상이 어수선해도 평상심을 갖고 중요한 것들에 주목하며 오늘을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김훈규, 순이지, 웡핑, 탈라 마다니의 회화와 애니메이션은 만화 캐릭터나 우화적 이미지를 활용해 최근 국제적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유머 감각으로 다양한 장면을 담고 있다.
애니메이션 위주의 작품을 모은 1층에서 웡핑과 탈라 마다니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의인화된 동식물이 등장하는 웡핑의 <우화 1>, 대저택 실내 공간을 돌아다니는 2차원의 여성이 등장하는 <똥 엄마 애니메이션 1> 등은 친숙한 이미지로 시작하지만 인간 본성의 어두운 측면이나 현대의 권력 불균형 등을 묵직하게 다룬다.
2층에는 김훈규와 순이지의 회화 작품을 전시했다. 김훈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이미지를 비단에 채색하는 방식으로 기발한 상상력과 환상을 표현한다. <다소 불안한 요가 동호회> <습지행 급행열차> 같은 작품이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적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갈등 상황을 여러 시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순이지는 현실 세계의 아이러니들을 포착해 화폭이 넘칠 정도로 늘어놓고 냉소적으로 들여다본다.
작가들이 지어낸 유머와 풍자가 가득한 이야기들이 관람객 개개인에게 스스로의 삶에 더욱 민감해지고 연결되는 기회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으로 감상할수록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전시다.
장소: 노원구 중계동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시간: 화~금 오전 10시~저녁 8시, 토·일·공휴일 오전 10시~저녁 7시 관람료: 무료 문의: 02-2124-5248, 5249
이준걸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대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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