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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아현실버복지관에서 김혜경(50)강사가 어르신들과 함께 난타를 연습하고 있다.
‘쿵덕! 쿵덕! 덩더덩 쿵덕!’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환일길3 아현실버복지관. 우렁찬 북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건강 프로그램인 ‘난타 연습반’에서 나는 소리다. 타악 공연인 난타를 통해 신체 활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모인 동아리다. 64살부터 84살까지 할머니 30여명이 3년째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평균 나이 76살. 어깨와 팔에 힘이 필요한 난타가 낯설고 힘들 법한데도 연습실은 웃음소리와 북소리로 가득하다.
10년째 꾸준히 헬스클럽을 다닌다는 박영란(72) 할머니는 “옛날에 어머니들이 다듬이질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 것과 같은 이치다. 나이 들어 순발력이 많이 떨어졌는데 열심히 두드리며 순발력도 키웠다. 또 순서를 외우느라 뇌까지 쓰니 그야말로 일석삼조”라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동아리는 유명세를 타 서울과 경기 지역에 지난해 6차례 공연을 했을 정도다.
마포구청 산하기관인 복지관에서 건강·문화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권주희 복지사는 “적적한 시간에 이곳에 와 삶의 활력과 건강을 찾아가는 어르신이 많다. 어르신들의 호기심을 끌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한다. 흔히 노년층의 생활스포츠 하면 탁구나 배드민턴, 수영, 게이트볼을 떠올리기 쉽다. 이들 스포츠는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이런 것까지?’ 하고 놀랄 정도의 이색 생활스포츠도 여기저기서 생겨나는 추세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이 큰 때문이다.
아현실버복지관에서 인기 있는 이색 강좌는 맷돌체조다. 신청을 받을 때마다 지원자가 정원을 넘어 최근 한반을 늘렸다. 맷돌이 돌아가는 원리를 따라 전신 관절을 돌리며 혈액순환을 돕는 맷돌체조는 할머니들에게 인기다. 여성 중심의 맷돌체조반과 달리, 할아버지들만을 위한 ‘남성 요가반’도 있다. 요가에 관심이 많지만 여성들과 함께하기가 남우세스럽다는 할아버지들을 위해 2014년 시작했다. 라틴댄스와 피트니스를 결합해 에어로빅보다 더 운동량이 많은 줌바댄스는 늘 20명 정원을 꽉꽉 채운다.
송파구 산하 송파노인복지관도 올해 남성 전용 요가반을 신설했다. 마포구와 마찬가지로 여성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요가를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다. 복지관의 김소희 복지사는 “20명 정원을 꽉 채웠고, 요가에 만족하는 어르신이 많아 계속 반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한강공원 파크골프장에서 백기동(70)씨가 퍼팅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원과 체육시설에서 할 수 있는 ‘파크 골프’도 요즘 ‘뜨는’ 노년층 생활스포츠다. 파크 골프는 단어 뜻 그대로 공원에서 하는 골프다. 일반 골프와 게이트볼을 섞은 것으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 종목이다. 일반 골프공에 비해 공 지름이 2㎝쯤 커서 눈에 쉽게 띄고 치기도 수월하다. 홀 거리도 30~90m로 짧은 편이다. 하루만 배워도 바로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여서 인기가 높다. 서울에는 잠실 서울종합운동장, 여의도 한강공원, 마포구 월드컵공원 등 5곳에서 파크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 있는 파크 골프장은 무료라 더욱 인기가 좋다. 한창 붐빌 때는 수십명이 차례를 기다리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동작, 영등포, 양천구 회원들이 자주 찾는데, 즐겨 이용하는 이들은 70대 노년층이다. 12일 한강공원에서 만난 구로구 개봉동의 박정규(78)씨는 지난해 파크 골프의 매력에 빠진 뒤 날마다 하루 5시간 이상 파크 골프를 하고 있다. 박씨는 “치는 즐거움이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호흡할 수 있고, 친구들도 사귀고. 언젠가는 손주들과 함께 와서 3대가 운동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박씨와 함께 홀을 돌며 게임을 한 서우천(70)씨도 “실버 세대일수록 무리 없이 하는 운동으로 파크 골프만 한 게 없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형님’들과 함께 경기를 한 이상필(69)씨는 “실버 세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운동”이라며 “신체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관리해야 행복한 노년 생활을 보낼 수 있다”고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글·사진 구슬이 인턴기자 sr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글·사진 구슬이 인턴기자 sr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