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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극단 ‘은빛찬란’ 단원들이 6일 동대문구 제기동감초마을현진건기념도서관에서 해오름어린이집 원아들을 위해 ‘춤추는 노래 주머니’ 인형극 공연을 마친 뒤 인형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임은선·김미란·변호식·박순길·홍영임 단원과 장은령 자원봉사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재능꾼 어르신 일자리’ 새로운 대세 될까?
지난 6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감초마을현진건기념도서관 5층 프로그램실에는 인근 해오름어린이집 원아 27명이 몰려왔다. 원아들은 이내 시작된 ‘춤추는 노래 주머니' 인형극에 빠져들었다.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던 5~6살 꼬마 관객들은 즐거운 고함과 웃음소리를 내며 관람했다.
인형극이 끝나자 자원봉사자 장은령(57)씨 안내에 따라 아이들은 무대 앞으로 나와 인형극에 나온 주인공 인형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쓰다듬으며 관심을 표시했다. 인형극을 연기한 단원들은 목소리 연기를 계속하며 아이들의 관심에 화답했다. 공연이 끝나고 정리까지 마친 뒤 시니어인형극단 ‘은빛찬란’ 단원들과 한자리에 앉아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
시니어극단 ‘은빛찬란’ 단원들이 6일 동대문구 제기동 현진건기념도서관에서 해오름어린이집 원생에게 ‘춤추는 노래 주머니’라는 인형극을 공연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늦게 찾은 꿈, 그리고 도전
이날 공연에 나선 시니어인형극단은 예순 살 이상 어르신 다섯 단원과 자원봉사자 한 명 등 모두 여섯 명으로 이달 구성됐다. 이들은 도서관이 주관한 지난해 1기 인형극단 양성과정 교육 동기생들로 수료 이후 의기투합해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뭉쳤다. 이날 공연은 벌써 세 번째 공연이다. 단원 대부분은 인형극 관련 경험이 전혀 없다시피 한 초보자들이다. 지난해 2월 개관한 현진건기념도서관은 지난해 연말 9주짜리 인형극단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이론보다는 실제 인형극 준비를 위해 대본 작성은 물론, 인형 제작에서 목소리 연기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이뤄졌다. 이 교육과정을 통해 전래동화 ‘혹부리영감'을 15분짜리 인형극으로 재창조한 ‘춤추는 노래 주머니’가 탄생했다.
“모두 새로운 도전이라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셨지만 의욕과 열정으로 정말 열심히 과정에 참여하시더군요.” 김수희 도서관장의 설명이다. 인형극이 완성된 뒤 공연장은 도서관 도움으로 5층 프로그램실을 사용하기로 하고 동대문구의 다른 도서관 원정공연도 추진하는 등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하던 중 도서관과 극단원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동대문구가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시니어인형극단을 창단하고 과정 수료자들을 극단원으로 채용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들은 2월부터 10개월 동안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로 활동비를 지급으며 활동하게 됐다. 소통으로 시작해 계속되는 도전 조카 손주를 돌보던 임은선(70)씨는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똑똑하고 어휘가 풍부한지 내가 뭐라도 배워야 소통하며 아이를 돌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인형극에 관심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하자 다른 단원들도 모두 한결같이 공감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의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했던 박순길(71)씨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즐거웠지만 인형극을 통해 몸으로 연기하고 표현하는 새로운 즐거움을 깨닫게 됐다”며 “단원과 함께 인형극을 만들고 준비하는 과정은 더욱 즐겁다”고 전했다. 변호식(72)씨는 “책을 빌리러 도서관을 자주 찾다가 우연히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함께 계속하자는 동기생들의 격려 덕분으로 교육과정을 완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각자의 사연은 제각각이었지만 인형극으로 한마음이 된 이들은 도서관에서 제공한 인형극단 양성교육을 받으며 어설펐던 동작도 점차 자연스러워졌다. 단순한 동작을 넘어 감정을 담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며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성취감도 느꼈다. 현재 은빛찬란은 인형극에 이어 ‘그림자인형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도 준비하고 있다. ‘토끼와 거북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단원들끼리 스토리부터 머리를 맞대고 함께 만들어가는 중이다. 경기도 이천에 살다 손주 둘을 돌보기 위해 동대문구로 옮겨온 김미란(68)씨는 “서로 이기고 지는 경주가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아 3단계 구성으로 만들고 있다”며 “독서 뒤 독후 활동을 하듯 공연 뒤 요즘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감정 나누기 활동까지 포함해 아이들과 소통에 도움이 되도록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 자신을 찾는 기회가 된 인형극 아이들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시작한 인형극이지만 단원들은 그 활동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다른 단원들과 어울리며 사회적 관계를 맺어가는 것도 큰 보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영임(65)씨는 “목소리가 작아 꼭 필요한 얘기를 안 하고 살았던 내가 인형극단 활동을 하면서부터 내 감정을 표현하고 아이들 앞에서 발표도 하니 내게 없던 새로운 면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임은선씨도 “공연 준비를 위해 하루 서너 시간 대화하고 커피숍과 식당에서 키오스크로 주문도 하면서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돼가는 데 적응하다보니 세상 변화를 따라가게 되고 손주들과 소통도 잘돼 극단 활동이 나 자신의 성장에 진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형극단 최고령인 변호식씨는 “평생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면서 살아왔는데 일흔이 넘어서야 단원들과 내 생각을 말하고 나눌 수 있게 돼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라며 지난 세월이 떠오른 듯 젖은 눈가에서 눈물을 닦아냈다.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편인 동대문구의 시니어인형극단 은빛찬란. 이들은 아이들을 향해 이야기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행복하고 즐거워지는 변화를 통해 자신을 찾고, 서로 이해하는 공동체로 성장을 모색하고 있었다. 은빛찬란 지원 등 동대문구
역량 활용 새 어르신 일자리 ‘눈길’ 시니어인형극단 ‘은빛찬란'의 적극적인 활동 배경에는 동대문구(구청장 이필형)의 어르신 일자리 지원 정책이 있다. 구는 올해부터 어르신 일자리 사업 4종을 추가했는데 그중 하나가 시니어인형극단이다. 구는 기존 어르신 일자리의 약 90%가 청소, 교통정리, 배송, 안내 등 단순 반복, 보조적인 성격의 일자리여서 참여자들의 성취감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구는 관내에 영화학교 등 다양한 시니어 교육과정이 있지만 취미활동에 그치는 현실에 주목했다. 무관하던 이 둘을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시너지를 모색하자는 발상을 했는데 그 결과가 올해 시작된 ‘재능꾼 어르신 일자리사업’이다.
“모두 새로운 도전이라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셨지만 의욕과 열정으로 정말 열심히 과정에 참여하시더군요.” 김수희 도서관장의 설명이다. 인형극이 완성된 뒤 공연장은 도서관 도움으로 5층 프로그램실을 사용하기로 하고 동대문구의 다른 도서관 원정공연도 추진하는 등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하던 중 도서관과 극단원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동대문구가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시니어인형극단을 창단하고 과정 수료자들을 극단원으로 채용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들은 2월부터 10개월 동안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로 활동비를 지급으며 활동하게 됐다. 소통으로 시작해 계속되는 도전 조카 손주를 돌보던 임은선(70)씨는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똑똑하고 어휘가 풍부한지 내가 뭐라도 배워야 소통하며 아이를 돌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인형극에 관심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하자 다른 단원들도 모두 한결같이 공감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의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했던 박순길(71)씨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즐거웠지만 인형극을 통해 몸으로 연기하고 표현하는 새로운 즐거움을 깨닫게 됐다”며 “단원과 함께 인형극을 만들고 준비하는 과정은 더욱 즐겁다”고 전했다. 변호식(72)씨는 “책을 빌리러 도서관을 자주 찾다가 우연히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함께 계속하자는 동기생들의 격려 덕분으로 교육과정을 완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각자의 사연은 제각각이었지만 인형극으로 한마음이 된 이들은 도서관에서 제공한 인형극단 양성교육을 받으며 어설펐던 동작도 점차 자연스러워졌다. 단순한 동작을 넘어 감정을 담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며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성취감도 느꼈다. 현재 은빛찬란은 인형극에 이어 ‘그림자인형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도 준비하고 있다. ‘토끼와 거북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단원들끼리 스토리부터 머리를 맞대고 함께 만들어가는 중이다. 경기도 이천에 살다 손주 둘을 돌보기 위해 동대문구로 옮겨온 김미란(68)씨는 “서로 이기고 지는 경주가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아 3단계 구성으로 만들고 있다”며 “독서 뒤 독후 활동을 하듯 공연 뒤 요즘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감정 나누기 활동까지 포함해 아이들과 소통에 도움이 되도록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 자신을 찾는 기회가 된 인형극 아이들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시작한 인형극이지만 단원들은 그 활동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다른 단원들과 어울리며 사회적 관계를 맺어가는 것도 큰 보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영임(65)씨는 “목소리가 작아 꼭 필요한 얘기를 안 하고 살았던 내가 인형극단 활동을 하면서부터 내 감정을 표현하고 아이들 앞에서 발표도 하니 내게 없던 새로운 면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임은선씨도 “공연 준비를 위해 하루 서너 시간 대화하고 커피숍과 식당에서 키오스크로 주문도 하면서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돼가는 데 적응하다보니 세상 변화를 따라가게 되고 손주들과 소통도 잘돼 극단 활동이 나 자신의 성장에 진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형극단 최고령인 변호식씨는 “평생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면서 살아왔는데 일흔이 넘어서야 단원들과 내 생각을 말하고 나눌 수 있게 돼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라며 지난 세월이 떠오른 듯 젖은 눈가에서 눈물을 닦아냈다.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편인 동대문구의 시니어인형극단 은빛찬란. 이들은 아이들을 향해 이야기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행복하고 즐거워지는 변화를 통해 자신을 찾고, 서로 이해하는 공동체로 성장을 모색하고 있었다. 은빛찬란 지원 등 동대문구
역량 활용 새 어르신 일자리 ‘눈길’ 시니어인형극단 ‘은빛찬란'의 적극적인 활동 배경에는 동대문구(구청장 이필형)의 어르신 일자리 지원 정책이 있다. 구는 올해부터 어르신 일자리 사업 4종을 추가했는데 그중 하나가 시니어인형극단이다. 구는 기존 어르신 일자리의 약 90%가 청소, 교통정리, 배송, 안내 등 단순 반복, 보조적인 성격의 일자리여서 참여자들의 성취감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구는 관내에 영화학교 등 다양한 시니어 교육과정이 있지만 취미활동에 그치는 현실에 주목했다. 무관하던 이 둘을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시너지를 모색하자는 발상을 했는데 그 결과가 올해 시작된 ‘재능꾼 어르신 일자리사업’이다.
시니어줍깅단과 시니어스트레칭강사단 활동 어르신(가운데 조끼 입은 이). 동대문구 제공
구 동행과는 “점차 다양해지는 어르신들의 사회적 자기실현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기존 저소득 취약계층 어르신을 위한 소득보전형 일자리를 유지하면서도 경력과 재능을 갖춰 적극적 활동이 가능한 ‘액티브 시니어’를 위해 역량 활용 일자리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는 관내의 어르신 교육과 양성과정을 점검하고 현진건기념도서관의 인형극단 양성과정 이외에도 답십리미디어아트센터의 시니어영화학교, 구의 성인문해교육활동가 양성과정, 동대문여성인력개발센터의 실버운동사 양성과정 등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역량 활용에 초점을 맞춰 재능꾼 어르신 일자리 사업을 본격화했다.
우선 시니어인형극단 은빛찬란은 현진건 기념도서관의 인형극단 양성반 수료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참여자들은 봉사단이나 아마추어가 아니라 스토리 기획부터 무대 설치, 공연까지 전 과정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급여를 지급받는 단원 신분이다.
건강관리 분야에서는 어르신 운동강사단 ‘반짝반짝스트레칭’이 있다. 이들은 구가 2월 개시한 ‘시니어줍깅단’의 준비운동을 돕는 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 노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신체 건강 증진과 활기찬 일상을 지원할 예정이다.
영상 콘텐츠 제작에 관심 있는 어르신들로 구성된 시니어영상단 ‘담화실기’(談畫實記)는 오는 3월부터 활동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역 어르신들의 삶을 기록한 영상 자서전 제작, 시니어 유튜버 활동 등을 앞두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한글 교육이 필요한 어르신을 대상으로 1:1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시니어한글친구’가 3월부터 운영된다. 답십리도서관과 협업해 문맹 해소는 물론 어르신 간 유대감 형성과 자존감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는 올해 신설된 재능꾼 어르신 일자리 사업 외에도 청소와 같은 기존 어르신 일자리 사업에서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단순 청소 일자리에 그쳤던 ‘마을클린도우미'를 폐지하는 대신, 환경 보호와 건강 증진을 동시에 실천할 수 있는 ‘시니어줍깅단’을 2월부터 신설해 운영한다. ‘줍깅’(줍다+조깅)은 가볍게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통해 동네 환경 개선과 개인 건강 관리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줍깅 활동 전 ‘반짝반짝스트레칭’ 강사와 함께 스트레칭을 진행해 어르신들이 규칙적인 운동 습관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동 주민센터별로 시니어줍깅단의 활동 구역인 ‘시니어줍깅루트’를 발굴해 홍보하고, 일반 주민도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할 예정이다.
구는 이 밖에도 기존 어르신 일자리를 개선한 시니어코디네이터(1:1맞춤형생활설계컨설턴트), 커피가루활용사업단 등 다양한 일자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필형 구청장은 “초고령화 시대의 어르신들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활용하고 사회적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과 사회활동 지원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그동안 젊은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영역에서도 새로운 어르신 일자리를 찾아 노년층을 위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