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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6만 명 방문한 명소 부각…식물 더 늘고 길 더 이어져

등록 : 2019-04-2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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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추천 여행지

개장 때보다 현재 수종 59종 더 늘어

처음 “화분에 가둔다” 일부 비난

2년새 꿋꿋하게 뿌리내려

개장 2주년을 맞은 서울로7017에도 봄이 한창이다. 봄의 전령 영춘화부터 도시에서 보기 드문 미선나무 꽃 등 50과 287종의 식물이 봄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1㎞ 남짓한 길 양편에서 한 지방의 주요 식물을 300종 가깝게 만나며 감상할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서울시는 7월부터 서울로7017 관리와 운영을 민간 업체에 넘겨, 서울로7017을 찾는 시민들에게 더욱 다양하고 활기찬 이벤트, 공연 등을 선사할 계획이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 도심의 공중정원 ‘서울로7017’(이하 서울로)이 다음달로 개장 2년을 맞는다. 서울로는 2017년 서울시가 남대문시장과 서울역 서부역을 잇는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보행로로 바꾼 것으로, 건설 당시부터 대도시 도심재생의 특별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서울로는 보행로의 기능뿐 아니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추천 여행지에도 선정되는 등, 2주년 현재 1626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관광 명소로도 자리를 잡고 있다. 주변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도 주목받았다. 서울연구원이 발행한 ‘서울로 7017 시민 이용 실태 및 문화연구(2018)’에 따르면 서울로가 열리면서 남대문시장, 서울역광장, 중림동 지역, 회현동, 만리동 등에 새로운 방문객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2018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서울시가 받은 것도 이런 파급효과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한몫을 했다. 개장 2년을 맞아 서울시가 준비해온 서울로 봄맞이 현장을 소개한다.


더욱 다양해진 식물들

요즘 서울로에 가보면 보행로 개통 2년 만에 식물이 콘크리트 속에서 경이롭게 뿌리내렸음을 여실히 볼 수 있다. 봄의 전령 영춘화부터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풍년화, 도시에서 보기 드문 미선나무가 꽃을 피운다. 도심 속 콘크리트 길에서도 잘 적응하도록 대부분 한반도 중부지방에서 살 수 있는 식물 50과(科) 287종을 모아놓았다. 1㎞ 남짓한 길 양편에 한 지방의 주요 식물을 300종 가깝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은 도심에서는 이곳 서울로뿐이다.

서울로 식물의 다양성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의 종 수도 개장 때의 228종보다 59종이 늘어난 것이다. 화분을 이용해 같은 과에서 다양하게 종 수를 늘릴 수 있었기에 가능하다. 가지과는 처음에 구기자나무만 있었으나 가지·꽈리·고추·토마토 등이 추가로 들어왔고, 꿀풀과에서는 배초향·꿀풀·들깨가 새로 들어왔다. 단풍나무과는 단풍나무·홍단풍·중국단풍·복자기·고로쇠나무가 살고 있지만, 앞으로는 신나무·산겨릅나무·시닥나무·부게꽃나무·당단풍나무·네군도단풍·은단풍 등도 뿌리내릴 채비를 하고 있다. 그 밖에도 많은 나무와 풀이 서울로의 새로운 가족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 공원녹지정책과 유영봉 과장은 “처음에는 화분에 가둔 게 자연 식물이냐고 비웃는 소리도 있었지만, 지난 2년새 식물들은 꿋꿋이 뿌리를 내렸다”며 “원예사와 식물녹지반 근로자, 서울로 정원사들, 그 밖의 시민정원사, 자원봉사자들이 이를 가능케 했다. 사람이 애착을 갖고 노력한다면 콘크리트 도시 속에서도 충분히 생명이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 감동적인 사례”라고 힘주어 말한다.

열리는 봄꽃길

서울시는 서울역을 이용하는 많은 시민을 위해 꽃길을 만들고, 서울역과 서울로의 연결성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4월에 심은 오스테오스펄멈 꽃이 5월 초 만개를 기다리고 있다. 청파동 진입로에서 서울로 고가보행로 위로 올라서는 약 100m 거리에는 철쭉 꽃길이 펼쳐진다. 철쭉·영산홍·자산홍·진달래가 어우러진 이 꽃길은 4월 말~5월 초에 절정을 이룬다. 중림동·청파동·만리동 램프에서 들어서면 장미마당에서 길이 하나가 된다. 장미마당에는 60여 종의 다양한 장미과 식물이 보행자들을 맞을 예정이다. ‘핑크 스와니’ ‘스노우콘’ ‘엘르’ ‘윈쇼튼’ ‘드림위버’ ‘제미니’ 등 다양한 장미들이 저마다 매력을 뽐낸다. 서울로 서쪽에 장미마당이 있다면, 동쪽에는 목련마당이 있다. 이곳에서도 봄의 향기는 계속된다. 목련과 식물인 자목련과 백목련이 현재 꽃을 피우고 있고, 5월에는 함박꽃나무가 꽃을 피운다.

꽃화분 길과 꽃밭 조성

서울로 동쪽 남대문시장과 회현동에 가까운 공간에는 차도변 난간에 꽃화분을 건다. 서울로 내부에는 벤치를 놓아 남대문시장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의 쉼터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꽃길 조성은 5월 초 완료되어 7월까지 꽃을 볼 수 있다. 철도 고가 아래 중림동에 인접한 미관이 좋지 않은 철도청 유휴 부지는 꽃밭으로 바뀐다. 코레일과 함께 지난 3월부터 1800㎡(545평)의 면적에 유채꽃, 꽃양귀비, 안개초를 심어 꽃을 가꾸고 있다. 5월 중순에 활짝 필 것으로 보이는 이 꽃밭은 서울로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뻗어나는 골목길

지난 2년이 서울로가 보행길로 정착되는 시기라면 앞으로는 길이 어떻게 주변 마을로 가지를 뻗는가가 중요하다. 이미 만리동, 서계동, 청파동, 중림동 일대에서 서울로로 올라오는 시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 만들어졌다. 염천교 수제화 거리, 서소문역사공원, 약현성당 등 명소로 발길을 옮기기 쉽도록 고가보행로에서 중림동 방면으로 연결로 계단도 설치될 예정이다. 유영봉 과장은 “서울로와 17개의 연결 보행로가 단순히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머물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며 “벤치와 그늘막을 추가로 설치하고 편의시설 쉼터 개방, 상시 마켓 운영, 이동식 화분에 식물을 심어 숲 기능을 강화하는 등 휴식 공간을 더욱 늘려가겠다”고 했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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