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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이야기 봉사하는 할머니들

등록 : 2016-06-09 16:54 수정 : 2016-06-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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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할머니’ 이옥신 씨가 서울 강서구 예지 유치원에서 어린이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우와, 할머니 옷 너무 예뻐요!” 알록달록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가 유치원에 들어오자,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까이 몰려간다. 재밌는 이야기 들려주려고 왔다는 말에 아이들의 눈은 더욱 빛난다.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의 활동 첫날 풍경이다.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이 2009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이야기할머니들이 유아교육기관을 찾아가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문화전승 사업이자 유아교육 사업이다. 첫해에는 경북 지역에서 30명의 이야기할머니들이 활동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전국으로 퍼졌고 할머니도 2410명으로 크게 늘었다. 서울에서는 510개의 유치원과 792개의 어린이집에 493명의 할머니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야기할머니가 되는 과정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만 56살에서 70살 사이의 지원자 가운데 서류 심사와 면접으로 선발한다. 그 뒤 7개월 동안 실기와 이론 교육을 마쳐야 비로소 ‘자격’을 얻게 된다. 이런 까다로운 전형에도 이야기할머니가 되려는 어르신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보람을 느끼게 해 주는 이야기 활동이 노후 생활에 큰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올해 5.9: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야기할머니 8기로 선발된 심재하(70)씨는 “나이가 많아 올해가 지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합격을 해서 정말 다행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진심이 통한 것 같다”며 기뻐했다. 한동안 우울증을 겪었던 할머니는 “어린이 교육 봉사를 다니면서 마음이 치유되었다”고 한다. 이야기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국학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엄선한 것들이다. 다양한 전래동화, 선현 미담 중에서 우리 문화의 긍정적 가치가 녹아 있고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무릎교육으로 전해지는 마음이다. 옛이야기를 고리로, 사회적 활동에서 보람을 찾는 어르신과 사랑이 그리운 아이들이 연결된다. 이야기할머니로서 올해 6년차에 접어드는 김인선(74)씨는 “우리 나이가 되면 어디서 크게 반겨 주는 곳이 없는데, 아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다녀서 정말 감사하다. 이야기할머니 활동을 하면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활동을 하다 보면 사랑이 그리운 아이들을 많이 만난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 할머니를 낯설어하고 혼자 손장난 하면서 이야기를 잘 안 듣던 아이일수록 나중에는 품에 와서 안기고 치맛자락을 꼭 붙잡고는 담당 선생님이 직접 손으로 떼어 놓지 않으면 못 가게 할 정도예요”라며 웃었다.

손정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교육연수생 clazzimin@hanmail.net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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