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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노나매기 단체급식 협동조합 형남석 대표가 급식 배달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사회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돌봄을 담당한다. 2004년부터 법제화돼 지역 아동을 위한 일상생활과 학습지도, 체험활동 등 교육과 돌봄 기능을 맡고 있다. 소득에 따른 우선 보호 아동과 사회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아동이 주 이용자여서 복지기관으로서 기능도 크다. 따라서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는 저녁 급식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이용하는 시간이 방과 후 저녁 시간대인데, 이용 아동의 특성상 가정에서 제때 저녁밥을 먹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아동센터에서 급식은 이처럼 필수 생활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는 것만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심리·정서·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부족한 교사 인력 중 한 명이 저녁 급식을 준비하다 보면 교육, 돌봄 기능이 약해진다. 그렇다고 외부 업체에 맡기면 낮은 단가 때문에 부실한 식사로 공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동작구의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이런 단체급식 문제를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하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다. 동작구 지역공동체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와 논의하며 사업이 구체화되었다. 이렇게 준비를 거쳐 2013년 8명이 300만~1000만원씩 십시일반 출자금을 모아 ‘노나매기 단체급식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노나매기’는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래서 같이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세상”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지역주민들이 함께 뜻을 모으고 일을 한다면 더욱 건강한 급식을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바탕이 되었다.
2013년 7월부터 급식을 시작했고, 서울시 마을기업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처음에는 5개 지역아동센터에 공급하며 시작했는데, 현재는 동작구 내 지역아동센터의 50% 이상에 공급하고 있다. 이렇게 11개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해 지역 내 13개 업체에 날마다 200인분을 공급하고 있으며, 4명을 고용하고 있다. 사전 주문을 받아 지역 기관과 개인에게 도시락도 판다. 찬합과 보온통에 담아, 배달 음식 같지 않은 정갈함과 따뜻함을 살린 덕에 인기가 높다. 적정 가격에 좋은 품질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으나 4년이 지나면서 이용자도 늘어나고 사업이 안정되어 작년에는 3000만원의 이익을 남겼다. 형남석(46) 대표는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의 교사들이 급식 업무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위한 교육과 돌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글·사진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socialeco@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