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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장수선 인턴기자
한옥은 종교시설과도 잘 어울린다. 사찰처럼 독립 시설일 때도 분명한 존재감이 있지만, 서양 건축양식과 어우러질 때도 독특한 매력을 드러낸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에 자리한 가회동 성당(사진)이 대표적이다.
성당은 2013년 시멘트 건물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도로 쪽에 한옥으로 사랑채를 냈고, 안으로 들어가야 서양식 성전이 나온다. 대표적 한옥마을인 북촌과 잘 어울리고, 찾는 이에게 편안함을 주려는 배려다. 성당 쪽은 “애초 서울대교구 건축위원회 심의를 받을 때 한옥을 전시실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신자들이 언제라도 와서 편하게 쉬며 내 방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고 설명한다.
한옥과 양옥의 조화는 누구든 감탄할 정도다. 성당 쪽은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입은 선비와 푸른 눈의 외국인 신부님이 어깨동무을 하는 형상을 추구했다”고 말한다. 어느 한쪽이 상대를 누르지 않고 어깨동무하듯 교감하려는 자세가 소박하면서도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가회동 성당은 고난으로 점철된 이 땅의 천주교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이다. 18세기에 중국에서 처음으로 조선에 온 주문모 신부는 1795년 4월5일 정약종 등 초기 천주교 신자들과 조선의 첫 미사를 북촌에서 올렸다. 그 뒤 주 신부와 초기 천주교 지도자들은 천주교 탄압 정책으로 대부분 순교했다.
글 정재권 선임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