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향 기자가 다니는 집

가성비 원더풀 ‘원앙훠궈’

원더풀 샤브샤브

등록 : 2016-06-30 14:23 수정 : 2016-07-01 13:26

크게 작게

원더풀 샤브샤브
김훈이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를 냈을 때 제목 때문에 웃었다. ‘음식이 세상에 대세는 대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팬층도 확고한 유명 작가가 오랜만에 낸 자신의 산문집 팻말에 ‘라면’이란 글자를 왜 굳이 콕 박았을까 싶어서였다. 심지어 세 부분으로 나뉘는 산문집의 첫 장에는 ‘밥’이란 글자가 달렸다. 나는 내장을 뺀 가오리에 관한 치밀하고 집요한 설명이 돋보이는 ‘바다’ 편보다 ‘광야를 달리는 말’이 좋았다. 긴 세월 숨겨 왔던 비릿한 아버지에 대한 작가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는데, 인간적인 숨결과 시대상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의 아버지 인생에는 밥상이 아닌 술상이 있었다. 사람들마다 자신만의 밥상이나 술상이 있기 마련이다.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친구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밥상을 찾아다니는 여정을 멈추지 않는다.

올해 자신들의 밥상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의 열쇳말은 ‘가성비’(가격 대비 질이나 성능)다. 주머니 사정은 날마다 얇아지는데 혀의 눈높이는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다. 하지만 가성비 높은 식당을 찾기란 쉽지 않다. 무조건 싸다고 해서 가성비가 높은 것은 아니다. 재료의 질과 서비스, 맛을 낼 줄 아는 기술 등이 어느 정도 수준에는 올라와 있어야 한다. 그것을 알아보는 눈이 소비자에게 있어야 한다.

몇 년 전 서강대 근처에서 ‘원더풀 샤브샤브’를 우연히 발견했을 때 가성비가 높다는 생각과 함께 빙그레 웃음이 났다. <라면을 끓이며>를 보고 지은 웃음과 비슷했다. 아무리 샤브샤브가 유행이라 해도, 중국집 간판에 ‘샤브샤브’를 달다니!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훠궈(사진)다. ‘백탕’ ‘홍탕’에 각종 채소와 고기류를 담가 익혀 먹는 방식만 두고 보면 샤브샤브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편리하게 ‘중국식 샤브샤브’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샤브샤브의 기원을 두고 중국과 일본의 논쟁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 두 음식이 같다고 하기는 아직 어렵다. 매운 홍탕과 맵지 않은 백탕이 같이 나오는 훠궈는 ‘원앙훠궈’라고 한다.

1인당 1만 원대의 훠궈는 중국에서 오래 산 이들조차 맛이 비슷하다고 칭찬할 정도다. 맵지 않은 대만식 훠궈와 중국 사천식 매운 훠궈를 접목하고 한국인들의 입맛을 고려해 살짝 변형시켰다. 대학생들의 맛집으로 소문날 정도로 값도 저렴한 편이다. 탕수육 등 1만 원대의 요리들은 서너 명이 먹어도 될 만큼 양이 많다. 소자와 대자가 나눠지지만 소자만으로도 충분하다. 소자 요리는 최고가가 5만 원을 넘지 않는다.

주인 한인걸(42) 씨는 “가격이 착한 것은 모르겠고 양은 많다. 학생들에게 비싸게 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화교로, 여경옥 셰프가 총주방장으로 있던 신라호텔 중식당에서 5년간 일했다. 이후 여의도, 인천 등지의 중식당에서 일하다가 8년 전 이 식당을 열었다.

몇 년 전 처음 발견했을 때만 해도 검색조차 거의 안 됐던 무명에 가까운 식당이었다. 기사로 세상에 알리기보다는 그저 지인들과 조촐한 식사 자리로 자주 찾는 곳이었다. 이름은 주인장의 아이디어다. “본래 ‘만덕복’인데 중국식으로 발음하면 ‘완다푸’다. 원더풀과 비슷해서 붙였다”고 한다. 원더풀 샤브샤브가 있는 건물은 그의 가족 것이다. 다른 자영업자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이 적었다. 그것을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한 것이다. (마포구 신수동 457 / 2000∼7만 원)

글·사진 박미향 <한겨레> 음식·요리 담당 기자 mh@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