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고사성어

관대함은 사람을 얻는 핵심적인 품성

절영지회(絶纓之會) 끊을 절, 갓끈 영, 갈 지, 모일 회

등록 : 2016-06-3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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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제자 자장이 지도자의 덕목으로서 인(仁)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공손함(恭), 너그러움(寬), 믿음(信), 민첩함(敏), 은혜(惠), 이 다섯 가지를 잘 실행하면 인을 이룰 수 있다. 공손하면 업신여기지 못하고(恭則不侮), 관대하면 사람들이 모인다(寬則得衆). 신의가 있으면 의지해 오고(信則人任焉), 민첩하면 업적이 쌓이고(敏則有功), 은혜를 베풀면 자발적으로 따른다(惠則足以使人).”(<논어> ‘양화’편)

공자도 말했듯이 관대함은 사람을 얻는 핵심적인 품성이다. 비록 능력 면에서는 우수하지 못해도 관후한 인품은 지도자를 지도자답게 하는 가장 큰 매력이다. 한국 사람이 잘 아는 <삼국지>의 유비가 이런 유형에 속한다.

남의 잘못을 관대하게 용서하고 품어 주면 반드시 보답이 따른다는 뜻으로 유명한 이야기가 ‘절영지회’(絶纓之會)의 고사이다. ‘절영지연’(絶纓之宴)이라고도 한다.

초나라 장왕(莊王)은 중국 고대 춘추오패의 한 명으로도 꼽히는 걸출한 임금이다. 그러나 왕위에 오른 직후에는 놀기만 했다. 아예 정치를 촉구하는 자는 사형에 처하겠다는 포고문까지 걸어놓고 주색잡기를 즐겼다. 3년이 흐르자 오거(五擧)라는 신하가 참다 못해 나섰다. “3년 동안이나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 새가 있다면(三年不飛又不鳴) 어찌해야 합니까?” 장왕이 대답했다. “그 새는 한번 날면 하늘 끝까지 오를 것이요, 한번 울면 온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다!” 사실 장왕은 비밀리에 신하들의 행태를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국정에 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부정부패를 일삼은 신하 수백 명을 숙정하고 오거와 같은 충신을 기용해 초나라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런 장왕이 반란을 평정하고 돌아와 장군들과 잔치를 벌일 때였다. 밤늦도록 주연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큰 바람이 불어 연회장의 촛불이 모두 꺼졌다. 그때 왕의 곁에서 시중을 들던 총희가 비명을 질렀다. 총희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건드렸다며 장왕에게 범인의 끊어진 갓끈을 내놓았다. 왕의 주변은 아연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때 장왕이 신하들에게 제안했다. “오늘은 군신이 함께 즐기는 날, 갓끈을 끊고 마시자.(今日與寡人飮, 不絶冠纓者不歡)” 이에 신하들이 모두 갓끈을 끊은 뒤 연회를 계속했다.

그로부터 3년 후 장왕이 다시 전투에 나섰을 때, 한 장수가 선봉에서 용감히 싸웠다. 장왕이 그를 불러 특별히 공로를 포상하려 하자 그가 말했다. “소신은 3년 전에 이미 죽은 목숨이었는데 왕께서 관대하게 살려 주셨습니다. 그 은혜를 오늘 갚았을 뿐입니다.” 그 장수가 바로 취중에 왕의 총희를 잘못 건드린 자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인우 <서울&> 콘텐츠 디렉터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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