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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대문·성동 ‘오래가게’ 새로 발굴
경은상사, 김광석 자주 찾은 오랜 가게
삼양탕, 48년 전 때밀이 기계 계속 운영
‘전통 힐링’ 등 힐링 코스도 눈여겨볼 만
바다 건너 먼 곳보다 가까운 여행지가 마음 편안한 요즘이다. 코로나19가 바꾼 생활방식, 이른바 ‘뉴노멀’(새 일상) 시대 서울 여행자들은 ‘동네 발굴’에서 조금씩 숨통을 틔워가고 있다.
서울시도 이런 유행을 반영해 동네 곳곳에 숨어 있는 신규 ‘오래가게’ 21곳을 선정하고, 오래가게와 가까운 관광지를 엮어 만든 7개 ‘힐링 테마’ 여행 코스를 소개했다.
나폴레옹과자점
‘오래가게’는 ‘오래된, 그리고 오래가길 바라는 가게’를 뜻하는 우리말에서 따온 이름이다. 서울 지역 내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거나, 2대 이상 대를 잇는 곳 또는 무형문화재 등 명인과 장인이 기술과 가치를 이어가는 가게를 우선 기준으로 선정한다. 2017년부터 지난 3년 동안 서울 중심권과 서북, 서남권 일대에서 전통공예, 생활문화 분야 총 85곳을 찾아냈다. 올해는 성북구·동대문구·성동구 등 서울 동북권 중심으로 오래가게 21곳을 새로 발굴했다. 해당 기준에 부합하는 동북권 2149곳 후보 중 자치구·시민 추천을 합쳐 선별한 76곳을 두고 외국인과 유학생 등으로 구성된 현장평가단 평가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21곳을 최종 선정했다. 2020년 오래가게로 선정된 21곳은 △성북구 4곳(보헤미안 커피하우스, 나폴레옹과자점, 한상수자수박물관, 봉화묵집) △동대문구 4곳(효성한의원, 엘부림양복점, 학사당구장, 신락원) △성동구 3곳(드림핸드메이드, JS슈즈디자인연구소, 아다모스튜디오) △강북구 2곳(삼양탕, 수유어묵공장) △중랑구 2곳(잉꼬네떡볶이, 동부고려제과) △도봉구 1곳(함스브로트과자점) △중구 2곳(예문사, 세븐웰) △종로구 3곳(승진완구, 경은상사, 서울레코드)이다. 1987년 종로구 낙원상가 한편에 문을 연 이래 33년 동안 국외 통기타와 국산 기타들을 취급해온 경은상사(경은어쿠스틱)는 가수고 김광석이 자주 찾았다고 알려졌다. 단골 많은 어쿠스틱 기타 전문 가게다. ‘실내 취미’가 인기 있는 오늘날, 입문자들의 첫 기타 선택을 돕는 데 공을 들이는 등 오래도록 개개인의 연주 생활에 도움이 되겠다는 포부다.
경은상사(경은어쿠스틱)
1990년 성북구 언덕배기에 문을 열어 올해 개업 30년 차를 맞은 ‘보헤미안 커피하우스’도 오래가게 명단에 올랐다. 보헤미안 커피하우스는 우리나라 1세대 바리스타로 알려진 박이추 선생으로부터 제자가 물려받아 운영하는 카페로 나들이객들에게 일찌감치 이름난 공간이다.
1972년 강북구 수유동에 문을 연 목욕탕 ‘삼양탕’도 있다. 올해로 48년째 영업 중인 삼양탕은 버스정류장 이름으로 등록될 만큼 유명한 동네 명소다. 수유동 화계사 입구에 자리해 준공 당시 130평이 넘는 규모를 자랑했던 최신식 목욕탕인데, 당시 사용했던 ‘자동 때밀이 기계’가 여전히 돌아간다. 2층 삼양여관을 개조한 카페에 올라가면 목욕탕 마크를 새긴 브라우니가 인기다.
삼양탕
서울시는 이 밖에도 시민들이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풀 수 있도록 ‘힐링’을 중심으로 테마여행을 만들었다. 한방·그린·전통·미식·맞춤·추억·감성별 7개 힐링 테마는, 오래가게 개별 특성을 중심으로 가까운 관광 명소를 엮어 선보인 여행지도다.
예로 ‘한방 힐링’ 테마는, 동대문구 서울약령시 ‘효성한의원’에서 체질을 진단받고 그에 맞는 힐링 한방차를 맛본 뒤 한의약박물관에서 다양한 한의학 체험까지 동선을 이어간다. ‘그린 힐링’ 테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정릉의 가을을 눈에 담고, 입구에서 가까운 ‘봉화묵집’에서 손맛 깊은 메밀묵을 맛볼 수 있다.
‘전통 힐링’ 테마는 ‘한상수자수박물관’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한상수 선생의 대를 잇는 자수 기술과 작품을 감상하고 주변에 있는 성북선잠박물관, 전통찻집 수연산방, 한국가구박물관까지 산책할 수 있는 코스다. ‘미식 힐링’ 테마는 빵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빵지 순례’를 다닐 수 있도록 50년 역사를 가진 ‘나폴레옹과자점’ ‘함스브로트과자점’ ‘동부고려제과’를 연결했다. ‘맞춤 힐링’ 테마는 성수동 수제화의 상징 ‘드림핸드메이드’와 ‘JS슈즈디자인연구소’에서 맞춤 구두를 주문하거나 손으로 직접 글자를 써서 새겨주는 ‘예문사’의 도장을 만들고, 세계적인 양복 기술을 자부하며 대를 이어가는 ‘엘부림’에서 맞춤 재킷을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한상수자수박물관
‘추억 힐링’ 테마는 목욕탕 삼양탕과 삼양여관 카페를 거쳐 인근 수유 전통시장에서 수유어묵공장의 막 만든 어묵을 맛볼 수 있는 코스다. 오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지친 시민들에겐 ‘감성 힐링’ 테마를 추천해 낙원상가 경은상사와 서울레코드에서 따뜻한 엘피(LP) 소리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올해 선정된 21곳 오래가게와 새롭게 발굴한 힐링 테마를 바탕으로, 오래가게 이야기를 여행 전문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와 <에스비에스>(SBS) 방송, 여행 전문 잡지 무브 등을 통해 국내외에 다양하게 확산하겠다고 한다. 특히 2017년부터 발굴해온 오래가게들을 종합할 대표 테마를 추가 발굴하고, 오래가게의 기술과 전통을 이어 새롭게 시작한 가게 ‘새로가게’ 이야기도 함께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오는 20일부터 29일까지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진행하는 ‘서울 이야기 위크-오래가게 특별주간’ 행사에서는 오래가게들 전시와 한정판 제품 판매, 명인과 함께하는 체험행사 등으로 서울 동네 여행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주용태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코로나 이후 새로운 일상을 준비할 시점이 왔고, 특히 힐링을 주제로 한 올해 오래가게 테마는 새로운 서울 여행을 즐기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내가 사랑하는 ‘우리 동네를 가볍게 즐기는 것’(Love Your Local)에서 시작해 언젠가 다시 서울을 방문할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현지인처럼 서울을 즐기는 매력적인 방법’(Enjoy Like a Local)을 제시하는, 오래가게의 의미 있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양여관 카페
전유안 기자 fingerwhale@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