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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채소로 차린 8월의 밥상
텃밭에선 오이·가지·토마토·참외·호박 등 온갖 열매들이 땡볕에 익어 쏟아져나온다. 초여름까지는 밥상을 차지했던 나물과 상추가 이제는 열매채소들에게 자리를 넘겨줄 때다.
가장 흔한 게 오이다. 오이 하면 오이소박이 정도만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오이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무궁무진하다. 오이지·피클·초무침·오이샌드위치 등. 요즘은 보기 어렵지만, 20~30년 전만 해도 담그지 않는 집이 없을 정도로 오이지는 여름의 대표 반찬이었다. 담그기도 쉽다. 팔팔 끓인 소금물을 오이를 넣어 둔 항아리나 스테인리스스틸 통에 붓고 일주일 정도 숙성시킨 뒤 냉장고에 넣으면 된다. 그렇게 담근 오이지를 쫑쫑 썰어 물에 담가 소금기를 뺀 뒤, 물을 쪽 짜서 참기름 넣고 무치거나, 크게 썰어서 식초 넣고 무치면 달아난 입맛을 되살려준다.
가지로는 무침·김치·전 등을 만든다. 통째로 살짝 쪄서 결 따라 찢은 뒤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무치면 무침 한 접시가 나오는데, 부드럽고 연해서 어르신들에게 좋다. 가지는 부지런히 따 줘야 많이 열린다. 반찬 하고 남은 것은 말려 놓으면 겨울까지 쓸 수 있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은 파랗게 질린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토마토를 많이 먹으면 병 앓을 일이 없어 의사를 찾지 않기 때문이라 한다. 토마토가 처분하기 어려울 만큼 많이 나오면, 퓌레를 만들어 놓고 다양한 요리에 쓸 수 있다. 파스타나 비빔국수는 물론 카레나 김치에도 넣어 먹을 수 있다. 여름 김치에는 열을 올리는 고춧가루 대신 토마토퓌레를 넣으면, 김치가 맵지 않고 상큼해진다.
호박도 처치 곤란할 정도로 달린다. 호박은 주로 볶음이나 무침에 쓰지만, 우리 할머니는 호박만 넣은 만두를 빚곤 하셨다. 한 소쿠리 빚으면 식구들은 물론 이웃까지 불러 칼국수에 호박만두를 곁들여 배불리 먹이셨다. 호박을 채 썰어 소금물에 20분 정도 절여 물기를 꼭 짜내고, 쫑쫑 썬 고추와 파·마늘·참기름 넣고 무치면 고소하고 구수한 만두소가 완성된다. 참외도 다투어 열린다. 시중의 참외와는 달리 껍질째 베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찬바람이 불면 참외가 싱거워지는데, 그런 참외는 된장에 박거나 소금물로 장아찌를 만들면 별미다.
여름에 덥게 지내야 겨울에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더위를 무작정 참을 필요는 없다. 여름작물은 더위를 식히는 효과가 탁월하다. 참외·오이·가지·토마토만 충분히 먹어도 더위를 이길 수 있다. 글·사진 유광숙 도시농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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