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고사성어

부와 명예 둘 다 탐내는 관료들이 새겨야 할 말

과전이하(瓜田李下) 오이 과, 밭 전, 오얏 리, 아래 하

등록 : 2016-07-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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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전이하(瓜田李下)는 직역하면 ‘참외밭과 오얏나무(자두나무) 아래’라는 말로, ‘남에게 의심 살 일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게 좋다’는 뜻이다. 원래 문장은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으로 중국 고시 <군자행>에 나오는 경구다.

군자는 사건을 미리 방지하여(君子防未然) 혐의를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不處嫌疑間). 참외밭을 지날 때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瓜田不納履) 오얏나무 밑을 지날 때는 갓을 고쳐 쓰지 말아야 한다(李下不整冠).

사람이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실수도 하고 본의 아닌 오해도 사게 된다. 자기가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며 쑥덕공론을 하기 마련이다.

당나라 문종이 한 낮은 벼슬아치를 지방관으로 영전시키자 사람들은 그의 딸 둘이 궁궐에 들어간 덕분이라고 쑥덕거렸다. 이 말을 전해 들은 문종이 신하에게 “짐은 그 사람 딸과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짜증을 내자 신하는 “참외밭과 오얏나무 아래의 혐의(瓜李之嫌)를 어찌 집집마다 다 알리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는 고사가 있다. (<당서>, ‘유공권전’>)


과전이하는 사소한 처신이라도 조심하라는 생활 속의 경구이지만, 잘못된 처신은 때로는 큰 재앙이 되어 한 사람의 일생을 덮치기도 한다. 특히 자신만만한 사람, 권력자들이 세력을 믿고 방약무인하게 행동하다가 일이 벌어진다. 최근의 검찰 출신 고위 공직자들과 신흥 사업가가 얽힌 ‘거래 스캔들’을 봐도 그렇다. 백억대의 ‘뇌물성’ 시세 차익 얻고도 당당히 공직자 재산공개를 통과한 검사장은 국민의 눈높이를 너무 낮게 봤다. 오해받기 딱 좋은 천억대의 부동산 거래를 암암리에 한 청와대 수석은 정적들의 원한을 너무 가볍게 본 것 같다. 그들은 고위 공직자가 되고자 했을 때 이미 부와 명예 중 하나만 선택해야 했다. 똑똑한 머리와 든든한 뒷배를 가졌으니 주변 권력관계만 잘 다져 놓으면 탄탄대로일 것이라고 여겼던 것 같으나 어쩌랴, ‘참외밭과 오얏나무 아래의 혐의’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예전과 같지 않으니.

<논어>에 “군자의 과오는 일식과 월식 같다”는 말이 있다. 민중들은 못 본 체하고 있을 뿐, 다 보고 있다. 하물며 일식과 월식이 가린다고 가려지는 것이겠는가. 이런 이치를 무시하다가는 겉으로 군자연하다가 한순간에 소인배의 검은 속만 들키고 마는 것이다.

이인우 <서울&> 콘텐츠 디렉터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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