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엄마의 베를린살이

학습능력만으로는 좋은 성적 얻기 어려운 독일 대입

등록 : 2016-08-18 13:51 수정 : 2016-08-1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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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학입학시험 아비투어를 치르기 위해서 학생들은 3년 전쯤부터 준비를 시작한다.

베를린에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2주가 흘렀다. 독일은 8월을 기준으로 학년이 올라가기 때문에 여름방학이란 한 학년의 끝이자 새 학년의 시작을 의미한다. 중등 및 고등과정 시험은 물론 대학입시까지 모두 끝나고, 그야말로 학생들 저마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때다.

오늘 신문에는 그런 학생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한 기사가 하나 실렸다. 베를린에서 한 여학생이 올해 독일 대학입학시험인 ‘아비투어(Abitur)’에서 만점을 기록했다는 기사다. 900점 만점에 900점. 시에서 대입 성적을 통합 관리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한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인가 보다.

우리 아이들도 다음 학기부터 본격적인 아비투어 준비 과정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큰 무리 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두 아이의 학부모 눈에도 아비투어에서 만점이란 도무지 현실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아비투어가 오랜 기간에 걸쳐 다방면으로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아비투어의 몇 가지 특징을 설명하기에 앞서 1학년부터 11학년까지 독일의 교육과정을 지켜보며 가장 많이 느꼈던 점을 들자면, 학습능력만으로는 도저히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전 학년을 통틀어 평가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논술과 구술시험이 있다. 그 밖에도 과제수행 여부나 수업 참여도 등이 점수화되어 반영되지만, 객관식 평가는 없기 때문에 성적은 과목별로 담당교사 1명이 상대평가로 산출한다.

학부모로서 솔직히 처음에는 이점이 많이 불만스러웠다. 학생들에게 마음에 드는 선생님과 안 드는 선생님이 있기 마련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 선생님에게서는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는 점수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투덜대는 아이들의 푸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어설픈 위로의 말을 찾기 바빴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이 점도 큰 공부였다. 아이들이 어느새 점수를 선생님에게서 받는 숫자를 넘어 자신의 능력에 대한 세상의 인정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능력이 있다고 해서 항상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11학년쯤 된 학생들은 이제 확실히 알고 있다.

한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은 대략 6~10명의 과목별 담당 교사를 새로 만난다. 교사마다 고유의 교육 방법과 평가 방법이 있기 때문에 처음 얼마 동안은 교사와 학생, 또 학생들 사이에 치열한 탐색전이 벌어진다. 한 학기에 한 학생이 많게는 열 번의 이런 전쟁을 동시에 치러내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것은 각자가 가진 무기에 대한 자각이다. 자기만의 장점을 찾고 깨닫는 일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의 장점과 또 약점을 파악한 학생들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시험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나간다. 이것이 독일의 대학 입학시험 아비투어의 시작이다.

이재인 재독 프리랜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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