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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기간에만 파는 ‘오스터하제’ 이재인 제공
베를린에는 요즈음 부활절 방학이 한창이다. 부활절은 크리스트교의 축일이지만 베를린에서는 법정 공휴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종교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의든 타의든 부활절을 쇤다. 특히 1월 말에서 2월 초에 걸쳐 약 일주일간의 짧은 겨울방학을 보낸 학생들에게는 두 달여 만에 또 한 번의 방학이 찾아오는 셈이다.
부활절은 날짜가 해마다 바뀐다. 매년 3월21일 이후 첫 번째 뜨는 보름달을 기준으로 바로 다음에 오는 일요일을 ‘오스터존탁’이라고 해서 축일로 정하기 때문이다. 오스터존탁은 ‘부활의 일요일’이라는 뜻이다. 이날이 바로 예수의 장사를 치른 지 삼 일째 되는 날이자 예수가 부활한 날이 된다.
이로부터 나흘 전, 예수는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나눈다. 이날을 ‘성스러운 목요일’이라는 뜻으로 ‘그륀도너스탁’이라고 하며 교회에서는 십자가를 가린 채 종소리와 오르간 연주가 없는 조용한 미사를 드린다. 반면 관공서와 슈퍼는 몰려드는 사람들로 골머리를 앓는 날이기도 하다. 바로 다음 날부터 공휴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음 날인 ‘카프라이탁’은 ‘비통한 금요일’이다. 이날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무덤에 묻힌 날로 크리스트 교인들에게는 일 년 중 가장 슬픈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부활절이란 기쁘기 그지없는 축제 속에 섞인 이 비통하기 짝이없는 금요일 덕분에 부활절은 ‘고요한 축제’라고 한다. 이날에는 거의 모든 관공서나 상점들이 문을 닫을 뿐 아니라 무도회나 댄스파티, 춤이 섞인 공연이 금지된다.
토요일에는 상점들이 다시 문을 연다. 그리고 다음 날인 부활절, 그다음 날인 오스터몬탁까지가 공휴일이다. 오스터몬탁은 예수의 두 제자가 엠마우스로 가는 길에 부활한 예수를 만났다는 날로, 그 기쁜 소식을 여기저기 전하며 함께 나누는 날이라고 한다. 부활절 동안 사람들은 만났다가 헤어질 때 “프로에 오스턴”이라며 인사를 주고받는다. 즐거운 부활절이라는 뜻이다.
즐겁기만 한 부활절은 단연 어린이들 차지다. 집집마다 ‘오스터하제’라고 하는 토끼가 숨겨놓았다는 ‘오스터아이’라는 달걀을 찾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일 년에 한 번 토끼가 바구니에 달걀을 가득 담아와 여기저기 숨겨놓는다는 허술한 시나리오에 반해, 어른들이 숨겨놓은 오색찬란한 달걀 모양의 초콜릿을 찾아 흙투성이가 되어 정원을 누비는 아이들의 눈빛은 진지하다 못해 애절하다.
운이 좋으면 가끔 ‘오스터하제’도 만날 수 있다. 발견되자마자 초콜릿으로 변해버린다는 금빛 토끼 한 마리를 손에 넣고 환하게 피어나는 아이들의 얼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수선화 같은 웃음을 띠게 만든다. 마음으로 부활절을 쇠는 사람이든 덩달아 쇠는 사람이든 말이다. 그 어떤 설교보다도 감동적인 이 웃음이야말로 부활절의 진짜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독일에서 부활절은 종교를 넘어 문화로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글 이재인 재독 프리랜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글 이재인 재독 프리랜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