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한국방송>(KBS)은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중계권을 협상했다. 3사가 중계할 종목을 사전에 정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게 ‘순차 중계’였다. 종목별로 한 방송사가 생중계하고, 나머지 두 방송사는 지연(딜레이) 방송하는 식이었다. 대한민국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 중에서 결승전과 준결승은 방송사 두 곳(한 곳은 지연 방송)이 중계했다. 종목마다 1·2순위 방송사를 정해놓고, 준결승에 올라가면 2순위 방송사가 가세하는 식이다. 그런데, 리우올림픽에서는 그 합의가 안 됐다. 왜?
시차에 따른 적자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리우는 한국과 12시간 시차가 난다. 경기 대부분이 한국 시간으로 늦은 밤과 새벽에 열려 생중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기가 시청률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이후 7회 연속 금메달을 딴 여자 양궁 단체전도 3사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 겨우 3.6%(문화방송)였다. 지상파들은 경기 침체로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20%나 떨어진 상황에서 올림픽 특수를 노렸지만, 쉽지 않게 됐다. 3사가 올림픽으로 벌어들일 광고 수익은 각각 60억 원대로 알려진다. 이는 중계권료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한국이 부담해야 할 리우올림픽 중계료는 440억 원. 채널이 두 개인 한국방송이 176억 원,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가 각각 132억 원을 낸다. 4:3:3 비율이다.
합의가 안 된데다가, 갈수록 손해가 예상되니 3사끼리 경쟁만 치열해진다. 돈 되는 상품에만 매달리면서 비인기 종목을 아예 외면하는 일도 벌어진다. 메달 후보가 아니라는 이유로 역도는 방송도 하지 않았다가 동메달을 따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앞다투어 선수를 조명하고 있다. 4년 전만 해도 “전파 낭비에 시청자의 볼 권리”를 외치며 힘을 모았던 방송사들이, 이제는 ‘내 코가 석 자’라며 올림픽 중계를 시청률 싸움으로 몰아가는 모양새가 좋지만은 않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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